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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201204 201204 135 스위스의 젊고 유망한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모은 ‘Reflections from Nature - 스위스 젊은 작가전’이 서울 청담동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진 행되고 있다. 전시에는 샤퓌자 형제(The Chapuisat Brothers), 에이드리 안 미시카(Adrien Missika), 뤽 오보르(Luc Aubort), 프란치스카 푸르터 (Franziska Furter) 등 스위스의 젊은 현대미술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자연’이라는 개념을 각자의 독창적인 시선과 조형 언어로 풀어낸 설치, 드로잉, 비디오 등 20여 점을 선보인다. 그레고리와 시릴 샤퓌자 형제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천연 목재나 폐목재, 판지 등으로 한국에서의 경험과 느낌을 녹여낸 설치 작품을 제작 했다. 또 실재와 그것을 근거로 만든 이미지 사이의 격차 탐구를 주제로 사진, 드로잉, 비디오,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계속하는 에이드리안 미시카 는 자연 속 현상을 재현한 비디오 작품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스위스 수교 50주년과 스위스의 2012년 여수 세계 박람회 참가를 기념해 4월 말까지 진행되는 ‘스위스 위크 인 서울(Swiss Weeks in Seoul)’ 프로젝트의 첫 행사다. 스위스의 젊은 현대미술가들을 만나다 전시 4월 21일까지 관람료 무료 문의 02-3448-0100 그림, 설치, 사진, 미디어 등의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배영환의 개인전 이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리고 있다. ‘유행가-엘리제를 위하여(Bae Young-whan Song for Nobody)’라는 주 제의 이번 전시에서는 사연이 담긴 낡은 재료를 작가 특유의 조형 감각으 로 재구성한 지난 15년 간의 작품 26점이 선보인다. “유행가만큼 우리를 위로하는 것은 없다”는 배영환은 깨진 소주병, 알약, 본드와 같은 하위문화 재료를 시각화해 소외된 이들의 삶을 조명하는 작 가로 꼽힌다. 이번 전시에서 그가 유행가를 내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엘리제를 위하여’ 또한 애초에는 클래식이지만 지금은 통속 음악이 됐다는 점에서 유행가의 하나일 수도 있다는 것. 전시작 중 로댕의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 앞에 내세운 올해 신작 ‘황금 의 링-아름다운 지옥’은 황금색으로 칠한 사각형의 링을 형상화해 화려함 의 극치를 자랑하지만 전장(戰場)과 다름이 없는 도시를 상징화한 것이다. 금빛 찬란한 링은 텅 비었지만 갇혔다. 그래서 아름다운 지옥일 것이다. 올해의 또 다른 신작 ‘댄스 포 고스트 댄스’는 그들만의 군무를 통해 평화 시위를 하려던 인디언들이 백인들에게 무참히 학살됐던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희생을 대변해 망자의 육신을 상 기시키는 흰 셔츠와 흰색 천을 대면하게 한 작품이다. 통속 음악이 된 클래식 ‘엘리제’ ‘유행가-엘리제를 위하여’ 박인영 기자 [email protected] 전시 5월 20일까지 관람료 3천 원 문의 1577-7595 황금의 링-아름다운 지옥, Golden Ring-A Beautiful Hell, 2012, Gold Paint on Wood and Steel, 350x350x150㎝, Samsung Museum of Art ⓒ Sang Tae Kim. 산속에 아무렇게나 자라난 대나무에도, 들에 돋아난 이름 모를 풀에도 생 명이 있고 저마다 이야기가 있다. 사진작가 주명덕과 화가 하상림의 2인전 ‘길을 걷다-풀잎의 사유’가 서울 서교동 갤러리 잔다리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가 둘러보고 기억해야 할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 있는 그 대로의 우리 모습”이라는 사진관(觀)을 펼치는 주명덕은 모든 위대한 가치와 아름다움은 사소한 데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하상림은 ‘생명’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산이나 들을 직접 다니며 꽃, 씨앗, 풀잎 등 무심코 지나쳐 버리기 쉬운 식물의 이미지들을 화폭에 담곤 했다. 이번 전시에서 주명덕은 199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제주도 곳곳을 다니 며 촬영한 신작 ‘산죽(山竹)’ 시리즈를, 하상림은 풀잎을 소재로 한 신작 등 모두 21점을 선보인다.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것들의 가치를 알아보는 남다른 눈을 가진 두 작 가의 시선이 신선하다. 사소함의 소중함, ‘길을 걷다-풀잎의 사유’ 전 전시 4월 27일까지 관람료 무료 문의 02-323-4155 하상림, Untitled-R1132, 2011, Acrylic on Canvas, 130x130㎝. 샤퓌자 형제(The Chapuisat Brothers)의 ‘공명(Resonance)’. ALLERY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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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박인영 기자 mong0716@yna.coimg.yonhapnews.co.kr/basic/svc/imazine/201204/culture... · 2012-03-30 · 드림시어터는 2000년 첫 내한 이후 총 5차례의 내한 공연을

134 201204 201204 135

스위스의 젊고 유망한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모은 ‘Reflections from

Nature - 스위스 젊은 작가전’이 서울 청담동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진

행되고 있다. 전시에는 샤퓌자 형제(The Chapuisat Brothers), 에이드리

안 미시카(Adrien Missika), 뤽 오보르(Luc Aubort), 프란치스카 푸르터

(Franziska Furter) 등 스위스의 젊은 현대미술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자연’이라는 개념을 각자의 독창적인 시선과 조형 언어로 풀어낸

설치, 드로잉, 비디오 등 20여 점을 선보인다.

그레고리와 시릴 샤퓌자 형제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천연 목재나

폐목재, 판지 등으로 한국에서의 경험과 느낌을 녹여낸 설치 작품을 제작

했다. 또 실재와 그것을 근거로 만든 이미지 사이의 격차 탐구를 주제로

사진, 드로잉, 비디오,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계속하는 에이드리안 미시카

는 자연 속 현상을 재현한 비디오 작품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스위스 수교 50주년과 스위스의 2012년 여수 세계

박람회 참가를 기념해 4월 말까지 진행되는 ‘스위스 위크 인 서울(Swiss

Weeks in Seoul)’ 프로젝트의 첫 행사다.

스위스의 젊은 현대미술가들을 만나다

전시 4월 21일까지

관람료 무료

문의 02-3448-0100

그림, 설치, 사진, 미디어 등의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배영환의 개인전

이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리고 있다.

‘유행가-엘리제를 위하여(Bae Young-whan Song for Nobody)’라는 주

제의 이번 전시에서는 사연이 담긴 낡은 재료를 작가 특유의 조형 감각으

로 재구성한 지난 15년 간의 작품 26점이 선보인다.

“유행가만큼 우리를 위로하는 것은 없다”는 배영환은 깨진 소주병, 알약,

본드와 같은 하위문화 재료를 시각화해 소외된 이들의 삶을 조명하는 작

가로 꼽힌다.

이번 전시에서 그가 유행가를 내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엘리제를 위하여’

또한 애초에는 클래식이지만 지금은 통속 음악이 됐다는 점에서 유행가의

하나일 수도 있다는 것.

전시작 중 로댕의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 앞에 내세운 올해 신작 ‘황금

의 링-아름다운 지옥’은 황금색으로 칠한 사각형의 링을 형상화해 화려함

의 극치를 자랑하지만 전장(戰場)과 다름이 없는 도시를 상징화한 것이다.

금빛 찬란한 링은 텅 비었지만 갇혔다. 그래서 아름다운 지옥일 것이다.

올해의 또 다른 신작 ‘댄스 포 고스트 댄스’는 그들만의 군무를 통해 평화

시위를 하려던 인디언들이 백인들에게 무참히 학살됐던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희생을 대변해 망자의 육신을 상

기시키는 흰 셔츠와 흰색 천을 대면하게 한 작품이다.

통속 음악이 된 클래식 ‘엘리제’‘유행가-엘리제를 위하여’

박인영 기자 [email protected]

전시 5월 20일까지

관람료 3천 원

문의 1577-7595

황금의 링-아름다운 지옥, Golden Ring-A Beautiful Hell, 2012, Gold Paint on Wood and Steel, 350x350x150㎝, Samsung Museum of Art ⓒ Sang Tae Kim.

산속에 아무렇게나 자라난 대나무에도, 들에 돋아난 이름 모를 풀에도 생

명이 있고 저마다 이야기가 있다.

사진작가 주명덕과 화가 하상림의 2인전 ‘길을 걷다-풀잎의 사유’가 서울

서교동 갤러리 잔다리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가 둘러보고 기억해야 할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 있는 그

대로의 우리 모습”이라는 사진관(觀)을 펼치는 주명덕은 모든 위대한 가치와

아름다움은 사소한 데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하상림은 ‘생명’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산이나 들을 직접 다니며 꽃, 씨앗,

풀잎 등 무심코 지나쳐 버리기 쉬운 식물의 이미지들을 화폭에 담곤 했다.

이번 전시에서 주명덕은 199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제주도 곳곳을 다니

며 촬영한 신작 ‘산죽(山竹)’ 시리즈를, 하상림은 풀잎을 소재로 한 신작 등

모두 21점을 선보인다.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것들의 가치를 알아보는 남다른 눈을 가진 두 작

가의 시선이 신선하다.

사소함의 소중함, ‘길을 걷다-풀잎의 사유’ 전

전시 4월 27일까지

관람료 무료

문의 02-323-4155

하상림, Untitled-R1132, 2011, Acrylic on Canvas, 130x130㎝.

샤퓌자 형제(The Chapuisat Brothers)의 ‘공명(Resonance)’.

ALLER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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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두고 여자 친구 선영(김민희)과 함께

부모를 찾아뵈러 가던 문호(이선균). 휴게소에

서 커피를 뽑으러 간 사이 선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문호는 선영을 찾기 위해 사촌형이자

꽤 유능한 전직 경찰이었던 종근(조성하)에게

도움을 청한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함에 따라

개인파산, 주민등록증 도용, 결혼과 이혼 등 선

영의 숨겨진 과거가 하나둘 떠오르자 문호는 공

황 상태에 빠진다.

‘화차’는 1990년대 거품 경제 붕괴를 소재로 한

미야베 마유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다. 영화는 빚에 내몰려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

가야 하는 절박한 여주인공의 상황을 117분 간

건드린다.

무엇보다 김민희의 연기가 눈길을 끈다. 순진한

캐릭터에서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 입체적인 인

물을 카멜레온처럼 능숙하게 표현해냈다. 사악

한 표정과 겁에 질린 낯빛, 티 없이 맑은 얼굴을

가면처럼 바꿔 쓰며 관객을 직시하고 때로는 외

면한다.

몇몇 장면도 인상적이다. 문호가 수줍게 아이스

크림을 선영에게 건네는 장면이라든가 과거 회

상 장면 등은 화면 구도와 색감, 조명에 상당히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선영의 이야기로 파고

드는 후반부는 팽팽한 긴장감도 이어진다.

이처럼 배우들의 앙상블도 비교적 좋고, 몇몇 장

면도 인상적이지만 전체적인 리듬감이 훌륭하다

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영화 초반부와 중반

부는 이야기 전개가 느슨한 편이다. 완급을 조

절하는 이야기의 템포가 좀 더 다이내믹했으면

영화를 감싸는 스릴러적인 공기가 더욱 꽉 찼을

듯싶다.

원작에 깊숙이 배어 있는 사회ㆍ경제적 환난도

영화는 잰걸음으로 건너뛴다. 사회적 공기를 최

대한 걷어내고 캐릭터에 집중하려 한 감독의 선

택은 이해가 되지만 사회적 메시지가 좀 더 분명

했더라면 초반의 느슨함을 어느 정도 메우지 않

았을까 여겨진다.

‘밀애’(2002), ‘발레교습소’(2004)를 연출한 변영

주 감독의 세 번째 장편 극영화다.

감독 변영주

출연 김민희, 이선균, 조성하

개봉일 3월 8일, 15세 이상 관람가

‘화차’ 인생을 훔친 섬뜩한 여자 이야기

임미나 기자 [email protected]

말하는 건축가

지난해 3월 작고한 건축가 정기용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그의 생전 1년여 간의 모습을

기록했다. 정기용은 건축계에서는 비주류에 가깝지만 자본의 논리보다 공공의 가치, 사람

중심의 가치를 앞에 둔 보기 드문 건축가다. 어린이를 위한 ‘기적의 도서관’을 설계했고 ‘무

주 공공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등 국내 공공건축의 선구자로 남아 있다.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에는 정기용의 인간적인 면모나 건축가로서의 업적보다는 그가

가진 건축 문화와 공간 문화에 대한 철학이 중점적으로 담겨 있다. 대중에게 설파하는 정기

용의 철학은 우리 삶의 근본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감독 정재은 출연 정기용 개봉일 3월 8일

전체 관람가

NEW FILMS

마이 백 페이지

사와다는 1969년 도쿄대를 졸업하자마자 저널리스트를 꿈꾸며 기자가 됐다. 우메야마는

대학 때는 학생운동의 중심 세력이 되지 못하다가 사회에 나와 작은 조직을 만들고 혁명을

준비한다. 우메야마는 무장 투쟁 계획을 세우고, 사와다는 우메야마에게 자신에게만 특종

을 달라고 부탁한다. 우메야마의 조직원들이 엉뚱한 사고를 저지르면서 계획은 어긋난다.

이 영화는 1969년부터 1972년까지 일본을 휩쓴 격렬한 혁명 운동 ‘전공투’ 세대를 그린 시

대물이다. 영화는 역사적인 접근보다는 뜨겁게 청춘을 지나는 이들의 복잡한 내면을 세밀

하게 파고들며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정서를 전달한다.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출연 쓰마부키 사토시,

마츠야마 겐이치 개봉일 3월 16일, 15세 이상 관람가

가비

어린 시절 자객에게 부모를 잃은 따냐(김소연). 하인의 아들이었던 일리치(주진모)와 함

께 러시아로 향한다. 러시아를 들끓게 하는 유명한 도둑으로 성장한 그들은 정부의 그

물망에 걸려 일망타진될 위기에 놓이나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유선)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한다. 그러나 사다코와 일본의 배후 세력은 두 사람에게 고종(박희순) 암살 작전을 지

시하고 따냐는 커피를 만들어 주는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로 고종에게 접근한다.

김탁환 작가의 소설 ‘노서아 가비’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볼거리가 풍부하지만, 서사

구조는 약한 편이다.감독 장윤현 출연 김소연, 주진모, 박희순

개봉일 3월 15일,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이승준 출연 조영찬, 김순호 개봉일 3월 22일

전체 관람가

달팽이의 별

조영찬 씨는 잘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시청각 중복 장애인이다.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가혹한 삶을 살아야 했던 그에게 어느 날 한 줄기 햇살이 찾아들었다. 자신도 척

추 장애를 지니고 있기에 영찬 씨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었던 김순호 씨는 등껍데기 속

에 움츠린 달팽이처럼 외로움에 갇힌 영찬 씨에게 손을 내밀어 연인이자 친구이자 조력

자가 돼 주었다.

‘달팽이의 별’은 이들 부부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삶과 사랑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지난

해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장편 경쟁 부문 대상을 받았다.

INEM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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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왜 ‘콩깍지’를 뒤집어쓰게 될까

인간의 행동 양식이 공포심 같은 ‘콩깍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까닭을

낱낱이 파헤친 책. 저자는 두려움처럼 무의식에 웅크리고 있던 감정이

나 기분, 착각 등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하는 주범이라고 지적했

다. 다양한 연구 결과와 심리학 이론을 토대로 무의식 세계에 도사리

고 있던 ‘콩깍지’가 의식을 점령하게 되는 과정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9 ·11 테러가 대표적 사례. 당시 ‘공포의 도가니’에 빠진 미국인은 비행

기를 피해 오히려 ‘더 위험한’ 도로로 뛰쳐나가는 아이러니를 범했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 결과와 심리학 이론을 토대로 무의식 세계에 도사

리고 있던 ‘콩깍지’가 의식을 점령하게 되는 과정을 짚어낸다.

당신은 ‘자기 착취’에 빠진 노예

‘유 캔 두 잇(You Can Do It)’, ‘하면 된다’처럼 현대 사회를 사로잡은

‘긍정주의 성공신화’에 정면으로 ‘경고장’을 빼든 철학서.

‘부정성’과 ‘긍정성’ 개념을 적용해 ‘긍정주의’ 이면에 도사린 ‘자기 착취’

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타인에게 노동을 강요하던 ‘타인 착취’ 시대를 지나 현대는 ‘할 수 있다’

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입해 개인이 스스로를 닦달하는 ‘자기 착취’ 시

대가 됐다는 것.

책은 문고판 크기에 얇은 분량이지만 묵직하고 방대한 철학 이론을 압

축적으로 담아내 가볍게 읽히지는 않는다.

박상현 기자 [email protected]/신유리 기자 [email protected]

박정석 지음/시공사/368쪽/1만4천 원

동남아시아 4개국의 미식 탐방기

한국과 중국, 일본의 음식은 분명히 다르다. 선호하는 식재료도, 조리

방법도 차이가 있다. 동남아시아 태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도

마찬가지다. 이방인의 눈에는 네 나라의 요리가 엇비슷해 보여서, 저마

다의 특징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공통점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

은 사람도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음식을 통해 각국의 식문화를 들여다본다. 쌀로 밥과 면을 만

드는 방식, 고추와 허브를 사용하는 이유, 베트남에 바게트와 커피가

널리 퍼진 과정, 미얀마에 차와 튀김이 많은 까닭과 같은 재미있는 이

야깃거리들이 실려 있다.

임석재 지음/인물과사상사/520쪽/2만2천 원

유철상 지음/상상출판/408쪽/1만6천500원 김예림 지음/생각을담는집/268쪽/1만5천 원

인간 몸과 건축물이 빚어낸 이중주

다빈치와 데카르트 사상을 중심으로 현대 건축물이 기계론과 부위론

에 ‘점령’ 당한 미술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인간의 몸과 정신이 일치한다는 ‘일원론’을 뒤집어엎은 주인공이 바로

다빈치. 중세 기독교까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일원론은 르네상스

에 접어들면서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다빈치는 부위론과 기계론을 아

울러 건축에 적용시키는 방식으로 ‘결정타’를 날렸다.

방대한 건축 미학 이론을 토대로 이집트 미술부터 다빈치, 데카르트를

거쳐 미스 반데어로에로 이어지는 건축사의 발자취가 생생하게 펼쳐

진다.

댄 가드너 지음, 김고명 옮김/지식갤러리/516쪽/1만8천 원

100가지 매력이 있는 서울을 거닐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77.4%가 방문하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있는 서울의 명소 100곳을 정리했

다. 서울을 도심권, 서부권, 동부권, 강남권, 강서권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가볼 만한 명소를 망라했다.

책에 수록된 장소는 무척 다채롭다. 조선시대의 역사가 서려 있는 궁궐을 비롯해 꽃과 나무가 많은 공원, 아기

자기한 상점이 즐비한 거리, 박물관과 미술관, 시장과 쇼핑몰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3년 동안

의 취재를 마친 뒤 “서울은 천천히 돌아볼 때 더 즐겁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한다.

파리의 진정한 문화는 여기에 있다

프랑스 파리에는 에펠탑, 몽마르트르, 노트르담 성당 등 볼거리가 매우 많다. 며칠 동안 들르는 여행

자들은 명승지만 다니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파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저자는 파

리가 흥미롭고 낭만적인 이유가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많은 상점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한 세기 전후의 역사를 지닌 가게들이 취급하는 물품은 장갑, 요리 도구, 우산, 올리브 오일 등 다양하

다. 또한 피카소가 물감을 구입하기 위해 찾았던 화랑, 건축물 자체가 유적인 약국 등도 소개돼 있다.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문학과지성사/128쪽/1만 원

OO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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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email protected]

인기 록 밴드 ‘드림시어터’의 열정적인 무대

세계적인 록 밴드 드림시어터(Dream Theater)가 4월 19일 서울 올

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내한 공연을 한다.

이들의 방한은 2008년 이후 4년 만이며 통산 여섯 번째다. 지난해 9

월 발매한 새 앨범 ‘어 드라마틱 턴 오브 이벤츠(A Dramatic Turn of

Events)’를 기념하는 세계 투어의 일환이다.

드림시어터는 2000년 첫 내한 이후 총 5차례의 내한 공연을 거의 모

두 매진시킬 정도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밴드다. 지금까지 11장

의 정규 앨범을 발매해 1천200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올렸으

며,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정립한 밴드로 이름나 있다.

최신작에 수록된 ‘온 더 백스 오브 앤젤스(On the Backs Of Angels)’

는 제54회 그래미 시상식의 ‘최우수 하드록/메탈 퍼포먼스’ 부문 후보

에 오르기도 했다.

일 정 4월 19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티 켓 R석 13만2천 원, S석 11만 원

주 최 액세스이앤티

문 의 02-3141-3488

일 정 4월 7일 오후 6시, 대전 충남대 정심화홀, 21일 오후 6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티 켓 대전ㆍ서울 R석 9만9천 원, S석 8만8천 원, A석 7만7천 원

주 최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문 의 1544-1555

일 정 4월 27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티 켓스탠딩 12만5천 원, R석 13만2천 원, S석

8만8천 원, A석 7만7천 원, B석 5만5천 원

주 최 현대카드

문 의 1544-1555

미국의 인기 록 스타 레니 크래비츠가 4월 13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연다.

크래비츠는 지난해부터 ‘블랙 앤 화이트 월드

투어(Black and White World Tour)’란 이름으

로 미국 11개 도시에서 대규모 공연을 진행하

고 있으며 올해에는 호주와 일본에 이어 한국

을 찾는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그는 미국 공연에서 쓴 음향

과 무대 장비들을 대거 공수해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크래비츠는 시원하면서도 세

련된 보컬에 더해 작곡, 연주와 프로듀싱 실력

까지 갖춘 다재다능한 음악가로도 명성이 높다.

음반을 만들 때 전 파트를 직접 연주하며 코러

스까지 직접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스타 니콜 키드먼, 마돈나, 페넬로페

크루즈 등과의 스캔들로도 화제를 몰고 다녔

다. 그가 마돈나를 위해 작곡한 ‘저스티파이 마

이 러브(Justify My Love)’는 빌보드 차트 정상

을 차지하기도 했다.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과 재즈 피아니스트 조

윤성이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루시드폴 위드

(with) 조윤성 세미-심포닉 앙상블’이란 타이틀

로 합동 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바이올린과 첼로, 비올라 등의 현악

기와 플루트, 클라리넷, 플뤼겔호른, 트롬본 등

으로 구성된 소규모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다.

몇몇 전자 악기를 가미해 소규모 오케스트라를

확대시키는 효과를 줄 계획이다.

루시드폴은 “우린 음악 장르가 다른 지점에 있

어 재미있는 협업(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하다는

희망이 있다”고 했다. 조윤성도 “하나의 사물도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물건으로 보

이듯이 음악도 그렇다”며 “위, 아래, 옆 등 어느

시점에서 꿰뚫어보느냐에 따라 새롭게 해석된

다. 난 루시드폴이 새로운 걸 시도할 때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둘은 이번 공연에서 함께 작업한 5집 곡과 루시

드폴의 히트곡 등을 선보인다.

일 정 4월 20~22일 평일 오후 8시/주말 오후 6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티 켓 R석 8만8천 원, S석 7만7천 원

A석 6만6천 원

주 최 안테나뮤직, CJ E&M

문 의 1544-1555

일 정 4월 13일 오후 8시,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

티 켓 VIP석 16만5천 원, R석 13만2천 원

S석 11만 원, A석 8만8천 원

주 최 아우디코리아

문 의 02-3141-3488

레이디 가가, 두 번째 내한 공연 록스타 레니 크래비츠의 첫 한국 무대루시드폴과 조윤성의 합동 무대

21세기 팝의 아이콘 레이디 가가(Lady Gaga)

가 4월 2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

기장에서 두 번째 내한 공연을 한다. 이번 공연

은 가가의 올해 세계 월드 투어의 첫 무대여서

그녀가 또 어떤 기상천외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지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레이디 가가는 2008년 첫 싱글 ‘저스트 댄스

(Just Dance)’와 두 번째 싱글 ‘포커 페이스

(Poker Face)’를 잇따라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

려놓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어 2009년 발표

한 ‘더 페임 몬스터(The Fame Monster)’ 앨범

으로 2010년 MTV 뮤직 어워드 8개 부문을 휩

쓸며 최다 수상 기록을 세웠으며 지난해에는 그

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팝 보컬 앨범’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가가는 이번 무대는 “일렉트로 메탈 팝 오

페라 콘셉트로 나의 왕국인 ‘킹덤 오브 페임

(Kingdom of Fame)’의 탄생부터 화려한 죽음

까지의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ONCERTC

케이윌, 데뷔 이래 첫 전국 투어 서울 공연

가수 케이윌(본명 김형수)이 데뷔 이래 처음 전국 투어에 나섰다.

2009년부터 매년 서울에서 단독 공연을 열어 매진을 기록한 케이윌은

지난 3월부터 ‘니가 필요해’란 타이틀로 전국 무대에 오르고 있다. 공연

을 전국으로 확장한 것은 케이윌이 서울 공연에서 보여준 ‘티켓 파워’

와 데뷔 이래 선보인 곡들이 꾸준히 차트 정상을 차지한 결과다.

지난 2월 발표한 ‘니가 필요해’도 공개 당일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하며

남자 솔로 가수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더불어 KBS 2TV ‘불후의 명곡

2 : 전설을 노래하다’를 통해 가창력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무대로 시

청자들을 사로잡으며 인지도를 높였다.

(로이터=연합뉴스)

Page 5: 박인영 기자 mong0716@yna.coimg.yonhapnews.co.kr/basic/svc/imazine/201204/culture... · 2012-03-30 · 드림시어터는 2000년 첫 내한 이후 총 5차례의 내한 공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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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희 기자 [email protected] 임은진 기자 [email protected]

TV에서 무대로 옮겨진 ‘파리의 연인’

2004년 57%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몰이를 한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8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다.

서로 다른 배경의 남녀가 파리에서 우연히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는

로맨틱한 이야기가 모두 강태영의 시나리오였다는 드라마의 ‘허무한’ 결말

대신 뮤지컬에서는 실제 사랑이 이뤄지는 행복한 결말로 바뀌었다.

‘애기야 가자’라는 대사로 여심을 흔든 재벌남 한기주 역은 가수 출신 이지

훈과 정상윤이 함께 맡았다.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하며 가슴 아픈 짝사랑

을 하는 윤수혁은 가수 런과 장우수가 더블 캐스팅됐고, 씩씩하고 사랑스

러운 강태영은 방진의와 오소연이 연기한다.

‘내 마음의 풍금’, ‘미녀는 괴로워’ 등을 쓴 이희준 작가가 대본을 쓰고 아르

헨티나 출신 연출가 겸 안무가인 구스타보 자작이 2008년 ‘지붕 위의 바이

올린’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 뮤지컬의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국립오페라단이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을 공연한다. 라 보엠은 보헤미안

의 불어식 발음으로, 이 오페라는 프랑스 작가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

안 삶의 풍경’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가난한 연인 로돌포와 미미의 비극적 사랑을 그렸

다. ‘그대의 찬 손’, ‘내 이름은 미미’ 등이 주요 아리아다.

국립오페라단 창단 50주년 기념 공연인 이번 공연은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국립오페라단과 중국 국가대극원의 교류 작품이기도 하다. 연주

는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이 맡아 품격을 높였다. 연출은 마르코

간디니, 무대 디자인은 로익 티에노, 조명 디자인은 니콜라 마리, 의상 디자

인은 시모나 모레시가 맡았다.

미미 역에는 소프라노 김영미와 홍주영, 로돌포 역에는 테너 김동원과 강요

셉, 무제타 역에는 소프라노 박은주와 전지영, 마르첼로 역은 바리톤 우주

호와 공병우가 각각 더블 캐스팅됐다.

일정 4월 3〜6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티켓 1만〜15만 원

문의 02-586-5363

일정 4월 5일~5월 30일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7시, 일요일 오후 2시/6시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

티켓 4만~11만 원

문의 1577-3363

TAGE LASSICS C로린 마젤 지휘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영국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지휘자 로린 마젤과 함께 내한 공연을 한

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는 1994년 마젤과 함께 첫 내한한 바 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어릴 때 미국으로 이주한 마젤은 9세 때 뉴욕 세계 박람

회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신동 출신의 음악가다. 이후 도이체 오퍼 베를

린,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피츠버그 심포니,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등

유수의 연주 단체를 맡으며 명연을 남겼다. 2008년에는 뉴욕 필하모닉과

평양에서 아리랑을 연주해 남북한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번 내한 공연에서 말러가 남긴 교향곡 제1번과 제5번을 들려줄 예

정이다. 마젤은 2011년 말러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필하모니아 오

케스트라와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했다.

마젤은 “말러의 음악을 연주할 때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러가 된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도 연주된다.

협연자로는 2010년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3위에 오른 신예 바

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무대에 오른다.

일정 4월 7일 오후 7시/8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티켓 7만〜25만 원

문의 02-541-3183

연극 ‘아버지’, 2012년 한국 사회 아버지의 초상

미국 현대 연극의 고전으로 꼽히는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이 2012년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돌아온다.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

낸 김명곤 연출이 직접 번안한 ‘아버지’다. 이순재와 전무송, 두 70대

배우가 아버지 장재민(원작의 윌리) 역을 맡았다. 이순재는 두 번, 전

무송은 네 번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윌리를 연기했다. 장재민의 아내

임선희 역은 차유경이 연기하고, 아버지와 갈등을 빚는 아들 동욱 역

은 최근 연극 ‘풍찬노숙’을 마친 이원재가 맡았다.

일정 4월 13일~29일 화~목 오후 8시, 금 오후 4시/8시, 토 오후 3시/7시

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티켓 2만5천~4만5천 원 / 문의 02-51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