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행정통합의 재고찰 - seoul national university · 2019. 11. 8. ·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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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행정논총제49권 제4호(2011. 12): 193~215 독일 행정통합의 재고찰: 겔렌(Arnold Gehlen)의 제도론을 중심으로* <目 次> Ⅰ. 서 론 1. 독일 행정통합에 관한 선행연구 검토 Ⅱ. 겔렌의 제도론 Ⅲ. 독일의 행정통합 Ⅳ. 인터뷰 분석 Ⅴ. 결론: 효과적인 남북한 행정통합을 위한 몇 가지 제언 <요 약> Ⅰ. 서 론 최근 통일세 논의를 시작으로 다시 우리사회에서 통일논의가 활발하다. 지금까지 통일담 론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남과 북의 경제력 차이와 정치체제의 차이를 언급하였지만 문화적 차이에 주목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연구자가 베를린에서 지냈던 4년간의 경험과 ** 본 논문에 귀중한 논평을 해주신 익명의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BK 21사업단 박사후연구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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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독일 행정통합의 재고찰 - Seoul National University · 2019. 11. 8. · 독일 행정통합의 재고찰: 겔렌(Arnold Gehlen)의 제도론을 중심으로197 것이다(Gehlen,

일반논문 「행정논총」 제49권 제4호(2011. 12): 193~215

독일 행정통합의 재고찰:

겔렌(Arnold Gehlen)의 제도론을 중심으로*

1) 안 지 호**

<目 次>

Ⅰ. 서 론

1. 독일 행정통합에 관한 선행연구 검토

Ⅱ. 겔렌의 제도론

Ⅲ. 독일의 행정통합

Ⅳ. 인터뷰 분석

Ⅴ. 결론: 효과적인 남․북한 행정통합을

위한 몇 가지 제언

<요 약>

이 연구는 독일 통일 이후 진행된 행정통합을 이론적인 면과 실천적인 측면에서 재고찰하고

있다. 특히 행정통합은 상이한 동 서독 행정제도의 통합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체제에서 사회화

된 관료의 통합이다. 따라서 독일 행정통합의 연구를 위해서 행정학은 인문학과의 협력이 필요

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제도이론을 발전시킨 독일

출신의 철학자 이며 사회학자인 아르놀트 겔렌(Arnold Gehlen)이 중요하다. 또한 이 논문은

동 서독 관료와의 인터뷰를 통해 행정통합의 문제점과 성공적인 행정통합의 요인을 도출하였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독일의 행정통합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이다.

【주제어: 행정통합, 행위를 통한 변화, 제도】

Ⅰ. 서 론

최근 통일세 논의를 시작으로 다시 우리사회에서 통일논의가 활발하다. 지금까지 통일담

론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남과 북의 경제력 차이와 정치체제의 차이를 언급하였지만 문화적

차이에 주목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연구자가 베를린에서 지냈던 4년간의 경험과

** 본 논문에 귀중한 논평을 해주신 익명의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BK 21사업단 박사후연구원([email protected])논문접수일(2011.10.26), 수정일(2011.12.12), 게재확정일(201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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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독 행정을 연구하면서 느낀 것은 독일 통일이 동・서독의 상이한 제도적 통합이기도

하지만 40년 동안 분단된 이질적인 사회에서 살아왔던 사람들 간의 통합이라는 것이다. 이

렇듯 내적통합 혹은 내적통일(Innere Einheit)의 핵심은 사람간의 통합이기 때문에 한 사회의

집단습관으로 정의할 수 있는 문화가 중요하다(Hansen 1995:15). 그리고 바로 이 점이 행정

학이 독일 행정통합의 내적 요인을 연구하는데 있어 인간의 문제를 다루는 인문학과의 협

력이 필요한 것이다. 문화적 측면에서의 통일연구를 행정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서로 다

른 사회에서 제도화된 관료의 문제로 귀결된다. 관료와 제도문제를 심층적으로 연구하기 위

해 이 연구는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겔렌(Arnold Gehlen: 1904-1976)의 제도론을 다

룬다. 인간이 무엇인가라는 것을 규명하기 위해 '행위 하는 인간' 개념에서 출발하여 제도를

통해 인간 존재를 설명하는 겔렌의 논의는 행정통합의 문화적 층위를 잘 드러내 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해결도 간접적으로 제시해 준다. 연구자는 베를린에서 체류하는 동안 총

9명의 전직 동‧서독 관료들과 심층면접을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 이들이 몸소 체험한 독일의

행정통합 과정에서의 문제점과 통합의 성공요인들을 찾아내려고 하였다. 이 연구가 남・북한

의 효과적인 행정통합모델을 수립하고 앞으로 남・북한 관료들의 문화적 이질감을 줄이기

위한 정책설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독일 행정통합에 관한 선행연구 검토

로이렌(Stephanie Reulen)의 동독에서 국가제도의 형성(Staatliche Institutionenbildung in

Ostdeutschland; 2004)은 신연방주에서 행정제도의 형성과정을 잘 분석하고 있다. 특히 통일

이후에 5개 신연방주 중에서 브란덴부르크주, 작센주, 작센-안할트주에서 상이하게 진행된

행정의 제도화 과정을 주로 주의회 선거를 통한 정부구성의 차이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피츠샤스(Rainer Pitschas)가 편집한 신연방주에서 행정통합(Verwaltungsintegration in den

neuen Bundesländern; 1993)은 신연방주의 행정통합을 행정학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다. 특히 행정통합을 통합의 개념으로 설명할 것인지 아니면 체제전환의 개념으

로 설명할지에 대한 이론적인 문제와 동독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발전과정을 자세히 기술하

고 있다.

헤세(Joachim Jans Hesse)의 체제전환에서 현대화로(From Transformation to Modernization;

1993)는 당시 독일에서 진행되었던 행정통합과정을 중・동부 유럽의 체제전환국가인 헝가리,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과 비교하고 있다. 현실사회주의국가들인 동독, 헝가리,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는 중앙집권적이고 전체주의적인 행정체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체제전환 이

후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발전하는데 동독과 중・동부 유럽 국가들의 상이한 체제전환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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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분석하고 있다.

안지호(Jiho Ahn)의 동・서독행정 비교연구: 행정체제와 관료성향의 관계를 중심으로

(Vergleichsstudie über die Verwaltung zwischen der BRD und der DDR: Zusammenhang

zwischen Verwaltungs- system und Mentalität von Verwaltungstätigen; 2010)는 동・서독 행정의

역사적 근원인 프로이센(Preußen)의 관료제와 맑스(Karl Marx)의 코뮌행정체제의 역사적 변

화과정과 동・서독 행정제도의 특징과 조직구조를 다루었다. 그리고 전직 동・서독 관료와의

인터뷰를 통하여 상이한 행정제도에서 제도화된 동・서독 관료의 성향을 분석하였다.

전술한 연구는 통일이후 독일의 행정통합과정의 진행상황, 신연방주들 간의 행정통합의

상이함, 행정통합의 문제점. 그리고 동・서독 행정과 관료성향의 차이를 잘 보여주고 있지만

미래의 남・북한 행정통합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시사점을 제공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행정

통합과정을 직접 체험한 당사자들인 동・서독 관료의 심층면접을 통하여 독일 행정통합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행정통합의 요인을 도출하는 것이 행정을 연구하는 우리에게

중요한 현실적인 과제이다. 특히 이 연구는 겔렌의 제도론을 통해 제도의 의미와 더 나아가

동독 출신 관료가 새로운 행정제도에서 어떻게 성공적으로 적응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

론적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이 연구의 이론적 그리고 실천적 측면의 의의라

할 수 있다.

Ⅱ. 겔렌의 제도론

흔히 제도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겔렌은 독일 출신의 철학자, 사회학자이다. 그의 학문적

연구대상은 바로 인간이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겔렌은 인류학, 철학, 사회학, 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세계를 가로지른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는 인간을 ‘행위 하는 인간’ 개념에서

정초하여 인간의 경험, 습관의 문제에 전착하여 제도 개념을 통해 인간을 이해한다. 여기서

그의 ‘행위 하는 인간’의 개념에서 출발하여 경험과 습관의 문제 그리고 제도의 의미를 추

적해보고자 한다.

1. 행위 하는 인간

겔렌에 따르면 인간은 자연에서 다른 동물과 비교해서 그다지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않

지만 근원적으로 결핍된 존재이다. 그러나 자연에서의 결핍조건을 통해 인간은 본능에만 고

정되지 않고 주어진 조건을 스스로 생산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전술하였듯이 결핍된 존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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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때문에 자연에서 다른 동물에 비해 높은 위험을 가지고 외부환경에 대해 무방비로 노출

되어 있다(Bauch).1)

겔렌에 의하면 인간은 욕망의 충족을 위해 지적이면서도 실천적인 측면을 지니는 행위를

한다. 행위는 자연에서 열등한 존재인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도구를 만드는 행위는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경계이다(Gehlen, 1964: 31-32).

왜냐하면 인간의 도구사용은 자연을 변화시키기 행위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도구사용

이 지니는 중요한 의미는 바로 도구가 힘든 가공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생산물이라는 것이

다. 도구제작을 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본능에 가까운 일차적 욕구가 줄어들고 보다 고차적

인 욕구가 발생하고 발전한다. 겔렌은 이를 실험적 행위라고 불렀다(Gehlen, 1964: 35-38).

도구제작과 사용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퇴화시키고 인간을 본능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

어 보다 고차원의 욕구인 실험적 행위를 가능케 한다.

이렇듯 인간은 본능적으로 결핍된 존재이고 다른 동물에 비해 열등한 자연환경의 적응력

은 실천적인 행위인 실험행위를 통해 자연상태의 열등함을 극복한다. 결국 인간은 본능이

발달된 동물과는 달리 자연상태를 극복하고 인간이 만든 문화라는 행동 양식의 틀에서 생

활한다(Gehlen, 1961:112-115).

2. 경험

겔렌의 인간학에 대한 성과는 인간의 행위는 경험과 밀접히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힌 것

이고 이를 통해 인간의 경험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는 그가 고대 그리스의 철

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를 연구하면서 얻은 성과이기도 하다. 겔렌은 서구 지성사에

서 경험에 관한 연구의 흐름을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누어 하나는 경험을 인식론적으로

파악하는 플라톤주의자와 경험의 실천적인 면을 강조하는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로 분류하

였다. 우선 겔렌은 플라톤주의자의 대표로 독일의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를 예를 든다

(Krais・Gebauer, 2008:27). 겔렌에 따르면 칸트는 경험을 판단의 형태로 간주하고 이를 매우

일반적이고 자명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이러한 칸트의 경험관은 경험을 지식의 한 원천 혹

은 앎의 근거라는 간주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칸트는 경험을 인식론적 차원에서 검토한

1) 바우흐(Bauch)에 해석에 따르면 인간은 동물처럼 추위와 거친 환경에서 보호해줄 털이 없고, 날카로

운 무기도 없다. 그래서 결핍된 조건에서 인간은 자연에 적응해야 한다. 인간은 자연환경에서 스스로

적응하면서 자연환경을 삶의 유용함으로 전환하도록 강요받는다. 이에 인간은 연약함과 열등함을 보

완하는 고유한 생활세계를 창조한다. 인간은 스스로 우리가 흔히 문화라고 부르는 고유한 세계인 제

2의 자연을 창조한다. 인간은 문화적 활동을 통해 자연에서의 부족함을 보충한다. 결국 인간은 본능

의 불완전한 결핍존재로서 불완전한 본능의 대체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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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Gehlen, 1961:48).

이에 반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경험이 기억에서 생성된다고 주장한다(Gehlen, 1961:

50). 왜냐하면 반복된 기억이 집약된 경험을 통하여 인간은 행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플라톤주의와의 차이점은 아리스토텔레스는 경험을 익숙해짐 그리고 (실질적인)

기억이 신체에 각인되는 인간행위로 본다는 점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주의와 플라톤주의를

알기 쉽게 비교하면 먼저 플라톤주의자인 칸트는 경험을 앎이라는 인식론적인 측면만을 강

조한다. 이에 반해 아리스토텔레스의 경험 개념은 앎이라는 인식론적 측면뿐만 아니라 능력

과 이를 통한 실행이라는 실천적인 면 양자를 포함하는 보다 넓은 개념이다. 이것은 크라이

스와 게바우어(Krais・Gebauer, 2008:28)에 따르면 경험의 그리스어인 ‘empeiria’를 보면 더욱

분명해 진다. 경험을 뜻하는 그리스어 ‘empeiria’는 시간을 요하는 연습, 능숙함, 전문성, 확

증(검증) 그리고 유능함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그리스어의 다른 두 가지 개념인 능력

(‘techne’)과 앎(‘episteme’)이라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경험관

은 데카르트(René Descartes)를 통한 합리주의적 전환 이후 유럽의 지적 전통에서 잊혀졌다.

겔렌은 그의 인간관을 경험과 연결시키기 위하여 아리스토텔레스를 재해석하였다.

3. 습관

동물의 운동 방식은 본능에 의해 주어진 것이라면 인간의 행위는 습득적 운동이다. 이 말

은 쉽게 말해서 인간이 태어난 후 경험을 통한 학습에 의해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킨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 바로 습관이다(Gehlen, 1964: 13). 경제학에서 흔

히 인간을 합리적 인간이라고 가정하거나 로크(John Locke)에서 출발하는 정치적 자유주의

역시 인간이 계약을 통해 사회를 형성하는 합리적인 인간으로 간주하지만 사실 인간의 일

상생활을 잘 관찰해 보면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습관의 지배를 받는다.

겔렌에 따르면 습관은 많은 대안을 고려하고 그 대안들 중에서 선택하는 소모적인 노력

을 덜어 줄 뿐만 아니라 습관으로 인해 인간 행위의 안정성과 연속성이 보장된다. 이렇듯

인간의 모든 문화는 습관의 체계에 그 토대를 두고 있다. 그리고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문

화가 다음 세대로 안정적인 전수가 가능한 것 역시 습관체계가 가진 안정성과 연속성에 기

인한다(Gehlen, 1964:49).

4. 제도

겔렌은 인간을 사회적 존재일 뿐만 아니라 제도를 통해 안정화되는 존재로 간주한다.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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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의무를 지우는 외적 근거인 제도를 통해 인간은 다른 사회구성원들을 신뢰할 수 있고

서로의 행동을 계산할 수 있다. 제도는 사회적으로 승인된 행위의 전형이고 지속되는 의무

를 인간에게 규정한다. 그리고 제도는 인간 행위의 임의성과 우연성을 제한하는 결정적인

구조와 규범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Bauch). 따라서 제도는 인간행위를 안정화시키는 힘, 즉

강제력으로서 나타난다(Gehlen, 1961:116). 제도는 ‘행위 하는 인간’ 개념이 기초하는 인간이

자연상태에서 불안정하고 열등한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것이고 안정

된 행위가 인간의 기억을 통해 습관화 되어 형식화 한 것이다. 제도를 통해 인간은 사회에

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규정하고 이를 익히게 된다(Gehlen, 1964: 80-86).

또한 제도를 통해서 인간의 행위동기가 객관화되고 근원동기(본능)는 후퇴한다. 제도에서

개인을 지배하는 동기와 목적의 분화가 나타난다. 습관에 토대를 둔 제도에서 인간의 행위

는 즉흥적인이고 감정적인 행위의 동기형성을 억제한다. 결국 인간은 제도를 통해 근원적인

욕구인 본능으로부터 해방되어 고차원적인 행위추구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도덕적

행위는 세련되고 인간의 감정은 순화되면서 합목적성이 발생한다(Bauch).

지금까지 정리한 겔렌의 논의를 독일의 행정통합과 관련시켜보면 다음의 <그림 1>과 같

이 정리할 수 있다.

<그림 1> 겔렌의 제도론을 통한 독일 행정통합의 이해

<그림 1>에서 보듯이 동・서독의 문화에서 동・서독의 행정조직, 인사행정과 같은 행정제

도가 형성되고 이는 동・서독 관료의 습관과 행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결국 통일 이후

독일의 행정통합은 상이한 행정제도의 통합일 뿐만 아니라 이질적인 동・서독 관료의 습관

과 행위의 통합인 것이다. 이러한 행정통합의 문화적 측면을 고려하면 행정통합의 핵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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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동독의 행정제도를 서독의 행정제도로 전환하는 것과 동독 관료에게 익숙했던 습관・행위를 변화시키는 어려운 과제였다. 따라서 동독 관료에게 서독의 행정제도와 행정문화가

효과적으로 내면화될 수 있는 통합정책이 필요하였다. 동독행정제도의 체제전환은 문헌연구

를 통해 규명할 수 있고 동독 관료의 습관과 행위의 변화는 행정통합을 직접 경험한 동・서독행정 과료들과의 심층면담을 통해 연구될 수 있다. 우선 동독행정제도의 체제전환부터 설

명하고자 한다.

Ⅲ 독일의 행정통합

독일통일은 동독과 전혀 다른 서독 제도의 특징인 다원적인 사회(pluralistische Gesellachaft),

시장경제(Marktwirtschaft) 그리고 연방 민주주의(föderale Demokratie)를 신연방주에 구축하는

어려운 과제였다. 행정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면 서독 행정은 전통-유럽 행정에 속하는데, 이는

베버(Max Weber)가 분석한 관료제적 이념형, 즉 법적으로 확정된 관청의 권한, 위계적인 직급

체제, 기록행정, 법규에 따른 직무수행, 직업공무원제를 통해 특징지어진다. 이에 반해 동독의

행정구조는 다른 전통-유럽 행정과는 전혀 다른 맑스-레닌주의 당의 정치구조에 기반하고 있

다. 당이 행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뿐 만 아니라 행정의 최고관료가 동시에 당의 수뇌

부에 속하는 조직 특성을 가지고 있다(König, 1991: 36). 또한 동독 관료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충성은 관료제의 독립화와 업무의 분화를 막는다. 이에 동독의 행정은 당에 종속적일 뿐만 아

니라 스스로 행정개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따라서 어느 누구도 동독의 행정체제를

기본적으로 개혁해야 하는데 의문을 갖지 않았다(Derlien, 1991:41).

따라서 독일통일은 행정에 있어서 하나의 거대한 도전이었다. 동독은 경제. 사회통합을

위한 조약을 통해서 특히 통일협정을 통해 서독의 헌법과 법률시스템을 받아들였다. 이와

같은 점에서 본다면 동독 행정의 구축은 구서독의 제도를 단순히 동독에 이식하는 것이 아

니라 동독의 구행정체제의 완전한 파괴와 동독에 새로운 행정을 구축하는 것이었고 이를

통해 애초에 의도하지 않은 효과들이 나타나는 과정이다(Lembruch, 1993:41-43).

보구밀과 얀(Bogumil・Jann, 2009:262)에 따르면 동독에서의 행정통합과정은 일반적으로 세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시기는 통일조약을 통해 서독의 자문을 받는 시기였다. 이

단계의 목표는 가능한 빨리 서독의 행정 구조를 동독에 구축하고 동독 출신의 협력자를 확

보하는 것이었다. 대략 이 시기는 통일 이후 1991년 까지 해당된다. 두 번째 시기는 신연방

주에 가장 중요한 행정의 제도적 기초를 확립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주헌법, 주법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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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행정논총」 제49권 제4호

리고 주행정을 확립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이 시기는 1994년에 종료되었다. 마지막 세

번째 시기는 동독에서 새로운 행정제도가 공고화되는 시기로 쉽게 말해 행정의 외적제도와

내적제도가 서로 조화롭게 기능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비공식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는 행정의 문화적 기초가 중요하다.

신연방주의 행정구축에 있어 구서독 자매주들의 협력은 결정적이었다. 동독지역에서의 전

문행정의 구축 예를 들면 법무, 재무행정에 각각의 서독 자매주의 관련부처가 적극적으로 활

동하였다. 구서독은 이미 부분적으로 1989년부터 미래의 신연방주들과 파트너쉽을 구축하였

다. 슐레스비히-홀스타인(Schleswig-Holstein)주, 함부르크(Hamburg)시 그리고 브레멘(Bremen)시

가 동독의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Mecklenburg-Vorpommern)주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Nordrhein-Westfalen)주와 자란트(Saarland)주가 동독의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주를, 니더작

센(Niedersachsen)주가 동독의 작센-안할트(Sachsen-Anhalt)주를, 라인란트팔츠(Rheinland-Pfalz)

주와 헤센(Hessen)주가 동독의 튀링겐(Thüringen)주를 마지막으로 바이에른주(Bayern)주와 바

덴-뷔르텐베르크(Baden-Württemberg)주가 동독의 작센(Sachsen)주를 각각 자매주로서 동독의

행정구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이와 동시에 신연방주의 자치행정 구축을 위한 도

움이 전개되었다. 이것 또한 이미 동・서독 분단 시절부터 이미 공고화되기 시작되었다. 특히

동・서독의 시와 군파트너쉽이 중요하였다(Bogumil・Jann, 2009:268).2)

1. 주행정 구축

1952년 7월 23일 동독의 인민의회(Volkskammer)는 민주주의 집중제를 강화하기 위해 정

부조직의 기본단위로 기능을 수행하던 주와 주 의회를 폐지하고 14개의 관구(Bezirk)를 신설

하였다. 1989년 민주혁명에 의한 동독정권의 붕괴 이후에 자유선거를 통해 새로 구성된 인

민의회는 동독시절의 관구제를 페지하고 이전의 5 개주를 다시 부활시켰다. 이에 다시 부활

한 작센, 작센-안할트, 브란덴부르크, 멕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튀링겐 5개 주에 통일 후 서

독의 행정체제가 도입되기 시작되었다(Weidenfeld・Korte, 1999:332-333). 동독지역에 행정체

계를 수립하는 것은 이를 다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어려운 일이었다. 다행히 신연

방주의 행정구축은 구서독의 행정조직형태를 도입하는 것이어서 다른 동유럽의 체제전환

국가가 처한 상황과는 달랐다. 이는 다시 말해 신연방주들간에 차이는 있었지만 주정부 내

2) 신연방주 행정구축을 위해 1990년부터 1994년 사이에 대략 35,000 명의 연방공무원, 주공무원, 지방

자치단체 공무원이 구동독지역에 적극적으로 일하였다. 특히 1990년부터 1993년 사이에 약 10,000명의 서독의 전문가들이 행정재건을 위해 상시적으로 일하였다 인적 지원이 절정기에 이른 1992년 2만

4천명 이상의 직원이 구연방주에서 신연방주로 파견되었는데 그중 약 1만 4천명이 연방 고용근무자, 8천명이 연방주 고용자 그리고 2천 명 이상의 지방자치단체 직원들이었다.1)(Wollmann 1996: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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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행정통합의 재고찰: 겔렌(Arnold Gehlen)의 제도론을 중심으로 201

에서 일반적으로 8개에서 11개 사이의 부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부처의 하부조직의 구성 역

시 서독의 모델을 도입하였다(Bogumil・Jann, 2009:269).

신연방주의 행정구축에 있어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능력 있고 경험 많은 전문가의

부족이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고위직일수록 더욱 심하여 법률과 행정에 관련하여 적합하

고 경험 있는 관료가 부족하였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구동독의 고위층은 정치적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서독으로부터 고위관료와

전문행정관료를 받아들이고 동독정권시절 정부기관에서 일하지 않은 사람들 예를 들면 기

업체 또는 학교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신규로 임용하였다(양현모, 2006:343, 357).

통일 이후 처음으로 수립된 신연방주의 주정부에서 주총리와 주장관의 약 3분의 1이 서

독출신이었다. 이러한 서독출신 정치인과 관료의 고위직 독점은 특히 재무부과 법무부에 확

연히 나타났다. 또한 양부처의 차관과 국・과장직에서도 서독출신 관료의 독점현상은 두드러

졌다. 또한 고위직일수록 더욱 더 서독출신의 관료가 증가하였다. 특히 몇몇 신연방주에서

는 대부분의 차관과 3분 2의 국장과 과장은 서독출신이었다. 신연방주에서 동독 출신의 고

위직은 주로 기술과 관련된 부처인 환경부와 교통부 등에 찾아 볼 수 있었다3)(Bogumil・Jann, 2009:269).

2. 지방자치행정의 구축

통일 이후 동독에서 주행정 구축과 지방자치행정 제도가 도입되었다. 동독에서 지방행정

조직인 군과 읍・면 행정조직은 민주주의 집중제의 원리에 따라 지방자치가 논의 될 수 없

었다. 동독에서 지방행정조직은 중앙행정조직과 사회주의 통일당(SED: Sozialistische

Einheitspartei Deutschlands)의 당기구와 중앙행정조직의 이중 통제를 받는 국가의 지역 기구

였다. 이에 통일 전 기초단체인 시·읍·면은 행정구역으로 존재하였지만 상부의 결정사항을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관이었다(Schultze 1991:50-51). 따라서 지방기초자치단체는

새로운 구조전환을 해야만 했다. 지방자치단체와 군의 조직구조는 중앙집권적인 동독의 조

직형태에서 서독의 행정형태로 전환되었다. 서독에서 파견된 행정요원의 도움과 서독행정의

지방자치 간소화 계획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수를 정비하였다.

신연방주는 지방자치단체영역에서 법률을 통한 지방자치단체의 통합과 병합을 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에 이 문제를 자율적으로 맡겼다. 이러한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강압적인 방식

3) 특히 법률적 전문지식을 가진 서독 공무원이 대거 충원되었다. 따라서 서독출신의 구성이 내무부 그

리고 법무부에 특히 높았다(Grundmann 1994:34). 고위직에서 서독 출신 관료 대신에 정치 관료들이

대거 기용되었다. 이들 서독 출신 정치관료는 동독의 엘리트 공백을 활용하여 확실하고 편안한 경력

을 통해 빠르게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Derlien 199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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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행정논총」 제49권 제4호

의 통합은 새로 도입된 지방자치와 민주주의 정체성에 해가 되기 때문이었다(Bogumil・Jann,

2009;264-265). 1989년 당시 동독은 16,600,000명의 주민과 227개의 군 그리고 독립시 그리고

7,627 읍・면이 있었다. 이에 반해 서독에는 동독인구의 4배정도 많은 61,700,000명의 주민이

동독과 비슷한 수의 328개의 시, 군 그리고 8513개의 읍・면에 살고 있었다. 동독에서 약

95%의 읍면이 5000명 미만이었으며 전체 읍면의 3분의 2가 500명 미만의 주민이 살았다.

이와 반대로 서독은 60, 70년대 지역행정구역개혁이후 지방자치의 능력을 어느 정도 보장하

기 위하여 적어도 5000명이 되었다(Bogumil・Jann, 2009:262-263). 동독의 지방자치단체와 군

이 작은 이유는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주의통일당 국가(SED-Staat)의 중앙집권적 지도‧집행 구

조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었다(Weidenfeld・Korte, 1999:338-339).

Ⅳ 인터뷰 분석

1. 인터뷰 대상자의 이해

이 연구에서 총 9명의 전직 동・서독 관료와 심층면접을 실시하였다. 이들은 모두 통일

이전과 이후에 관료로 일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연령은 50대 중반에서 70

대 초반이고 5명이 동독 출신이고 4명이 서독 출신이다. 그리고 면접대상자 중 7명이 남성

이고 2명이 여성이다. 또한 이 연구는 동독 관료의 통일 이후 통합과정에 초점을 두었기 때

문에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인터뷰 대상자 M과 M2를 대상으로 파일럿 테스

트(Pilot test)를 실시하여 전사・분석한 후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심층면접을 실시하였다. 면

접자의 중요한 정보는 <표 1>로 정리하였다.

<표 1> 면담자의 중요 정보

면담자 성별 연령 출신 통일 이전 통일 이후

M 남 71 서독 형사(서베를린) 형사(베를린)

J 여 69 동독 학교 책임자(포츠담시) 학교 책임자(포츠담시)

S1 남 69 동독 포츠담시 근무 포츠담시 근무

S2 남 68 동독 포츠담시 근무 포츠담시 소방서

S 여 56 동독 포츠담시 근무 포츠담시 근무

R 남 71 서독 자유베를린대학 도서관 자유베를린대학 도서관

G 남 64 서독 경찰(서베를린) 경찰(베를린)

S3 남 61 서독 소방관(서베를린) 소방관(베를린)

M2 남 72 동독 형사(동베를린) 형사(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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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행정통합의 재고찰: 겔렌(Arnold Gehlen)의 제도론을 중심으로 203

2. 독일의 행정통합 과정에서 문제점

서독 관료들은 동독의 제도를 단지 정치, 경제적 층위로만 파악하였지 이를 문화적 측면

에까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이들은 동독 관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았는

지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즉 서독 관료들이 동독에 대해 가진 주요 인식은 열악한 경제

상황과 전체주의적 정치체제가 주를 이루었다.

하르츠 Ⅳ와 같은 복지제도는 동독에 없었어요. 그리고 동독인들은 과거에 트라반트

(Trabant)라는 자동차를 사기 위해 12년에서 14년 기다려야 했어요. 오늘날 동독인들 대

부분은 자동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불행합니다. 그들의 집은 새 지붕으로

바뀌었는데 말이지요. 보세요. (통일이후에 동독 지역에 건설된) 고속도로며 사회간접자

본 시설들을요(M 면담. 2009. 2. 25).

바이에른 주와 같은 구서독지역에 가 보세요. 거기서 학생들에게 장벽에 대해 물어보세

요. 아무도 관심이 없을 거예요. 동독인들은 서독인들이 동독에 대해 아는 것보다 서독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요. 구서독지역인 바덴뷔르텐베르크주는 오늘날 여기에

(브란덴부르크)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이 없어요(J 면담. 2009. 3.16).

결국 이러한 서독 관료들의 동독제도의 무관심과 무시는 결국 동독의 제도를 일방적인

청산의 대상으로 인식케 하였다. 이에 서독의 행정제도가 동독에 일방적으로 이식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동독제도의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동‧서독 행정의 문화적 충돌을 줄이려

는 생각은 배제되었다.

통일 후 브란덴부르크 주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와 자란트 주에서 교육정책을 받아

들였습니다. 이 두 서독의 주는 동독행정구축을 도와준 서독의 자매주였습니다. 사람들은

서독 2 개주의 제도를 일방적으로 받았습니다. 그러나 교육정책의 내용을 자세히 본다면

이러한 정책은 브란덴부르크 주에서 전혀 실행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강요된

것이었으까요.(J 면담. 2009. 3.16).

이러한 동독 제도의 문화적 측면의 간과는 통일 후 행정통합의 일환으로 실시된 동독 관

료의 재교육에서도 다시 나타났다.

형법전문가의 사례로 들어봅시다. 그는 형법을 가르칩니다. 그는 서독 출신 경찰에게 형

법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동독 출신의 경찰들에게도 형법을 가르칩니다. 그는 동・서독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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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행정논총」 제49권 제4호

신과 서독 출신의 경찰에게 동일하게 형법교육을 합니다. 같은 형법을 동일한 방법으로

말이죠(M 면담. 2009. 2. 25).

동독 출신 관료의 재교육에 있어서 문제는 서독 관료의 교육을 담당했던 교육전문가들이

서독 관료의 재교육 내용을 그대로 동독 관료에게 가르쳤다는데 있다. 물론 이것은 동독 출

신 관료의 재교육에 있어 불가피한 것이었지만 서독의 재교육 전문가들이 동독 관료와 동

독 행정문화의 특징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들이었다면 이들에 대해 더욱 효과적인 재교육

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재교육에 있어 또 다른 문제점은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 동독 관료들 때문에 통일 이후

초기에 서독 관료들이 담당해야 하는 업무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서독 경찰들은 동독경찰의

재교육으로 인해 동독지역 업무까지 수행해야 했다.

동베를린은 현재의 서베를린과 합쳐졌습니다. 이것은 서독경찰이 담당해야 할 몫이 두

배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제 관할 구역이 두 배가 되었습니다. 즉 서베를린의 제

관할 구역과 새롭게 편입된 동베를린의 관할구역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추가적인

부담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일이 전보다 훨씬 많아졌고 전에는 단지 베를린의 현재 업무

의 반밖에 되지 않았으니까요(M 면담. 2009. 2. 25).

당시 행정통합에 있어 문제점 중의 하나는 서독경찰업무의 과중한 업무 외에도 동독

출신 경찰의 재교육을 맡았던 서독출신 재교육전문가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이었다. 왜냐

하면 이들 역시 동독

출신 경찰의 교육은 물론 서독 경찰의 재교육까지 담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동베를린에서 온 경찰 역시 제 부하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재교육을 받았습니다. 이들 재

교육 담당자 역시 이들의 업무가 두 배로 증가하였습니다. 기존의 서독 경찰뿐만 아니라

동베를린 경찰들은 재교육하는 일이 이들의 몫이 되었으니까요(M 면담. 2009. 2. 25).

통일 후에 동독 출신의 대부분의 고위 관료들은 정치적 이유로 재임용 될 수 없었다. 따

라서 통일 후에 경찰업무를 계속 수행 할 수 있었던 동독 출신 경찰은 중・하위직이 대부분

이었다. 이들 동독 출신 중‧하위직 경찰은 대부분의 고위직을 서독경찰이 독점하는 상황에서

근무의욕과 사기가 낮을 수 밖에 없었다.

통일 전 고위직에 있었던 동독 경찰간부는 통일 후에는 한명도 직위를 유지할 수 없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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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행정통합의 재고찰: 겔렌(Arnold Gehlen)의 제도론을 중심으로 205

니다. 막료로서 인민경찰의 업무를 수행한 사람들은 통일 후에도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없었습니다(M2 면담. 2009 3. 16).

통일 이후의 동독 관료는 예외적 해고 규정(außerordentliche Kündigung), 즉 동독시절의

국가보위부 비공식요원의 활동과 관련된 정치적 전력을 통해 해임될 수 있었다(양현모,

2006: 353-354). 이 과정에서 드러난 주요 문제점은 예외적 해고 규정의 심사가 일괄적이고

성급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동독 출신 관료는 행정통합과정에서 불만은 더욱 커지

게 되었다.

제가 생각하기에 장기적으로 정확하게 사람들을 심사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을 어느 상

황에서 해고시킬 것인지에 대하여 모든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불가

능합니다. 그것은 가장 어려운 과제 중의 하나입니다. 누구를 해고하고의 문제는 일괄적

으로 결정될 문제는 아닙니다.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합니다(Frau S면담. 2009. 3.16).

행정제도의 변화에서 동독 출신 관료들은 모든 것을 다시 배워야만 하였다. 이것이 어려

운 이유는 겔렌이 지적한 것처럼 과거의 익숙한 습관체계를 바꿔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

도변화는 실천적인 면에서 생각해보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불편하였다.

행정통합은 어떻게 보면 관료성향을 바꾸는 것이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어렵습니다. 동독 관료와 서독 관료의 성향체계는 다릅니다. 동독에서 국가는 사

람들을 조정하고 모든 것을 떠맡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집

니다. 동독의 국가처럼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국가는 오늘날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

다(M2 면담. 2009 6. 30).

동독 관료에게 직면하는 문제는 단지 새로운 행정제도에 적응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서독

관료와의 경쟁이다. 이는 새로운 행정환경에 적응하는 것 보다 더 어려운 문제였다. 왜냐하

면 이들 동독 출신 관료들은 서독 출신의 동료들과의 경쟁에서 항상 불리하였다. 이미 서독

의 제도에 익숙한 서독 관료들은 경쟁에서 동독 출신 관료보다 훨씬 앞서 있었기 때문이었

다. 따라서 동독 관료들의 이러한 불리한 여건을 감안하여 이들이 적극적으로 행정통합을

할 수 있는 유인구조가 잘 설계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동독 제도의 문화적 측면의 간과와

이에 대한 결과라고 할 수 있는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서독 행정의 구축 하에서 동독 관료

와 동독의 행정문화를 고려한 이들의 유인구조 설계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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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행정논총」 제49권 제4호

동독의 주민은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했습니다. 개인적인 사생활에서부터 직업생활에

까지 모든 것을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은

도산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왜냐하면 서독 기업들이 경쟁

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통일의 부정적인 면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과 생활기반을 잃어 벼렸습니다. 실업이 없었더라면 통일은 잘 진행

되었을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격분하고 실망하였습니다. 그러나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없

었습니다. 단지 제한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서독인들이 나았기 때문

입니다(M2 면담. 2009 3. 16).

관료들을 잘 교육시키고 근무의욕의 고취는 인사행정의 핵심이다. 이에 인사관리와 인사

행정 개혁은 신연방주에서 특히 중요하였지만 잘 진행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동독 관

료들이 행정통합에 가장 큰 불만을 갖는 원인 중에 하나는 행정통합과정에서 그들과 같이

일해야 했던 서독 자매주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이다. 특히 서독출신 파견공무원들의 비전문

성, 동독 관료에 대한 고압적인 자세, 동독제도에 대한 무시 등이 동독 출신 관료들이 통합

과정에 느꼈던 큰 불만이었다. 동독 출신 한 관료는 연구자와의 면담에서 무능한 서독 관료

들의 파견을 당시 상황과 향후 남북행정통합과정과 비교하여 잘 설명하고 있다.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의 행정지원을 위해 많은 수의 공무원이 파견되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서야 저는 그들이 최악의 서독공무원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한국의 고위공무원이라면 통일 후에 당신의 부하를 북한행정의 재건을 위해 파견해야 합

니다. 그러면 당신의 부하 중 최고를 북한에 보내겠습니까?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

은 일류들을 북한에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이류들 역시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삼류를

보낼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여기(구동독)에서 빈번히 발생하였습니다. 시청의 과장이

이러한 상황을 저에게 설명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녀의 부하 중에서 누군가를

동독으로 보내야 했고, 보내진 부하는 멍청한 놈들이었습니다(S1 면담. 2009. 3. 16).

상기의 진술은 문화적 측면의 간과로 강압적 형태로 진행된 행정통합을 잘 보여준다. 동

독 행정문화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독 관료들이 서독 행정제도에 빨리 그리고 잘 적

응하리라는 낙관적 기대는 서독 출신의 관료를 동독으로 파견 할 때에도 다시 나타났다. 이

에 따라 무능하거나 신연방주으로의 파견을 손쉬운 진급의 기회로 생각하는 많은 서독 관

료들이 신연방주에서 일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 결과 무능력할 뿐만 아니라 동독 출신

관료에 권위적인 서독 상사의 인상은 서독 제도에 대한 불만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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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행정통합의 재고찰: 겔렌(Arnold Gehlen)의 제도론을 중심으로 207

서독에서 사람들은 전문성이 없이도 고위직까지 진급할 수 있었습니다. 동독은 달랐습니

다. 동독에서는 진급의 엄격함이 있었는데 서독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는 통일 후에 이

러한 것을 많이 경험하였습니다(S1 면담. 2009. 3. 16).

동독 출신 관료들이 통합과정에서 겪은 서독공무원과의 관계, 동‧서독 행정문화의 상이함,

서독인들의 동독 제도에 대한 무시와 무관심 그리고 냉대로 인한 이들의 행정통합 과정에

서의 경험은 이들에게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상처가 되었다. 그래서 연구자에게 한국에

서 북한이 통일을 주조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을 가정하도록 권한다. 한국에서 북한

주도의 행정통합에 대한 이들의 권고는 역으로 이들이 통합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과

상처를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거꾸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통일을 해서 한국에 북한제도를 도입하는 것을요.

제가 한국의 사정에 잘 모르지만 당신이 지금 쓰는 박사학위논문에 당연히 이러한 상황

을 가정해야 합니다(S2 면담. 2009. 3.16).

통일 이후 독일사회에서 동독에 대한 무관심과 통합과정의 부정적인 경험들은 동독 출신

관료들이 그들만의 소속감을 더욱 공고화하였다. 연구자가 면담한 대부분의 동독 출신 관료

들은 은퇴한 지금도 동독 출신 동료들만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서 이들은 서독사람들이 무관심했던 동독 제도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는다.

그래서 동독에서 대학교육은 여성을 위해 배려한 것이 많습니다. 여성들은 아이들을 탁

아소에 데리고 가야 했습니다. 이에 강의가 8시에 시작하지 않고 9시에 시작해서 16시

전에 끝났습니다. 왜냐하면 여성들은 아이들을 돌보야야 했으니까요(J 면담. 2009. 3.16).

오늘날 동독에서 존재했던 것들이 다시 도입되고 있습니다. 탁아소(KiTa), 종일학교(die

Ganztagschule) 등의 동독 교육시스템은 나쁘지 않습니다(Frau S면담 2009. 3.16).

3. 성공적인 행정통합의 조건: M2씨의 사례

지금까지 독일 행정통합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전직 동・서독 관료들과의 심층면접을

통해 살펴보았다. 그러나 독일의 행정통합이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인터뷰 대상자 중

에서 M2는 통일 후 행정통합에 적극적이었었던 관료였다. 그와 그의 서독 동료 M과의 인

터뷰를 중심으로 동독 관료가 행정통합에 성공하였던 요인을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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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행정논총」 제49권 제4호

성공적인 행정통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통합대상자인 동독 관료의 의지

이다. 즉 새로운 행정환경에서 무엇인가를 배우겠다는 확고하고 적극적인 자세는 어려운 통

합과정을 극복하는 첫 번째 중요한 자산이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새롭게 배워서 일하는 것에 흥미를 가졌고, 기뻐했

고 열망했습니다. 그들이 동독에서 배웠던 것과는 다르게 물론 그것이 동독 출신 경찰들

에게 어려운 시기였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경험한 대부분의 동독경

찰은 훌륭하게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였습니다(M 면담. 2009. 2. 25).

당신이 곧 인터뷰 하게 될 M2는 통일 후 제 부하로 같이 근무했습니다. 그는 매우 열려

있는 사람이었고 자유롭고 너무나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여 그는 저에게 단 한번도 눈

살을 찌푸릴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M 면담. 2009. 2. 25).

위의 서독출신 경찰의 진술에서 잘 드러나듯이 행정통합의 대상은 동독 관료들이었고 이

들이 새로운 행정제도에 통합 여부는 그들 자신에게 달려 있었다.

다음의 진술은 동독 출신 관료 M2의 진술인데 중요한 것은 그의 새로운 행정환경에 적

응하는 것에 대한 평가이다. 그는 이러한 행정 환경의 변화를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받아

들였다.

통일이 되던 해 제 나이 오십이었습니다. 저는 조기 퇴직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오십 밖에 되지 않았고 여전히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 서독경찰업무는 제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경찰일을

계속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M2 면담. 2009 3. 16).

M2가 통합에 성공한 다른 요인은 그가 동독에서 교육을 잘 받았다는 점이다. 동독 경찰

은 동독 사회에서 우수한 교육을 받은 집단에 속하였다. 동독에서 이들은 다른 계층보다 우

수한 집단이었고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이 받았던 좋은 교육배경이 통일 후 통

합과정에서 특히 재교육과정과 서독출신 경찰과의 업무수행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요인이었다.

동독경찰은 모두 좋은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좋은 사회적 위치에 있었습니

다. 그들은 동독에서 비교적 상위계층에 속했습니다. 왜냐하면 경찰은 동독에서 잘 사는

계층이었으니까요. 그들은 아무 문제가 없는 확실한 계층이었습니다. 그들은 모르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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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것을 스스로 체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기대되었던 데로 그들 모두가 우리

와 잘 일하였습니다. 그래서 문제는 없었습니다(M 면담. 2009. 2. 25).

동독에서 경찰은 좋은 신분이어서 그들의 배우자 역시 일반적으로 좋은 교육을 받았다.

좋은 교육배경은 이들이 통일 후 불안전한 상황에서 정확한 상황판단과 안정된 삶의 전략

을 수립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제가 이미 말씀드렸듯이 저는 경감으로 일을 하였고 통일이 되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모

두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할까 ? 저는 당시 Norwa라

고 불리는 서독의 Osram과 같은 회사에 일을 하는 아내와 딸을 둔 한 가정의 가장이었

습니다. 제 아내는 직원으로 연구 분야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Norwa는 곧 창산절차에 들

어갔습니다. 왜냐하면 Osram이 동독 시장을 잠식하였고 동독에 공장을 필요로 하지 않았

습니다. 저는 곧 이러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아내를 불러 이 상황에 대해 같이 의

논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내와 함께 이력서를 써서 Osram에 보냈습니다. 이후의 결

과는 어떨지 몰랐습니다. 원서를 낸지 14일 후에 아내는 면접을 보고 곧 Osram에서 다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M2 면담. 2009 3. 16).

독일의 행정통합에서 중요한 것은 통합대상자인 동독 관료의 새로운 행정환경 변화에 대

한 확고한 의지지만 그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동독 관료가 어떤 서독 관료와 일을 했는

지가 중요하다. 동독 출신 관료와 서독 출신 관료와의 조화로운 관계가 행정통합에 있어 핵

심중의 하나이다. 대부분 행정통합에 성공적이었던 동독 관료의 주위에는 동독 관료의 통합

을 헌신적으로 돕고 동독과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이들의 변화를 인내하는 서독출신

관료가 있다.

통일 후 어느날 베를린 경찰청에 연락이 와서 경찰청이 있는 베를린 쇤네베르크

(Schöneberg)4)로 갔습니다. 거기에 나중의 제 상사인 M씨가 있었습니다. 나중에 저는 그

가 장으로 있는 부서에서 일을 했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는 항상 공정하

게 일처리를 하였다는 것입니다(M2 면담. 2009 3. 16).

동독 출신 경찰들이 통합과정에 잘 적응 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동독시절

에 수행했던 경찰업무가 통일 후에도 비교적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M2씨가 동독에서 익

힌 경찰업무의 습관, 사고체계 즉 동독의 경찰제도는 통일 후 서독의 유사한 경찰업무환경

4) 베를린의 한 구(區)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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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행정논총」 제49권 제4호

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조직적인 통합에 긍정적

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들은 동독에서 경찰이었고 통일 후에도 경찰로 근무했으니까요.

동독 출신 경찰은 경찰업무에 문외한이 아니라 그들 역시 저와 같은 직업을 가졌다는 사

람이라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통합에 있어 기본이라고 생각됩니다(M 면담. 2009. 2. 25).

저와 같이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일을 한 경찰에게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동독시절에 제 업무가 조사하고 증거를 찾고 범죄를 입증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업무는 서독에서 필요하였고 저는 통합과정에 성공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M2

면담. 2009 3. 16).

통합정책의 핵심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동・서독 관료의

공통점을 찾아서 이를 통해 적극적인 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특히 동・서독 행정업무의 유사

성을 통해 동독 출신 경찰인 M2씨는 업무의 자신감을 얻고 서독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적

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통합은 공통된 동일성에서 생겨납니다. 나중에 우리는 동독 출신 경찰과 함께 즐기는 여

가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공동으로 프로그램도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처음에

는 서로 낯설었지만 이를 통해 서로에 대해 잘 알고 동・서독의 경찰들은 업무를 서로 조

화롭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목표였습니다. (행정통합) 목표는 직업 활동

을 통해 그들(동독경할)을 통합하여 서로 같이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M 면담.

2009. 2. 25).

오랫동안 동독 출신 경찰들과 같이 일을 한 서베를린 출신 경찰M씨는 성공적인 행정통

합의 핵심을 Learning by doing(재교육을 통한 변화)라고 강조한다.

형사로서의 사고는 동독경찰 역시 가지고 있었고 동일한 직업세계관은 중요한 의미를 가

졌습니다... 저는 단지 그들이 통일 후 저와 같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리

고 그들은 저와 같이 일한 첫날부터 실행한 learning by doing은 통합정책의 중요한 요소

라고 생각합니다(M 면담. 2009. 2. 25).

겔렌이 행위 하는 인간 개념을 통해 이론화한 제도의 핵심은 반복된 행위의 습관화이다.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기 위해 인간은 많은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한번 몸에 벤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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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습관체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행위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 서서히 적응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바로 이것이 Learning

by doing이고 겔렌식으로 말하면 (이전과는 다른 의식적인 노력을 통한) 행위를 통한 새로

운 제도의 적응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재교육을 받았습니다. 재교육

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한 달 또는 일주일 간격으로 이틀은 실습위주의 교육

그리고 3일은 이론 교육말이죠. 경찰서에서 그들의 파트너와 팀을 이루거나 아니면 학교

에서 이론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시험을 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이들의 학업성취

도를 알 수 있었습니다...재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동독 출신의 경찰을 통합시키기가 어려

운 것을 깨달았습니다. 얼마나 더 이들을 재교육시키고 무엇을 더 교육시킬 것인가가 핵

심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우선 3개월 재교육프로그램을 시키고 부족하면 다시 3개월씩 이

렇게 재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조금씩 바뀌어서 95년, 96년에는 재교

육프로그램이 잘 조직되어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이렇듯 재교육프로그램은 약간은

임시변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우선 빨리 수행되고 그리고 문제점들이 개선되는 방식

으로 말이죠. 결국 재교육프로그램은 우리 경찰서에서도 팀으로 수행되었고 매우 성공적

이었습니다. 왜냐하면 learning by doing은 현존하는 가장 최고의 방법입니다. 제가 정치

학에 이무런 지식이 없지만 제가 당신 곁에 4년 동안 당신을 관찰하고 당신을 통해 배운

다면 4년 후에는 완전히 새로운 지식 수준을 보유할 것입니다. 제가 많은 것을 하지 않

고도 당신이 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learning by doing

은 이상적인 방법입니다(M 면담. 2009. 2. 25).

특히 경찰영역에서 행정통합이 잘 수행되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경찰 업무들이 정신노동

을 통한 업무수행보다는 주로 몸을 통해 수행되는 것과 밀접히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재교육프로그램에서 이론교육도 중요하였지만 동독 출신 경찰이 배운 이론을 서독 경찰동

료들과 함께 몸으로 부딪히는 현장실습을 통해 배운 이론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이들은 서서히 새로운 행정업무에 익숙해져갔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겔렌

의 아리스토텔레스 습관 개념의 재해석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인식론적 측면과 실천적인 면

양자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그들은 직업교육 그리고 업무 후 교육(Nachschulung)을 통해 재교육되었습니다. 결국 동・서독 경찰의 차이점은 사라졌습니다. 5년 후에는 사람들이 이러한 차이를 느끼지 못하였

습니다. 왜냐하면 동독 출신 경찰은 우리와 동일하게 일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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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으로부터 동일한 이해를 가지게 되었고 그들은 직업교육으로부터 통합되었습니다(M

면담. 2009. 2. 25).

동독 관료들이 새로운 행정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 위의 서

독 경찰이 진술하듯이 성공적인 통합정책은 최소한 5년간의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설계

되어야 한다.

Ⅴ 결론: 효과적인 남・북한 행정통합을 위한 몇 가지 제언

인터뷰 대상자들과의 심층면담을 통하여 독일 행정통합의 문제점과 그리고 성공적인 통

합요인을 도출하였다. 이를 통해 결론에서 효과적인 남・북한 행정통합을 위한 몇 가지 제언

을 하고자 한다.

통일 후 서독의 행정가와 전문가들은 동독의 행정제도를 단지 경제적, 정치적 측면에만

주목하여 문화적 층위를 간과하였다. 따라서 통일 후 동독지역에 서독의 행정이 일방적, 강

압적으로 구축되었다. 통일 후 동독지역에 행정의 구축은 불가피하였지만 당시 행정전문가

들이 행정통합의 문화적 측면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였다면 일방적, 강압적인 행정통합을 우

회하여 동・서독 행정문화의 충돌을 줄일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제도설계가 가능하였을 것

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신연방주에서 서독 관료 파견의 경우 전문성이 부족

한 관료들이 파견되어 행정구축과정에서 동독 출신 관료의 불만을 샀다. 이에 향후 남・북

행정통합 시에 전문성은 물론 도덕성을 겸비한 관료를 엄선하여 북한에 파견해야 할 것이

다. 능력과 도덕성 있는 관료의 파견은 북한관료의 행위를 통한 배움(learning by doing) 과

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북한의 관료들이 한국의 행정조직과 관료에 대한 거부감이 작

아질 것이다.

둘째, 행정통합과정에서 재교육을 담당하는 서독전문가들은 동독 행정문화의 고려 없이

서독공무원의 재교육프로그램을 그대로 동독공무원에 활용하였다. 남・북한 행정통합 시 북

한관료의 재교육과 관련해서 한국의 재교육 전문가들은 북한의 행정과 행정문화를 숙지해

야 할 것이다. 또한 북한 관료를 전문적으로 교육시킬 전문가 양성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북한관료의 재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셋째, 독일 경찰분야의 행정통합과 같이 동・서독의 행정업무가 유사한 분야일수록 행정통

합에 유리하다. 따라서 북한 행정의 직제를 철저하게 조사하여 우리의 행정업무와 유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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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제들을 분류하여 행정통합의 기초자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독일의 행정통합에

서 경찰행정과 소방행정 등과 같이 몸을 많이 쓰고 현장 지향적인 행정을 하는 업무가 통

합에서 유리하다는 것도 참조해야 할 것이다.

넷째, 독일의 행정통합에서 대부분의 고위직은 서독 관료가 독점하여 동독 출신 관료의

통합의지가 낮을 수 밖에 없었다. 남・북한 행정 통합 시에는 중・하위직 북한관료들 중에서

능력 있는 자들을 엄선하여 고위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우리정부는 공무원들에게 북한의 행정과 행정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의 기회

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남・북한 관료의 문화적 차이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

라 이를 통해 보다 효과적인 행정통합 제도설계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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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Study of Administrative Integration in Germany

Jiho Ahn

This study is a reconsideration of the theoretical and practical aspects of the unification of administration that has been progressing since the reunification of Germany, in particular considering the unification of the two different administrations of East and West Germany. This includes the joining of a bureaucracy which was socialized under different systems. Therefore, public administration should consider humane studies in the study of Germany's unification of administration. In this respect, Arnold Gehlen (sociologist, philosopher) is an important figure because his theory of systems is improved by putting emphasis on the question, "What are human beings?" Additionally, this study draws the primary factors for successful unification as well as unification's problems drawn from interviews with government officials. Therefore, the point is to learn from the unification of Germany by observing current events.

【Key Words: administrative Integration, Learning by doing, Institu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