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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논총 제62집 (2012. 12) 331 - 3ffi쪽

장애인 소설에 나타난 ‘장애’ 인식의 양상*

- 장애인 창작 소설을 중심으로 -

차 흐| 정 **

차 려|

1. 머리말 2) 장애의 현재적 고통과 정체성 2 대상으로서의 장애, 장애인, 장애인 탐구의 열망

문학 3) ‘장애’의 자의적 기표 구성

3 존재의 확인과 주체의 발화 4. 맺음말 장애인 소설의 의의

1) 구분됨, ‘무성(無性)적 존재’의 거부

본고는 장애인 소설을 대상으로 장애인의 ‘장애’ 인식 양상을 살펴보

았다. 장애인 소설의 장애 인식은 자신들을 타자화하여 차별하는 대다수

비장애인의 인식을 거부하거나 장애 현실을 수용하고, 자기정체성을 탐

구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이 밖에도 신체적 장애를 포함하여 사회

적 약자로까지 자의적으로 장애의 범주를 확장하여 ‘인정’과 ‘연대’의 기

* 이 글은 2012년 한중인문학회 · 한국문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을 수정 · 보완한 것으로 2009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AKS-2009-l\1B-2002)

** 중국해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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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로 새롭게 장애를 구성하고 있는 점은 흥미롭다

<해바라기 사랑>, <엄마의 남자, 그리고>의 주인공은 장애를 이유로

무성적 존재로 단정된 자신의 존재를 거부하고 세상에서 규정한 남성의

사랑에서 승화되고 있는 모습이며 <소풍>, <낙타가족>, <신의낙엽>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고통스러운 장애의 현재적 상황을 목도하

고 그것을 내면화히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해가는 과정에 천착히-고

있다. 장애를 가진 신체에 내포되어 강제적으로 수용을 요구히는 폭력의

현실은 이제 그들에게 더 이상 위협이 될 수 없다. <평상이 말을 하다>,

<구멍가게와 겨울나무>는 연대를 통해서 장애의 현실적 한계를 무화시

키는 데에까지 나아가려 했으나 또 다른 데에서 장애의 벽을 맞닥트리

게 되면서 장애인의 주체적 장애 인식의 험난한 노정을 암시하고 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문학 작품과 더불어 장애인이 창작 주체인 장애

인 소설을 감상히는 것은 의식의 방"ðJ:을 설정하는 문화적 담론의 장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주제어 . 장애, 장애인, 타자, 정체성, 주체, 인정, 연대

1. 머리말

한 장애인 소설가의 “문학은 구원이고 신앙이었다"[)는 고백은 장애에

대한 동정섬을 넘어서는, 창작에 대한 그의 절규하는 소망으로 들린다.

1) 김금철수기집~ , 장애인고용촉진공단, 1997 김금철은 〈허기와 성)>,<{그대 소

망하는 것이라면)> , <{키작은 미국인)> , <{여자가 없는 나라〉 둥의 소설집을 간

행한 척수마비 장애인 작가이다(장애인 문학은 한국장애인문인협회가 1990년 12 월 7일 창립되면서부터 그 모습을 드러내 활동하게 되었다 현재 한국장애인복지

진흥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을 비롯하여 ‘곰두리문학상’, ‘한국장애

인근로자문학상’ 등이 장애인 문학 창작 활동을 고취,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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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소설에 나타난 ‘장애’ 인식의 양상 333

더불어 장애인 창작 활동의 의미와 그 필요를 단번에 짐작할 수 있는 강

력한 메시지로 작용 한다, 작가 김원일 역시 “행복을 누리고 있는 사람

들에게 더 큰 행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외된 사람들에 대하여

인간적 가치를 두는 것이 소설의 본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다"2)고 말한

다. 소외된 자들을 작품 속에 담아내어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존재 가치

를 찾아주고 그들의 장애를 담론으로 인간의 근원적 존재 가치를 탐구

하는 것이 소설의 역할이라는 의미이다.

문학이 반영론적 차원에서 사회적 맥락 및 은폐되거나 의도적으로 만

들어진 사회의 관계들을 담지하고 있음에 동의한다면 장애인 창작 문학

작품이 사회의 개별적 특성과 인간 현상의 복잡다단한 모습을 그야말로

다%ε하고 복합적으로 제시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럽

게 모든 문학적인 자료는 사회적인 의미를 띠게 되어 순수한 사회학적

자료를 보강하고 설명해 줄 수 있는 가치를 지니게 된다. 신산한 삶의

구체적 표현을 통해 구현되는 인간 삶의 보편적 특성은 사회 · 역사학에

서는 불가능한 개인의 내면까지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이제 문학이

사회 현상과 그 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측정해 내는 가장 효과적

인 지표들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음에 동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학의 특성에 기대어 장애인의 삶과 그들의 ‘장애’ 인식의 양

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장애인 문학’3) , 즉 장애인이 창작한 문학은 지

2) r명사대담」 , 『솟대문학~ 2004 여름 54호, 2004

3) 장애인 문학은 아직 그 개념이 연구자에 따라 정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 체적으로는 장애인 작가의 작품과, 장애가 그 소재, 제재가 되거나 장애 인물의

갈등이 두드러지는 작품을 범주화하여 장애인 문학으로 명명하고 있다. 그러나

본고는 장애인이 창작한 문학 전반을 ‘장애인 문학’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이는

장애인 창작 문희에 대한 이해와 그 문학의 특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장애인 이해

가 부족한 현재적 상황에서 ‘장애인문학’으로 규정했을 때에 신체적 장애를 가진

특성만을 협소하게 드러낼 수 있음을 염려한 까닭이다 창작 주체의 신체적 특징

만을 조건으로 할 때에 장애인 문학의 장르가 형성되기에는 제한적일 수 있으며,

그렇게 했을 때(문학을 특수한 영역으로 국한했을 때) 문학의 보편성을 확보하기

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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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까지 ‘구분됨’으로 일관해 온 차별적 장애 이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

디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본고는 장애인 문학의 범주 안에서 장애인

소설4)을 대상으로 소설에 나타난 장애 인식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장애인 소설을 장애인 문학의 범주 안에서 대상화 하는 것은 장애인 소

설에 담긴 이념이나 세계관 차원의 변별성을 찾아 ‘장애인문학’으로 그

범주를 확정하기 위한 전략적 행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고가 장애인 작기-5)의 소설6)에 나타난 장애 인식의 양상을 살펴보

는 것을 통해서 목적하는 것은 세 가지이다 우선 작가의 가치관과 세계

관이 작품 속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장애인 창작 소설에 나타

난 장애 인식을 살펴볼 것이다. 연구를 통해서 현재적으로 장애, 장애인

에 대해 가지고 있는 비장애인의 일방적이며 차별적인 인식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 수정을 요구하는 동시에 장애,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또 하나는 장애인 소

설이 문학으로서의 보편성 획득과 비로소 문학의 한 범주로 자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그 첫걸음을 놓으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화,

세분화 되어가는 한국 사회가 장애인 소설을 ‘우리’의 표현행위의 결과

물에 포함시키고 공감하는 것을 통해서 장애인 소설이 다문화 사회 소

통의 메시지가 될 수 있기를 타진해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소설을 포함한 장애인 문학에 대한 연구는 창작을 재활의

4) 본고에서는 ‘장애인 소설’을 ‘장애인 창작 소설’을 일걷는 의미로 사용하고자 한

다. 이후 논지 전개 상 문제를 발생하지 않는 차원에서 병행하여 λ}용하였다

5) r솟대문학』은 3회 추천을 통해서 정식 작가 동단의 과정을 완성한다 둥단 이후

정식 작가로 사)장애인문화진흥회(2000년 설립) 한국장애인문화협회 회원으로

퉁록되어 창작 활동을 지속하고 지원도 받는다,

6) 본고는 국내 유일 장애인종합문예지 『솟대문학』에 실린 소설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r솟대문학』은 19.)1년 창간호 발간 이래 현재까지 년간 4회 문예지를 발

간한다 19.)1년 봄 창간호부터 2011년 겨울호까지 게재된 소설은 모두 125여 편

이며 그중 장애인이 주인공이거나 주요 동장인물인 소설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

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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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소설에 나타난 ‘장애’ 인식의 $냉 335

한 과정에 편입하거나 창작물을 통해서 장애인들의 직업 활동의 경험을

살펴보는 등의 재활과 교정7) 및 장애인 문화예술횡t유 권리와 장애인관

과 관련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었다.8) 이러한 연구는 장애인의 재

활에 글쓰기 활동이 효과가 있음을 밝히거나 장애인을 위한 복지 · 문화

정책의 마련을 촉구승}는 데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데에 의의를 갖

는다. 문학과 문학교육 분야의 경우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작품에 대한

연구와 바람직한 장애인관 형성에 대한 관심과 교육적 효과에 주목해왔

다.9 ) 소설에 나타난 장애인의 모습을 통해서 시대적 상황과 인식을 밝

혀낸 연구10)는 문학을 통한 역사, 사회 이해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었

7) 오세철장애인 문학의 변천과 재활 과정의 특성에 관한 고찰J,重複 · 뼈體不

범由冊究』第~卷第1從 flX體不딩由兒敎育學會, 2007, '257-앙7쪽

김광분한국 문학 작품에 나타난 장애인 가족, 친지 반응 연구」 , 『重複 · 뾰體不

自由꿈院.J 29호, 股體不自由兒敎育學會, 1997, 102-120쪽. 8) 김광순 · 이승희한국소설에 나타난 장애인관 연구 191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를 중심으로J ,특수교육학연구』제36권제4호, 특수교육학회, 2002, 29-~쪽-

김정애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에 관한 연구J , 경남대학교석사학위논문, 2010 전병태 · 백령장애인 예술활동 지원 방안J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07

최선희 · 이승회한국소설에 나타난 장애인관 연구 1980년부터 2007년까지를

중심으로J,특수교육학연구』제43권제3호, 특수교육학회, 2α)8, 101-120쪽

황용하 · 이승회한국소설에 나타난 장애인관 연구←19.:D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를 중심으로J,특수교육학연구』제39권^~13호, 특수교육학회, 2004, 95-113쪽 9) 갈원원한국현대소설에 나타난 장애인 연구-언어장애와 시각장애를 중심으로J ,

계명대학교석사학위논문, 2010

김미영한국 현대소설에 나타난 장애OJ상의 탈식민주의 연구 식민지 시대 단

편소설을 중심으로J , 비교문학.J vol때, 2ros, 100-130쪽

김미영현대소설에 나타난 장애인물의 교육적 의미 고찰」 , 『한국언어문화연

구.J, 한국언어문학화학회, 2005, 3'25-349쪽

박희병‘병신’에의 『때j;영-近代化 텍스트에서의」, 『古典文‘향핍당E.!24집, 한국고전

문학회, 2003, 309-361쪽

이수정현대소설의 일탈적 인물화 연구J , 서강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10. 한만수식민지 시기 검열과 1930년대 장애우 인물 소설」 , 『한국문학연구J29집,

동국대학교한국문학연구소, 2005, 7-33쪽 10) 김미영, ( r현대소설에 나타난 장애인물의 교육적 의미 고찰J ), 위의 논문

박희병, 위의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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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한국문학논총 제62집

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소설을 포함해 장애인이 창작한 문

학에 대한 소개와 연구는 거의 전무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작품의 문학

적 성취 정도가 독자와 연구자의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갖

는 한계도 있을 테지만 창작자로서 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있음

을 생각할 때에, 그 관심의 정도가 아쉽다 11)

이에 본고는 우선 타자로 규정된 장애 장애인의 현실적 이해의 상황

을 점검, 고찰해보는 것으로 연구를 시작하고자 한다. 그리고 장애인 소

설에 나타난 장애 인식의 OJ:상을 통해서 그 속에 담지된 장애의 현재적

고통과 장애 인식을 통한 정체성 구성의 방식과 그 실체를 살펴보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소설 속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장애 인식 OJ:상의 문

제를 현실적으로, 존재론적으로 천착하여 장애인의 내면적 사고와 객관

적인 환경을 통해 어떤 경우에도 일반화될 수 있는 삶의 진실을 포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 근래 문화예술 방면에서 집중하고 있는 문화 다

양성의 함축적이며 응축된 문화적 가능성을 장애인 소설을 통해서도 발

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장애인 문학을 한국문학에 포함하여 그 외

연을 넓힐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2. 대상으로서의 장애, 장애인, 장애인 문학

제노포비아(xenophobia)는 이방인이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뜻하며

한만수, 위의 논문 ll ) 현재 장애인 문학 활동의 어려움은 제대로 된 문학 교육을 받을 수 없고, 창작 활동 역시 어렵디는 점이다 그들은 복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단발적인

문학교육만을 받을 수밖에 없다(현재 장애인 문학 교육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장애인문학교실 r열린전북~ , 2αX3)나 경기도문화예술재단, 서울시문화재단, 보

건복지부, 문화예술관광부 등의 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교육 주관자인 장

애 인문화진흥회 동도 정부부처와 산하 기관으로부터 받은 지원을 통해서 단발

적으로 장애인 창작 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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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소설에 나타난 ‘장애’ 인식의 양상 337

인종주의보다 포괄적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는 용어이다 12) 이는 낯선

인간에 대한 방어와 경계가 심해 인권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를

뒷받침하듯 다수의 학자와 비평가들이 인종과 성, 장애의 비슷함을 지적

한다. 스나이더와 미첼(Sharon L. S nyder&David T. 1\따tchell)은 그들의

최근 저서 『장애 의 문화적 현장들(C띠tural Iρcations of Ðisability) .n 에

서 장애학의 첫 번째 노력 중의 하나가 장애를 치료하거나 보완하거나

심지어 제거해버려야 할 대상으로 파악하는 “의학적 접근 모델”의 대안

을 찾는 것1~)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장애, 장애인을 바라보

는 현재적 인식의 정도와 문제점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다른 사회적 소수집단과 마찬가지로 장애인도 육체적 다름을 확대해

차별과 배제의 담론을 만든 자들에 의해 경제적 차별, 사회적 열등화, 정

치적 억압을 경험하고, 주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때문에 ‘다름’을 다양성

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다름을 권력과 지위를 차동 배정하

는 차별의 근거로 삼으려는 모든 시도에 대한 관심영역 속에 장애, 장애

인도 포함되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1999년 장애인 복지법은 장애인은 “신체적 · 정신적 장애 때문에 일상

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새로 정의하고 있다.

이전에 장애인은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정신지체 다

섯 가지 영역을 통해서만 정의되었다 14) 즉 장애인은 가지고 있는 장애

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존재란 것인데 이것은 장애를

생태학적 관점으로 인식하여 그것을 사회에 부정적, 비현실적, 비경제적

영향을 주는 요소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그 자체가 하

나의 차별적 행위로, 수많은 고정관념들이 해당 집단에 대한 감정적 차

12) 김세균 외유럽의 제노포비아~, 문학과학사, 2αXì, 17쪽.

13) Sharon L. Snyder & David T. Mitchell, Culture Locations of Di있bility,

Chicago:U of chicago P, 2αXì, 10.를 손홍일장애학적 시각과 문학 연구/비

평」 , 『신영어영문학회 2011 겨울학술발표회자료집~ , 2011, p.36에서 재인용 14) 김용득 · 유동철 엮음 한국장애인복지의 이해i제4판) , 인간과복지, 2CfJ5, 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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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 한국문학논총 제62집

원의 태도와 행동적 차원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은 고정관념에 의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받으며, 감정적 차원의 태도들은 신념적 차원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면서 차별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단계에까지 이른다 때문에 이러한

고정관념이 권력화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권력은 통치

자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배와 무관해 보이는 무수한 지점, 관계

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행사1 5)되기 때문이다 신체적 · 정신적 차이로 정

상과 비정상으로 인간형을 변별하는 이분법적 구분은 객관적 인식이라

기보다 특정한 사회적 가치가 반영된 권력의 산물일 뿐이다. 따라서 장

애, 장애인을 타자화한 권력적 이해는 장애인의 가치존재를 올바로 평가

하지 못한다.

한국 문학에 나타난 장애인의 모습 역시 타자로 존재해오면서 편협한

이해를 낳았다 장애인들은 회피 등의 방어기제를 보이는 삶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 결과 문학 속 비장애인들이 생산해내는

장애인들의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거나 제한적이었다. 이는 편협된

장애 이해를 낳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애인을 상징적인 목적으로만 이

용하는 것은 장애인들의 삶의 복합성을 지워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문학은 삶의 결핍과 상실, 소외에서 창작의 동기를 얻게 되며 그것에

천착한다 그 과정에서 장애의 문학 모티프는 소외된 인간의 고통을 대

변하는 하나의 중요한 비유로 작용한다. 문학은 이렇게 자기 존재의 의

미를 갖춰가면서 궁극적으로 문학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해내는 것이다.

15) 미셀 푸코 r성의 역사 1: 앓의 의지~ , 이규현 옮김, 나남, 2α껴, pp.1l8-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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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소설에 나타난 ‘장애’ 인식의 O.}상 339

3. 존재의 확인과 주체의 발화

1) 구분됨 , ‘무성 (無性)적 존재’의 거부

장애인은 사회적 타자로서 발생학적 혹은 생물학적 차별의 이중의 억

압 상황 속에서 하위주체 (the subaltem)가 되어버린다 때문에 이들의

사랑 역시 그 진실에 대한 탐색보다는 동정과 위로의 대상이 될 뿐이다.

그러나 다음 몇 편의 소설에서는 장애인이 현재의 자신의 삶을 적극적

으로 구성해기는 것을 보여주면서 비극적이라 할 수 있는 장애인의 삶

과 사랑에 대한 생태학적 인식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아빠란 말을 원없이, 원없이, 아빠 ... 이 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눈물

이 핑 돌았다 고개를 돌려 다시 하늘을 보았다 선아에게는 미안한 일

이지만 내가 불러야 할 아빠는 이미 있었다. 그 사람을 언제쯤 아빠로

부르게 될지 모르지만, 내가 아빠로 호칭할 사람은 그 사람뿐이었다 나

는 입속으로 나직하게 ‘생신 축하해요!’ 했다 그리고 더 나직하게 한 단

어를 이었다. 아빠116)

인용문은 <엄마의 남자 그리고>의 결말 부분으로 주인공 ‘혜지’의 딸

‘미나’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장애인 아버지 ‘그’를 인정하는 장

면이다 주인공 혜지와 그의 사랑은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미나의 임신

역시 그랬다 혜지는 세상의 잣대와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의지

자체가 발아, 발현되지 않았으며 문맹자이며 장애인인 그와 공기처럼 가

까워졌고 임신, 출산으로 이어졌다. 딸 미나 역시 장애인 아버지를 인정

하고 받아들인다. 그 역시 미나가 자신의 딸인 것을 알았을 때나, 혜지가

자신의 곁을 떠난 것 까지 그 모두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는 대학 졸업자인 혜지에 대한 열등감이나 자신의 장애적 상황에

16) 김진균, <엄마의 남자, 그리고>, r솟대문학J71호, 2008, 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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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 한국문학논총 제62집

대한 절망, 버려졌다는 의식, 이 모든 것으로부터 지유롭다. 혜지 , 미나,

그 세 명 모두는 기족임을 확인하고 인정하면서도 개별적인 완전한 주

체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혜지는 그의 곁을 떠나서 혼자서 미나를 낳

아 길렀고, 미나 역시 아버지 없이 여고생이 된 그 시간을 순순히 인정

하고 받아들인다. 그 역시 혜지를 떠나보내고 다시 만나기까지 어떤 갈

등도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이후 미나가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조차 충격이 아니며, 담담히 인정할 수 있는 일이다

그는 딸을 둔 완전한 남성이며 동시에 완전한 객체로서의 인간으로 존

재한다. 인간의 실존적 조건은 자신이 주체적으로 나설 때라야 비로소

극복의 길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놀랬어? 내가 생각하는 거와 비슷한지 모르겠네 어때 나의 깜짝 이

벤트가?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난 가슴속 저 밑바닥에서 무언가를 발

견한 아이처럼 가슴이 뛰었어 그리고 당신을 서서히 알면서 당신에 대

해서 난 무언가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 그리고 난 당신을 경애가

아닌 당신자체를 그리워한다는 것을 알았어 그것이 사랑이란 것을 알

았지. 하지만 세상은 그리 쉽게 되는 게 아닌가봐 당신의 사랑을 느낄

때는 이미 난 모든 것이 끝나고 있었지 그래서 생각을 했어. 당신이 무

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당신의 미음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말이

야 "17)

<해바라기 사랑>의 주인공 ‘민철’은 일란성 쌍둥이다. 그는 화가이고

동생 ‘상철’은 의사이다 민철은 교통사고로 자신의 두 다리와 사랑하는

여인 ‘경애’를 잃었다. ‘수하’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받은 미혼모이다.

민철은 경애를 닮은 수히를 만난 순간부터 사랑하게 되지만 그것은 경

애의 모습을 닮은 수하에 대한 사랑이 아니며 결말에는 숭고한 인간애

로 승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민철이 죽어가면서 수하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라 생각하고 출산을 기대하거나 수하에게 어머니를 찾아주

17) 임용혁, <해바라기 사랑>, r솟대문학~37호, 2CXXl, 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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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소설에 나타난 ‘장애’ 인식의 양상 341

고, 자신의 집을 남겨준 주된 사건은 수하가 ‘철수’를 낳고, 사망한 민철

의 유해를 뿌린 바다를 찾는데서 결말을 맺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앓은 민철과 가난 때문에 버림받은 수하는 훼손된

삶을 안고 살아가야 승1는 ‘장애인’18)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으로

서의 민철의 사랑은 비장애인일 때의 욕정적인 사랑을 뛰어넘는 인간애

로 완성되고 있다 이는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고 자신의 현재적 상황을

인정하는 것으로 더 이상의 자존감 훼손을 경계하는 것인 동시에 세상

의 편견으로는 ‘사랑을 할 수 없는’ 그들의 무성적 존재를 벗겨내는 행위

로 이해할수 있다.

장애인 주인공의 존재론적 확인에의 의지는 <신의 낙엽>19)에서도 확

인할 수 있다. 주인공 ‘강허빈’은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보이지 않기 때

문에 자신과 상대방의 눈벚에서 끊임없이 나는 소리에 집중한다. 그는

존재론적 현상의 구체적 감각을 추적히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자기존재 인식과 방치의 경계에서 소멸해버리는 운명의 정체를 확인하

고 싶은 것으로, 또 사랑하는 여인을 둔 남성으로서의 존재를 찾으려는

행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대학 학생이던 그가 이제는 손으로

만져서야 알 수 있는 여자의 얼굴을 자꾸만 회화적으로 재구성하려 애

쓰는 것은 이러한 심리적 기제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학이란 궁극적인 변에서 인간의 존재양식에 관한 탐구 또는 가치

있는 체혐의 기록이기 때문에 모든 삶의 문제가 다 다루어질 수 있을 것

이다. 이런 이유에서 앞서 살핀 장애인 소설의 자기존재 확인의 의의는

문학이 가진 보편적 가치 속에 자리할 수 있는 것이다.

18) 육체적, 정신적 상처로 인한 삶에의 일탈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의 범 주를 확장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스웨덴의 경우 의사소통이 어려운 이

주노동자 이동이 불편한 임산부 둥도 장애 범주에 포함시켜 적극적으로 해석하

여 전 국민의 40-~%를 장애인 혹은 한시적 장애인으로 규정한다

19) 공원호,<신의 낙엽>, w솟대문학~3,4,5,6,7,8호 연재(1991 - 1992) / ~신의낙엽~,

주변의 길, 1993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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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한국문학논총 제62집

2) 장애의 현재적 고통과 정체성 탐구의 열망

현실 속에서의 다수자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지 않는다. 소수자로서

억압과 고통을 받고, 이를 느껴본 사람만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되물을

뿐이다. 이들은 소수자로서의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확

인한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성적 소수자, 외국인노동자 동은 자신의 육

체적, 성적, 인종적, 계급적 정체성에서 비롯되는 현실을 담은 특별한 서

사를 갖는다. 그리고 사회적 현실과 문화적 이해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

게 정체성을 구성해 간다. 소수자는 다수자에 의해 결정된 가치 기준과

다르기 때문에 발생되는 문제를 시작으로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서사

를 끊임없이 서술하는 것이다

장애인은 끊임없이 자신의 신체적 장애를 인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대다수 비장애인의 정체성 인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갖는다, 이때 장애인 소설이 그 영역에서 가지는 강점이 있

다면 그것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장애 또는 장애인과 관련된 깊은 고통

의 심연을 두드려 보는, 그러한 절박성의 강도를 엿볼 수 있디는 것이다

저 많은 장애인들과 섞여, 또 낯선 봉사자들에게 일일이 도움을 받아

야 하는 불편한 외출은 상상만 해도 신경이 곤두서는 고역스런 경험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아파트 단지는 물론 동사무소까지 곳곳을 풀 방구

리 쥐 드나들듯 하며 시시콜콜 참견하길 제 일로 삼는 계반장이고 보면,

그와의 약속을 쉽사리 묵살할 일도 아니었다. 이 고역스럽고 찜찜한 나

들이를 다녀오면 남자도 저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볕바른 공원에 나가

해바라기를 하게 될 것이다 ... 중략… “이 놈의 병신 새끼들이 또 육갑

질하러 나왔구만. 개 같은 놈의 세상, 관(官)것들에게 쫓겨 탱기며 겨우

풀칠이나 하는 신세도 처량한데 이제 이런 병신 새끼들까지 생지랄이

네. 오냐, 누가 이기나 함 붙어보자사내가 씩씩대며 계반장의 벽살을

틀어쥐고는 들어올린다 계반장의 왜소한 살피듬이 사내의 손아귀에 붙

들려 꼼짝달싹 못한 채 럽석 들린다 계반장의 힘없는 두 다리가 헝깊인

형의 그것처럼 축 늘어진다 갑작스런 사내의 공격에 잠시 당황했던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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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소설에 나타난 ‘장애 ’ 인식의 CJ상 343

반장도 맥없이 당하지 않겠다는 듯 %빨로 사내의 목덜미를 감싸안는

다2이

<소풍>의 ‘나’는 중도장애인21)이다.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고, 그에 따

른 적절한 보상도 받았다 그는 40대 중반이 되면 가족과 함께 1년에 한

차례 씩은 해외여행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살았고, 그 때가 눈

앞이었다 그러나 새벽길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어 장애인이 되었고

아내는 쌓여가는 병원비를 처리하고 이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과정

에서 지쳤다.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를 위해서 이혼했고,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는 열다가 쏟아버린 참치 캔에 손목을 긋고 자살 시

도까지 한다. 비참하고 절망스러운 매일이 계속되는 중에 찾아온 ‘계반

장’은 말 많고 수단 좋은 장애인으로 어느 날 ‘소풍’ 가자며 그를 데리고

길거리 좌판 단속에 나섰다 그는 장애라는 절망적 상황 속에서 더욱 가

혹하고 냉정하게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어느날 부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은 개인을 끊임없이

절망시킨다. 장애인의 이러한 자기부정의 모습은 길거리에서 좌판을 벌

이고 먹고 사는 가난한 상인의 절망과도 닮아 있다 그들은 모두 타자이

며 고통과 자기연민, 자기경멸에 노출된 존재들이다 돈 몇 푼에 일감을

얻은 “휠체어”들은 착취의 정당화를 위해서 서구 중심의 세계화가 민족

· 인종 차별을 낳았던 것처럼22)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대상으로 자신의

이익을 의도해 온 행위에 동원, 희생되고 있다. 주목할 것은 그들을 동원

한 비장애인의 이러한 행위가 장애인들처럼 우리 사회 타자로 존재하는

가난한 길거리 상인들과의 대립과 충돌을 만들어내면서 둘 모두를 소외

20) 이용석,<소풍>, r솟대문학J71호, 2008, 116-133쪽 21) 보건복지부 조사 2011년 12월 현재 등록장애인 수는 2,519,241명으로 3년마다

이뤄지는 조시를 통해 볼 때 급속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중 후천적 원

인으로 장애인(중도장애인)이 된 사례의 수가 전체 징애발생의 90%를 차지하

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잠재적 장애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2) 박경태소수자와 한국사회 이주노동자, 화교, 혼혈인~, 후마니타스, 2α)8,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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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한국문학논총 재62집

하고 있는 동시에 서로를 대립하게 하면서 끊임없이 갈라놓고 있디는

것이다

<소풍>의 주인공은 신체적 장애의 현재적 고통을 체험동}는 동시에

사회 하층민으로서의 절망까지 안게 된다. 이는 신체적 장애뿐만 아니라

장애로 인해 더불어 겪게 되는 빈곤과 냉대 속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정

체성의 0,]:상을 구체화 하고 있다. 인간을 억압하는 제도의 잔인성과 허

위성은 작가 본인이 장애를 지니고 있는 경우 인간의 실존적 조건이라

는 측면에서의 집중적인 추구를 촉발하는 동시에 이를 밝히려는 의지를

구성한다는 점에서도 그 중요성을 시사한다

혼자 살아라, 내가 돌봐 줄께, 어머니는 딸을 부둥켜안고 애원했다

혼자의 몸으로도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을 두 사람의 불구가 보태어져

어떻게 살아갈 거란 말이냐, 결코 수긍하지 않는 그녀의 앞에서 그녀의

어머니는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공포심에 사로잡힌 어머니의 눈이 불안

하게 희번펙거렸다 …중략· 그녀의 어머니가 번번이 두 눈을 질끈 감

고 지나가야 했던 것은 우향 우, 좌향 좌,라고 소리 높여 외치던 세상의

일방적인 가치관이었을 것이다 거기서 뒤뚱거리고 밀려나야 하고 놀림

당하던 딸을, 그리고 사위를 차마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없었던 것이었

다중략 .. . 비는 조금도 잦아들지 않고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우

산을 들고 아이 마중을 가는 일 따위란 그녀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래바람처럼 흩날리고 있는 빗속으로 긴 눈씹을 드리운 낙

타 몇 마리가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 칭 밖으로 보였다 아이는 아

이 몫의 비를 맞고 집으로 돌아올 것이었다23)

<낙타가족>의 주인공 ‘경애’는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남편 역시 장애

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아이의 운동회에 가면서 비장애인 부모를 둔 아

이들에게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 작은 일까지 불편을 겪고, 수고를 얻

어야 승}는 자신의 상황 때문에 아이에게 미안하다. 초등학교 5학년생 아

23) 김미선,<낙타가족>, r솟대문학~41호, 2001, 173-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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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소설에 나타난 ‘장애’ 인식의 %냉 345

이는 의젓하게도 엄마의 불편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몫이

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신의 아이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들과의 비교 속에서 혹시라

도 절망할까 염려하는 경애의 마음은 자신의 청소년기를 회상하면서 반

전을 맞게 된다. 경애는 장애를 가진 자신의 존재를 “죄업”으로 생각하

는 어머니와 갈등 할 수밖에 없었다 경애의 의지와는 다르게 그녀는 어

머니의 짐이었고, 어머니는 기꺼이 그 짐을 지고 가야한다고 생각했으나

그 속에는 절망과 한숨, 한탄과 자기연민이 내포되어 있었다. 경애는 어

머니의 보살펌과 그것으로 인해 세상과 단절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녀의 가출은 ‘어머니의 이름’으로 세상과 차단되었던 자신의 현재적

상황을 끊어내는 행위였고 장애를 가진 남성과 결혼 하겠다는 데에까지

이르는, 대단히 주체적인 결정이었다.

어머니는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공포심에 사로잡혀 불안하게 희번

떡거렸”지만 그녀는 단호했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했는지 작품을 통

해서 찾아내기는 어렵다. 다만 도시락을 들고, 목발을 짚고서 아이의 운

동회에 나름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에서 “모래바람처럼 흩날리고 있는

빗속으로 긴 눈썽을 드리운 낙타 몇 마리가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것”처

럼 자신의 아이도 자신의 몫의 비를 맞고 돌아와야 한다는 그녀의 생각

을 통해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신체적 장애를 가진 현재적 자

신의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열 일곱 살 가출을 감행했던

때부터 현재에까지 이르는 경애란 장애 여성의 정체성의 실체로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비장애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들의 차별적 시선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아픔과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기 몫의 비”를 맞겠다

는, 또 자신의 아이도 자기 몫의 비를 맞고 집으로 돌아올 것이란 생각

은 장애의 현실적 문제를 직시히는 속에서 구성된 정체성 탐구에의 결

과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획일적인 세상의 가치관 앞에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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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 한국문학논총 제62집

번이 “두 눈을 질끈 감고 지나가야 했던” 어머니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

르다 그녀의 어머니에게 ‘정상에서 빗겨난’ 딸의 존재는 아폼인 동시에

불안이었고, 장애인과 결혼하여 가족을 이루겠다는 딸이 의지는 두려움

과 공포였다 그러나 정작 경애는 자신의 신체적 장애 사실과 마주하고

인정하며, 현재의 니를 구성해내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녀는 장애인이

가족을 구성하는 것에 대한 주변의 걱정과 평가를 내면화하는 동시에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하고 그것을 탐구하

는 것이다.

3) ‘장애’의 자의적 기표 구성

푸코는 정상적 질서 주변이나 바깥에 있는 사회적 타자를 통해 정상

적 질서가 만들어지고 기능하면서 어떻게 타자들을 배제하고 억압24)하

는지에 주목한다. 이때 푸코가 말한 타자는 지배 이데올로기 때문에 소

외나 격리를 당하는 약자, 소수자에 해당하는 인물로서 장애인이야말로

타자 중의 하나가 펼 것이다 이러한 타자의 생산 방식이 다음의 몇 편

의 소설 속에서 도전 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은 염 사장 말이, 장애 인복지관이 들어서지 못하게 반대를 하다

보면 구청 측에서 설득을 하기위해 모종의 경제적 지원을 한다고 합디

다 그러면서 상가에서 서벙을 받은 다음엔 중형아파트의 주민들에게서

도 서명을 받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중략- “병원에 다녀온 사람들

얘기가 염 사장 부인은 두 다리를 절단해야만 한다더라” 방울이의 그

말에 묘한 여운과 함께 종복 씨가 연상되었어 결국 아무 인과관계가 없

는 사고였다니, 염 사장 부인이나 나나 한마디로 재수가 없었던 거지

뭐 문득 훈명이라는 낱말이 떠오르는데, 방울이가 말을 이었어 “평상,

죽기 전에 나에게 물었던 거 기억나-7"“글셰 , 침묵만 지키던 너에게 물어

봤던 게 한두 가지냐?" “염 사장을 두고 ‘과연 구제불능일까?’ 하고 물었

24) 미셀 푸코 r광기의 역사~ , 김부용 옮김, 인간사랑, 1993, 2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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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소설에 나타난 ‘장애’ 인식의 양상 347

잖아 “아, 생각난다 염 사장에게 봉변을 딩한 기동 씨가 가게로 들어

가며 한 말을 듣고 너에게 물었었지 “끔찍한 결과지만 이제 구제가 된

거 아니겠어?” “구제가 방울이가 한 말의 의미를 내가 얼른 파악

하지 못하고 얼버무리자, 내게서 먼 하늘로 시선을 돌린 방울이가 뒷다

리를 들어 제 목덜미를 암팡지게 긁고 있어25) *-연구자 강조주

장애인복지관이 생기는데 자주 발생하는 ‘주민반대서명’ 등의 지역이

기주의는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평상이 말하다>도 임대와 중형 아파

트가 공존하는 단지에서 벌어진 일을 제재로 권력을 가진 자가 만든 메

커니즘에 스스로 얽혀 들어가는 군상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 주체가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가난하고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32평 중형 아파트에 살면서 영구임대아파트 사람들과

자신을 구별하고 싶어 하는 인물들, 스스로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가난과 신체적 결손의 기준으로

자신과 다른 이를 구별하려는 그들이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되

고 구별되는 사회적 약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동슈퍼’ 앞에 놓여있는 평상이 자신을 걸터앉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과 그들의 사건을 서술핸 방식으로 구성되는 <평상이 말하다>

는 32평 아파트에 살며 부동산을 운영하고 상가번영회 회장 등 이러저

러한 직함 달기를 좋아승}는 ‘염 사장’과 전기공사를 하던 중 고압선에 감

전되어 무릎 아래 양쪽 발을 잃은 ‘종복’ 사이의 갈등이 주요 사건을 이

룬다. 아이들 문제로 시작된 갈등은 급기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대립으

로 발전하는데 염사장이 중형아파트 주민과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장

애, 결손(조손가정, 한부모 가정 등)가정과의 갈등으로 확장, 증폭시키면

서 그 골은 깊어지고 동시에 새로운 타자의 출현으로 이어진다.

장애인복지관 설립 반대를 통해서 구청에서 돈을 받으려는 의도는 그

이전까지 아파트 단지에서 미약했던 장애/ 비장애, 서믿Y빈민의 구분을

25) 김창호,<평상이 말하다>, r솟대문학J70호, 2뼈여름, 266-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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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한국문학논총 제62집

명정하게 드러내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이로 인해 이웃도 재편성되고 말

았다. 다른 이와 자신을 끊임없이 구별하려는 노력은 그 일에 몰입하면

서 뜻밖의 결과를 낳는다. 염사장의 아내가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게

되는 사건이 그것이다 이를 두고 평상에 묶여있던 강아지 ‘방울이’가

“끔찍한 결과지만 이제 구제가 된 거 아니겠어?"한 것은 염사장이 지신

의 아내가 두 다리를 잃고서야 장애, 장애인의 고통과 그 현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인데 이는 장애, 장애인의 실체를 구성하는 새롭고도 자의적

인 기표 구성의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다리를 잃어서 장

애인이 된 아내를 통해서 염사장이 ‘구제가 되었다’는 것은 장애를 갖게

되면서 권력적이고 차별을 생산한 질서의 주체로부터 철저히 타자화 되

었던 것에서 벗어나 그들의 질서구성 방식과 의도를 거부하는 주체로서

재생의 삶의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

는 것이다 신체적 장애를 입는 것으로 인격적 구제를 받게 되며, 소수

자, 약자 등 사회적 타자를 만들어서 그것으로부터 구성되는 ‘정상적 질

서’의 구성 방식과 그것의 유지 방식을 거절하는 새로운 ‘장애’ 구성의

기표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는 ‘정상적 질서’에 의해서 배제된, 타자라는

주홍글씨를 넘어서는 유희적 행위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기

동슈퍼 아파트 단지는 평화로이 공존했던 이전의 모습을 되찾을 가능성

을 갖게 됨과 동시에 서로를 호명하는 인정의 모습을 만들어 갈 수 있겠

다는 예측도 가능해진 것이다.

바둥거리면 거릴수록 쥐의 몸통을 조여오는 조임쇠는 성난 황소처럼

더욱 밀치며 옥촬 것이다 쥐들도 그냥 체념하며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

는 편이 좋을 것이다 이루어지지 않을 꿈을 꾼다는 것은 망상일 뿐이며

시간의 적자인 것이다 중략 .. 두 손을 마음대로 쓴다변 한쪽 손으로

진열대를 잡고 중심을 잡은 디음 열어야 하지만. 안으로 휘어버린 손은

그의 작은 바램도 안타깝게도 외면한다 하지만 달봉이는 한 손이라도

쓴다는 거에 대해 늘 감사해 한다. 한 손 마저 없다면 밥은 어떻게 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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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소설에 나타난 ‘장애’ 인식의 양상 349

것이며 , 세수는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만으로 암담한 일이 아니던가 주

어진 여건에 감사하며 살 때, 그때 비로소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의단; 달봉이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두 다리로 실질적으로 한 다리는

짧아서 무용지물이디- 중심을 강단지게 잡으며 이를 악문다 ... 중략 ...

할머니, 이 과자 새로 들어 왔어요. 아이들이 맛있대요 저희가게에 많이

있으니까 원가에 가지고 가세요]라고 쓰인 메모를 꺼내 보이는 거다.

말을 못해도 이런 일의 의사 전달은 메모하나로 충분한 것이다.26)

<구멍가게와 겨울나무>의 ‘달봉’은 중복장애 이외는 가진 것이 없는

장애인이고 ‘종덕’은 가난한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아이이다 달봉에게

종덕은 맛있는 과자를 추천해주고, 그것을 들여놓아 그나마 구멍가게 매

상을 올릴 수 있게 해주는 조력자이면서 영향력 있는 고문이다. 달봉이

종덕에게 미모사 화분을 선물하고, 종덕이 달봉에게 활짝 웃는 얼굴을

그려준 것은 살짝 스치는 데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모사를 닮은 약

하고 예민한 종덕의 상황이다 종덕이 그린 달봉의 웃는 얼굴 역시 어느

한 군데 멋진 데라곤 없는 달봉의 현재적 사실을 드러내 보여준다.

아픈 상처를 그대로 드러내 안고 사는 둘은 자연스럽게 연대를 구성

하고 있다. 바뀔 수 없는 상황의 실체를 끌어안은 연대 구성을 통해서

그 실체를 자의적으로 새롭게 병명하여 생산하는 것이다. 이를 장애의

실체적 현실을 즐기려는 쾌락 충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종덕은 그가 가진 장애적 환경으로 장애 범주에 묶이게 된다.

때문에 둘은 세상의 잣대와 편견 때문에 슬프지 않다. 종덕은 가난과

부모님의 부재에 굴하지 않고 할머니와 행복하게 살면서 언제나 웃고,

인사성도 밝아서 학교에서 모범표창까지 받는다. 달봉이 역시 굽은 손과

어긋나는 다리 길이를 가진, 말도 하지 못 하는 장애인이지만 자신의 구

멍가게를 운영해 가는 데 이-무런 어려움이 없다. 심지어 무엇이 잘 팔리

는지 염탐하러 찾아오는 아래 가게 할머니에게 거짓 정보를 주고, 거기

26) 오광진, <구멍가게와 겨울나무>, r솟대문학.1 53호, 2α)4, 225-깡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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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물건 값의 10%를 더 얹어 받는 병석함(?)도 보인다.

태생적인 장애의 문제와 장애적인 현실은 달봉과 종덕을 반복적으로

구속, 제한하고 있지만 신체적, 환경적 장애의 상황을, 연대를 통한 쾌락

으로 타자화하면서 새롭게 장애의 기표를 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달봉과 종덕의 장애 연대는 안과 밖을 구분하고 이들을 타자로 낙인한

채 끊임없이 정상적 질서를 생산해내는 권력의 차별과 억압의 현재적

상황을 타자로 대상화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복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러나 이는 곧 그 한계를 시험받게 된다 달봉은 동생 ‘막퉁이’와 ‘최양’

과의 관계를 목격한 후 막퉁이를 좋아한 은행원 최양과 자신과의 은밀

한 관계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최양은 달봉에게 보낸

펀지에서 달봉이 겨울나무이고 자신은 나무 위에 내려앉은 눈과 같은

존재라 말하고, 눈은 녹아내릴 수밖에 없다며 짧았던 그들의 관계가 끝

났음을 통보한다. 달봉은 현재적 장애의 상황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차

별적 인식 속에서 자신의 주체적 장애 인식이 소외와 차별로부터 자유

롭기란 지극히 험난한 과정이 될 수밖에 없음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4. 맺음말 -장애인 소설의 의의

특정 대상에 대한 고정관념은 그 자체가 하나의 차별적 행위이다. 반

약 장애인을 돌봄이 필요한 대상으로 규정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차별의

의식을 내재화하는 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변 장애인은 정상에서 이

탈된 자로 구분되지 않을 것이며 장애인 문학도 제 자리를 찾을 것이다

<해바라기 사랑>, <엄마의 남자, 그리고> 주인공들은 장애를 이유로

무성적 존재로 단정된 자신의 존재를 거부하고 있다. 장애인으로서 그들

의 존재는 건강한 남성으로, 또 성적 정체성을 뛰어넘는 양상을 보이면

서 세상에서 규정한 ‘온전하고도 건강한’ 남성의 사랑에서 승화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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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소설에 나타난 ‘장애’ 인식의 %냉 351

는 모습이다.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혼의 대상이 될 수

없다거나, 장애 때문에 결혼과 자녀 출산, $f육의 문제에서 소외될 수밖

에 없다는 차별의 구분은 완전한 독립체로서, 성숙한 인격체로서 존재하

는 이들에 의해 조용히 거부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소풍>, <낙타가족>, <신의낙엽>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주인

공이 고통스러운 장애의 현재적 상황을 목도하고 그것을 내면화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해가는 과정에 천착하고 있다. 죽음을 선택하거나,

가출을 결심할 만큼 장애와 세상의 편견은 고통스러웠지만 <낙타가족>

의 경애와 <신의낙엽> 강허빈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가면

서 자신과 가족의 정체성을 구성해내고 있다. 장애를 가진 신체에 내포

되어 강제적으로 수용을 요구하는 폭력의 현실은 이제 그들에게 더 이

상 위협이 될 수 없다. 버거우나 그것을 감내하겠다는 부드럽고 강력한

의지의 발현이야말로 타자성의 지속을 단절시킬 수 있는 해법이며 동시

에 사회적 억압 주체들과의 결별을 인도하는 등붙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 소설의 장애 인식은 자신들을 타자화하여 차별하는 대디수 비

장애인의 인식을 거부하거나 장애 현실을 수용하고, 자기정체성을 탐구

히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이 밖에도 신체적 장애를 포함하여 사회적

약자로까지 장애의 범주를 자의적으로 확장하여 ‘인정’과 ‘연대’의 기표

로 새롭게 장애를 구성하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평상이 말하다>는 장애인을 구분하여 차별하려는 염사장의 의도가

자신의 아내가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게 되면서 무산되는 것을 통해

권력이 주변부 질서를 통해 양산한 차별과 소외가 그것을 답습하려는

주변인에게는 적용되고 있으나 권력 메커니즘으로부터 스스로 탈소외된

장애인에게는 영향을 끼치고 있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내의 교통

사고로 장애의 현실을 깨달은 염사장은 비로소 ‘구제’되어 이제 영구임

대아파트 장애인들과 서로를 인정하고 호명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란 짐

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구멍가게와 겨울나무>의 달봉은 신체적 장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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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신과 장애적 환경에 놓인 종구와의 연대를 구성함으로써 비장애

인을 능멸히는 데에까지 나아가고 있으나 이들의 연대와 그로 인한 주

체적 삶의 태도는 지속되기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평상이 말하다>와는

다르다 구멍가게에 찾아와 청소도 해주고 달봉의 남성적 욕망까지 받아

주었던 최양이 달봉의 동생 막퉁이와 결혼하면서 그에게 보내온 편지

속에는 달봉을 겨울나무에, 자신을 겨울나무에 내린 눈에 비유하면서 눈

이 녹아내리듯 자신도 그렇게 달봉 곁에 머물 수 없음을 통보하고 있다.

이는 달봉이 종구와의 연대를 통해서 장애의 현실적 한계를 무화시키는

데에까지 나아가려 했으나 곧 현실의 벽을 맞닥트리게 되면서 장애인의

주체적 장애 인식의 험난한 노정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을 포함한 현대의 다양한 문화 텍스트들은 시민사회 의식의 가늠

자이면서 동시에 의식의 방호t을 설정하는 문화적 담론의 장이 된다. 때

문에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문학 작품과 더불어 장애인이 창작 주체인

장애인 소설을 감상 히는 것을 통해서 장애담론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장애 개념의 전향적 정립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본고는 장애인 소설을 연구의 대상으로 그들의 장애 인식 OJ:상을 살

펴보는 데에 집중하였다. 이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비장애인의 장애 인식

에 관심을 가져온 지금까지의 문학 연구와는 다른 자리에서, 다른 시선

으로 장애 인식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에서는 의의를 가질 수 있을 것이

다. 그러나 장애인 소설을 소개하고 장애 인식에만 집중한 나머지 소설

에 대한 문학적 평기는 부족하다는 한계를 노출했다. 장애인 소설 발굴

과 소개에 이어 문학적 평가가 이어질 때에 장애인 소설의 외연과 내연

이 그 지평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역량을 쌓아 후속 연구 진행을

기대하면서 문학적 재현이 재현 밖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인

식과 태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설을 비롯한 장애

인 문학 연구의 필요와 그 중요성을 상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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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소설에 나타난 ‘장애 ’ 인식의 양상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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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소설에 나타난 ‘장애’ 인식의 양상 355

<Abstract>

Perception on ‘disabilities ’ in novels on

people with disabilities - Focusing on novels writte n by people with

disabili ties -

Cha, Hee-Jung

Perception on clisabilities in novels on and by people with

clisabilities tends to objectify oneself to either reject the perception of

majority of non- clisabled people or accept the reality of clisabilities

and 밍cplore self identity. Yet it is interesting that clisabilities as new

signs of ‘acceptance’ and ‘solidæity’ are perceived in the extended

territory of clisabilities embracing not only physical clisabilities but

also clisadvantaged people in the socieη.

Main characters in <Sunflower 1ρve> and <Man of My Mother>

떠ect the self image that is asexual because of clisabilities and are

sublimated into men in love commonly perceived in the socìety; in <A

Picnic> , <The Camel Farnily> and <Fallen Leaves of God>, the main

characters with clisabilities witness and intemalize the painful reality

of clisabilities to explore their self ìdentities πle reality of violence

nesting in the clisabled boclies that forces acceptance is no longer a

threat to them

<The 1ρw Wooden Bench Speaks> and <The Comer Shop and

까le Winter Tree> attempt to reach the level of voìd of limit due to

* ocean university of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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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sabili ties tJ:끄-ough solidæity yet face obstacles elsewhere, which

implies a rough jOlli11ey toward independent perception of clisabled

people on clisabilities. Along with novels 011 clisabled people, novels on

and by people with clisabilities are significant il1 terms of forrning a

place for literary cliscourse that sets the direction of perceptiol1.

Key Words : clisability, clisable person, othemess, identity,

independent, acceptæ1ce, solidarity

l 논문접수 : 2012년 10월 30일 l 심사완료 2012년 11 월 12일

l 게재확정 2012년 11 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