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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원 석박사통합과정 산업공학과
1. 나는 나, 나는 내가 가진 것, 나는 틀
림없이 나라고 말하지 말자. 대신에 나는
너라고,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너라
고, 심지어 내게 등을 돌리고 사라진 너
라고 말하자. 너는 내가 알면서(알기에)
모르고, 사랑하면서(사랑하기에) 경멸하
고, 이해하면서(이해하기에) 오해하고,
붙잡으면서(붙잡기에) 놓치는 사람이다.
그런 너가 나이므로 나는 늘 혼돈 속에,
갈등 속에, 무지 속에 있다. 나는 너를 안
다고 사랑한다고 이해한다고 확신하지
만 그렇게 말하는 순간 내가 모르는 경
멸하는 오해하는 너는 너의 일부 심지어
나의 일부임에도 사라진다. 너를 부르는
이름들, 친밀한 이름들, 나를 살리는 이
름들, 가족·친구·연인의 이름들이 없다
면 나는 불가능할 것이다. 나는 없을 것
이다. 나는 친밀한 이름들의 교집합, 그
이름들이 짜고 있는 무늬다. 나는 사랑
받았고 받아들여졌기에 살아있다. 그 이
름들이 없다면, 그 이름들을 부를 수 없
다면 나는 없다. 너는 내가 볼 수 없는 내
표정, 얼굴을 보고 읽고 받아들이는 그
사람이다. 네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네가 나를 그 자리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면 나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나의
생존은 나를 불러주고 기억하고 사랑하
는 이름들에 불과하다. 내 이름을 불러주
는 사람이 없다면 나는 설사 살아있어도
이미 죽은 사람일 것이다. 나의 살아있음
은 네가 존재한다는 것의 알리바이다. 나
는 너의 사랑을 간구하는 한없이 연약한
자리, 몸, 얼굴이다.
1. 모국어로 말할 때 나와 너는 ‘우리’
다. 모국어 덕분에 나는 너를 너는 나를
듣는다. 모국어 덕분에 너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말로 내가 ‘원하는’ 생각을
내게 돌려준다. 나 역시 너에게 그렇다.
대칭. 그러므로 우리는 일치하고 소통하
고 동의하고 화해한다. 무엇보다 사랑은
내가 아는 것을 너를 통해 반복 확인하
는 수행이다. 모국어 덕분에 우리는 안
전하고, 안락하고, 유능해진다. 그때 너
는 갈등, 모순, 불화를 봉합하고 사라지
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나는 살아야 할
힘을 네게서 얻는다고 하지만 사실 너는
그때 나의 말을 내게 다시 돌려주는 알
리바이로서만 존재한다. 이미 알고 있는
언어로 이미 말한 것을 말하는 이들이
이루는 ‘우리’가 없다면 나는 고아고 이
방인이고 거의 죽은 자고 유령이다. 그런
‘우리’는 지속성, 연속성, 일관성, 동일성
과 같은 장치를 통해 삶을 안전하게 만
들어준다.
1. 따라서 문득 ‘우리’가 깨지는 순간이
온다. 네가 내 말을 다시 돌려주지 않을
때가, 네가 내가 아는 얼굴을 짓지 않을
때가, 네가 네 자리에서 사라질 때가, 네
가 영원한 타인이 되는 순간이. 그때 나
는 고통과 불안에 사로잡힌다. 너는 나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으려하고 네가 갖고
있던 얼굴을 지워버린다. 그때 나는 불안
해지고 위험해지고 희미해진다. 그러나
그런 순간은 나와 너를 갖고 우리를 만
들어보려는 모든 이들이 ‘평등하게’ 맞이
하는 위기의 순간이다. 모국어가 사라지
면 우리는 타인들이다. 더 이상 내 이름
을 불러주지 않는 너,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너 대신에 나를 학대하고 모욕
하고 슬픔과 고통으로 몰아대는 너가 출
현한다. 내가 불러주던 이름 바깥으로 네
가 나간 것이다. 나는 이제 고아이고, 외
국인, 난민, 유령이 된다. 고아, 외국인,
난민, 유령으로서의 나, 너 없는 나, 우리
에서 밀려난 나, 사랑받지 못하는 나, 너
를 잃은 나, 말을 잃은 나, 거의 사라지고
있는 나.
이 나를 ‘사랑하는’ 법을 이곳의 우리
는 충분히 배우지 못했고, 지금 이곳은
그 방법을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1�8� 의견
2016년 3월 7일 월요일 대학신문
최근 인공지능 바둑 알고리즘인 알파
고(AlphaGo)가 바둑 명인인 이세돌과
의 바둑대결을 신청했다. ‘구글 딥마인드’
(Google Deepmind)에서 개발한 알파고
는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 후이를 5대0으
로 이겨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이제
는 이를 넘어서서 10년간 가장 강력한 기
사인 이세돌에게 도전한 것이다. 알파고
는 ‘몬테카를로 트리 서치’(Monte Carlo
tree search)를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서 학습하는 방법을 이용해 수많은
경우의 수 중에서 가장 효용성이 높은 수
를 고른다. 또 3,000만 개의 바둑 수들을
학습해 기존의 인공지능 바둑 알고리즘
과의 500판 중 한 판을 제외하고 모두 승
리하는 압도적인 실력을 쌓았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전에 바둑보다 훨
씬 간단한 게임인 벽돌깨기, 갤러그와 같
은 비디오 게임을 사람의 개입 없이, 스
스로 플레이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
즘을 개발해 유명세를 얻었다. 강화 학습
(reinforcement learning)을 통해서 학
습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해당 게임을
전문가 수준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알
고리즘이 효과적이라는 점은 학습을 거
듭하면서 해당 게임별로 일명 ‘꼼수’를
터득했다는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벽
돌깨기 게임의 경우, 딥마인드의 알고리
즘은 벽돌의 한쪽 모서리를 먼저 깬 다
음에, 그 틈에 공을 집어넣음으로써 공이
스스로 벽돌들을 깰 수 있도록 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이번이 처
음이 아니다. IBM의 인공지능 체스 알고
리즘 딥블루(Deep Blue)와 체스 그랜드
마스터 중 최고로 평가받는 가리 카스파
로프의 대결이 있었다. 1996년에 이뤄진
첫 번째 대결에서는 카스파로프가 승리
했지만, 1997년에 치러진 재대결에서는
딥블루가 승리한다. 이때 카스파로프는
딥블루의 특정한 수가 사람의 개입 없이
는 가능하지 못한 수라고 주장하기도 했
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그 특정한 수
가 사람의 개입으로 인한 묘수가 아니라,
시간제한에 걸린 딥블루가 랜덤하게 놓
은 수라고 한다.
인간에 맞선 또 다른 인공지능은 미국
의 퀴즈쇼인 ‘제퍼디!’(Jeopardy!)에서
활약한 IBM의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인
왓슨(Watson)이다. 왓슨은 4테라바이트
의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검색해 퀴즈의
정답을 찾아냈다.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2명의 인간 챔피언
을 상대로 왓슨은 압승을 거뒀다.
바둑은 체스와 퀴즈보다 훨씬 더 어려
운 게임이다. 바둑은 말들의 움직임이 체
스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체스보다 경우
의 수가 훨씬 많다. 퀴즈에 대한 답을 찾
는 것은 창의성이 요구되지 않는 단순한
데이터 검색 작업이다. 이번에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다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간과 같은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에 성큼 다가가는 일일 것이다. 게임
은 현실을 단순화한 것으로, 주어진 조건
에서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하는 과정 자체
는 게임과 현실이 같다. 더 복잡한 게임
에서 인공지능이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는 것은 점점 더 현실에서 인공지능의 활
용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번 대결을 통해서 점점 더 발전해 가는
인공지능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그리
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알파고의 승
리를 응원한다.
우리가 없을 때에도 사랑은
자하연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
이철행 기자 [email protected]
관악시평
얼마 전 서울대 교수들의 이직이 급증
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했다. 사립대
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 과도한 행정
업무, 그리고 각종 규제와 연구지원의 제
한 등의 이유로 과거 ‘가문의 명예’로 여
겨졌던 서울대 교수직을 버리고 떠난다
는 내용이었다. 2011년부터 모두 65명이
라고 하니, 전체 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
이나 다른 직장의 이직률에 비하면 대단
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수치
는 서울대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유지해
왔던 상징적 지위를 잃고 있다는 직접적
인 증거로 해석되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나는 이 기사를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
풍수워크숍’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기내에서 접했다. 이 워크숍은 한국과 중
국, 그리고 일본의 환경 관련 학자들이
전통지식으로서 풍수(風水)를 재해석하
고 그 활용 가능성을 같이 찾아보려는 연
구모임이다. 풍수가 동아시아에서 중요
한 환경이용원칙 혹은 지리사상으로 사
용됐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
국, 중국, 일본이 모두 같은 한자어를 사
용하며, 발음 역시 Pungsu, Fengshui,
Husui로 비슷하다. 불행히도 얼마 전까
지 풍수는 사익추구를 위한 기복신앙 혹
은 혹세무민하는 주술 정도로 간주됐고,
학문영역에서 다뤄지지는 못했다. 전통
사회에서 풍수가 미친 폐해가 그만큼 컸
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진,
태풍, 몬순 등의 자연재해의 위험을 관리
하고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기 위해 오
랜 기간 발전시켜온 ‘아시아적 공통가치’
로 풍수를 바라보는 시각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최근 국제적으로 지역의 전통
지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국에
서는 풍수를 중국 고유의 문화자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일본 역시 풍수적인 시각이 다분한 일본
식 환경관리원칙인 ‘사토야마’(里山)를
국제화하는 데 국가가 나서서 총력을 기
울이고 있다.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두 가지
가 필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이유
는 25년 전 있었던 한 은사님의 서울대
교수직 사직 때문이었다. 그분의 전공분
야는 풍수였다. 풍수에 관한 저서를 여러
권 출판하셨고, 그중 일부는 중국어와 일
본어로도 번역되기도 하는 등 한국풍수
를 현대적으로 정립한 분으로 알려졌다.
80년대와 90년대 초 전통학문으로 풍수
를 강의하시면서 학생들과 일반인들로
부터 큰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학문적 인기의 절정에서 갑자
기 서울대 교수직을 사직하셨고, 지금까
지도 단독연구자로 오직 집필에만 전념
하고 계신다.
90년대 초 서울대 교수직을 자발적으
로 그만둔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라서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사직 이유를 당신
스스로는 ‘씨름선수에게 권투시합을 하
라고 하는 대학과 학계의 분위기가 싫어
서’라는 말로 정리를 하셨다. 그리고 어
느 인터뷰 기사에서 ‘한국의 모든 면 소
재지를 다 돌아봤는데, 만약 대학에 근
무했다면 그런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
고 하셨다. 그분의 말씀에서 새로운 지식
을 만들어가야 할 대학이 오히려 학문을
방해하고 있다고 읽히는 이유가 무엇일
까? 25년 전 대학의 분위기를 따라 자신
이 잘하는 씨름을 포기하고 ‘권투시합’을
했더라면 지금까지의 업적과 한국의 풍
수연구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당시 그
분에게 서울대 교수 자리를 포기하게 했
던 그 배타성과 억지에서 지금은 어느 정
도 벗어났을까?
서울대를 그만두시는 분들은 모두 제
각기 사정이 있을 것이고, 그 이유를 일
반화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나를 포함
한 많은 사람은 앞의 질문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답을 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이다. 25년 전 은사님이 직접 겪고 고민
했던 서울대의 문제들이 지금 65배의 크
기로 다가온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대학만평
박수진 교수지리학과
서울대 교수 이직 문제에 대한 소고
아크로의 시선
양효실 강사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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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보도자료를 냈다. 일부 사업자들의 독과점
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교복시
장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교육부에
서 지원을 해도 교복 비용을 낮추는 데엔
한계가 있고 지원 방식의 문제로 학생들의
빈부 격차가 부각될 수 있으니 교복 단가를
낮춰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보도
자료 말미에 중장기 방안으로 제시된 ‘교
복 디자인 표준디자인제’가 논란의 불씨가
된 것이다. 채널A가 지난 2일 “자율 교복이
빈부 격차 키운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전
국적으로 통일된 교복이 등장할 모양”이라
며 “4~50년 전의 옛 교복이 부활될 것이란
관측이 많은데,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요?”라고 보도한 이후 이를 두고 SNS상에
선 거센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교복 단일화’는 오해였다는 것이
곧 드러났다. 보도자료의 표현을 그대로 옮
기면 “교복 표준디자인제를 통해 학생 교
복 시장에 경쟁원리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 “10~20여 개의 디자인을 제시해 각
학교에서 적합한 교복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게 함.” 옛날 교련복처럼 하나의 통일된
교복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디
자인을 제시하고 넥타이 색깔 등으로 구분
하겠다는 것이다. 보도자료의 핵심은 교복
시장의 경쟁원리 도입이었는데 논란의 화
살은 ‘교복 단일화’에 향한 것이다.
결국 ‘교복 단일화’ 논란은 사실과 다르
다고 해명됐지만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강행’이란 키워드다.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수많은 학생과 교사들의 의
견은 무시됐다. 테러방지법 반대 의견도 마
찬가지였다. 노동개혁법의 경우도 지난해
대통령은 “만약 국회의 비협조로 노동개혁
이 좌초된다면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소통의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19대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대통령과 여
당은 노동5법과 테러방지법, 경제활성화법
의 조속처리를 앵무새처럼 되뇌었을 뿐 야
당이나 시민들과 소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려는 의사는 보여주지 않았다. 야당
이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 중재안을 수용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도 집권 여당은
대화를 거부하며 야당과 대치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뒷일에 대한 고려
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정규
직 전환의 희망고문 기간을 2년에서 4년으
로 늘리고 자동차·조선산업과 같은 기반산
업에까지 파견을 허용하는 법안을 “제대로
된 일자리”나 “안정된 정년 보장”을 위한
법으로 인식하고 있다. 경제활성화법에 대
해서도 “청년들을 위한 수십만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했지만 이것이 진짜로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될지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남용의 물길을 터준
상황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봤자 청년들의
실업 고통을 덜어주기보단 고용의 질만 악
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테러방지법에 대해
서도 대통령은 “우리가 기본적인 법이 없
으니까 외국하고 국제공조도 못하는 기막
힌 사정”이라며 법안 통과에만 열을 올렸
다. 이러한 태도에서 왜 다수가 국정원 권
한 강화를 우려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결국 ‘교복 단일화’에 대한 우려는, 사람들
이 현 정부가 보인 권위주의적 행보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현 정
권이 지금까지 보여준 불통의 정치와 일방
적 국정운영이 민주주의 후퇴의 우려와 정
부에 대한 불신을 키워온 것이다. 박근혜 대
통령과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국민의 불신
을 불식시키고 싶다면 불통의 의사결정구조
부터 바꿔 이제라도 시민사회의 요구에 응
답해야 할 것이다. 불똥은 엉뚱한 곳에 튀었
지만 정부는 그 불똥이 튀게 한 책임이 바로
자신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의견� �1�9 2016년 3월 7일 월요일대학신문
사 설
청년 취업자들이 고용보조금을 직접 받는 방안이 검
토 중이다. 지난 28일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에 따
르면 정부는 이번달 중순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이
국가로부터 직접 보조금을 받는 고용보조금제도를 포
함한 청년고용대책을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기업에 고용보조금을 지급해 근로자 채용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으나
기업이 인력을 고용하면서 노동비용 절감 수단으로 보
조금을 이용하는 등 효과가 크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고
용보조금을 기업보다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이
고용 및 임금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해왔다. 그러한 점에서 고용보조금의 지급대상을
취업한 청년들로 전환하는 방안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고용보조금이 청년들의 삶의 질 개선과 일자
리 창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서 안정적으로 시행되
려면 산적한 과제도 많다. 우선 정부는 수혜대상이 되
는 중소기업과 청년을 선정할 타당한 기준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재원조달방식을 제시해야 한다. 보조금을 지
급하면 구직활동을 포기한 청년들의 의지를 북돋는다
는 점에서 고용창출 효과는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지
원대상이 제대로 정해지지 않으면 이를 악용할 수도
있다. 지원기간 및 금액이 합리적으로 정해지지 않으
면 보조금에 의존하게 돼 구직과 이직이 제한될 수 있
다. 게다가 안정적인 재원이 마련되지 않으면 지속이
어려워 자칫 단기적인 인기영합 정책에 그칠 수 있다.
보조금 지급 방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보조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경우 사용처를 통제할 수 없어 삶
의 질 개선이라는 정책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반면 보조금의 사용처와 사용용도를 제한하
면 수혜대상자의 효용은 감소한다. 수혜자 효용이 떨
어지면 효과가 미미해질 것이다. 따라서 투입되는 보
조금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도록 다양한 보조금
지원방식을 고안해야 한다. 최근 성남시는 ‘청년배당’
정책으로 사용처를 제한한 상품권을 보조금으로 지급
했다. 서울시는 ‘청년수당’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을 클
린카드로 지급했다. 참고할만한 사례가 될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청년 일자리 증대와 질적 향상을 외치
면서 많은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얻지
못했다. 청년고용대책으로 계획하고 있는 고용보조금
정책이 일회성, 선심성 정책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의
삶의 질 개선과 고용창출에 도움이 되도록 정부는 구
체적이고 세밀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달 23일 서울대는 학생의 정신건강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대학생활문화원(이하 대생원)에 ‘SNU 위기
대응위원회’ 신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심리검사 등을
통해 전교생을 건강군, 취약군, 위험군으로 나누고 자
살충동증세와 적응장애 등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위험군에 속한 학생을 교내 인력과 더불어 병원, 경찰
등 유관기관이 함께 집중 관리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
다. 대생원의 인력과 예산을 2배 이상 늘려 최장 55일
까지 걸리던 상담대기시간을 ‘0’으로 만드는 목표도 나
왔다. 학교당국의 학생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
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방법에 있어 실제 적용할 경우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먼저 전교생을 세 군으로 분류하는 것은 학생들의 자
기결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세 군으로 분류하
기 위해선 전교생의 심리 및 정신건강 정보를 수집하
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전교생이 심리검사
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학생의 자기결정권을 침
해하는 행위다. 현재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
중 하나가 개개인의 개별성과 자율성을 충분히 인정받
지 못한 것임을 숙고해봐야 한다. 학생 스스로 심리검
사의 필요성과 유용성을 인식하고 참여하도록 학교 차
원의 홍보와 소그룹 멘토링 등을 통해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실시해서 의미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효과적인 분류가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학생 스스로 받은 상담과 심리검사를
통한 정신건강 정보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
심리검사를 통한 정보의 질이 같을 수 없다. 또 시간과
환경에 따라 변하는 심리상태를 획일적인 검사를 통해
분류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학생들이 겪는 다양한 고민
의 유형들을 고려할 때 인문대, 자연대, 공대를 비롯한
단과대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학생상담실을 적극 지
원하고 활용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마지막으로 정보노출의 위험성과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가 있다. 유관기관과 함께 관리할 때 학생의 개인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 또 자살가능성에 따른 분류에
명확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비위험군
학생이 위험군에 분류될 수 있고, 스스로를 자살 위험
군으로 낙인찍을 우려가 있다. 아직도 정신과 방문을
주저하는 첫 번째 이유로 ‘남들의 시선’을 꼽는 우리나
라 현실을 고려할 때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대생원의 인력과 예산을 늘리고 SNU 위기대응위원
회를 설치해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나서는 학교
당국의 모습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방법에서 보완돼야
할 부분이 있다. 학교당국은 학생들의 정신건강과 자
기계발이라는 목적에 걸맞은 방법을 제시하길 바란다.
학교당국은 학생정신건강 문제 해결에 적절한 방법을 제시해야
청년에게 직접 주는 고용보조금, 실질적 효과 있도록 해야
맥 박
SNS에 퍼진 ‘교복 단일화’ 논란
실체는 권위주의 행보에 대한 불신
깊은 성찰 없는 강행과 불통의 정치
이제라도 반성의 계기 돼야 최하영 사회부장
‘교복 단일화’가
공연한 걱정이 아닌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