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no. 36 겨울...건축모형과 설계도, 사진, 관련 유물 등의 외국인 자료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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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No. 36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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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2012 No. 36 겨울...건축모형과 설계도, 사진, 관련 유물 등의 외국인 자료들도 인상적이지만 “나는 웨스트민스터 성당보다도 한국 땅에 묻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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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 2012 No. 36 겨울...건축모형과 설계도, 사진, 관련 유물 등의 외국인 자료들도 인상적이지만 “나는 웨스트민스터 성당보다도 한국 땅에 묻히기

2012 No .36 겨울

전시리뷰 가도 가도 왕십리

목마장에서 배추밭

다시 가내공장지대로, 왕십리의 추억 정윤서다시12

서울역사박물관 소식

전시/교육/유물기증/행사/공지전시18

전시 정동 1900

1900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웠던 그곳, 정동에 서서 정수인 90가장04

08교육 청소년박물관교실 / 서울역사박물관 대학원

박물관에서는 공부가 반갑다 강성희

전시 이찬·허영환 기증유물특별전 ‘지도의 나라, 조선’

조선 사람이 그린 우리 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오지영조선05새해가 밝았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을

사랑하시는 여러분 모두 행복하고

보람찬 한 해를 맞으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저희 박물관 가족은 수확이 풍성한

열 돌을 보냈습니다. 3년여의 노력 끝에

상설전시장 전체를 재개관했고, 명동전,

열도 속 아리랑, 정동 1900 등 새로운

주제의 기획전들을 선보였으며, 미래유산

수집을 시작했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도입했습니다. 한성백제박물관을 개관

하고 한양도성연구소도 열었습니다.

관객도 190만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제 서울역사박물관은 한 층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두 번째 10년을 시작하려

합니다. 앞으로 10년, 박물관을 둘러싼

환경과 박물관에 대한 기대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현재가 머지않아

과거가 될 것입니다. 노령화의 진전은

기억의 확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다문화사회가 정착되면서 박물관에

보다 다양한 관점과 주제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입니다. 다양한 박물관들이 계속

생겨나면서 차별성과 수월성에 대한

요구도 더욱 자라날 것입니다.

새해 서울역사박물관은 무엇보다도

친절하고 따뜻하며 열린 박물관이 되는

일에 역점을 두고자 합니다. 어린이,

노약자, 다문화가정, 외국인 눈높이에서

전시, 교육, 문화행사를 기획할 것입니다.

박물관 환경도 이용자 중심으로 개조할

것입니다. 교육장들을 새로 만들고,

어린이와 가족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쉼터도 늘릴 것입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존도 새로 만들고,

정체되었던 기증유물실도 또 하나의

역동적인 기획전시실로 바꿀 것입니다.

오프라인 이용자들을 위해 디지털

아카이브 등을 확대할 것입니다.

해외교류사업들도 확장하려 합니다.

1월에는 런던, 프라하, 뉴욕의 박물관들

학예사들과 워크숍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올해에는 서울-북경 자매결연 20주년

교환전시, 프라하와의 출장전시도

계획되어 있습니다.

권 두 언

각고의 노력 없이는 박물관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뒤처지기 쉽습니다.

우리 서울역사박물관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새해에도 박물관의 벗

여러분들의 변함없는 관심과 애정을

바랍니다. 모두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강 홍 빈

서울역사박물관장

서울역사박물관의 두 번째 10년을 시작하면서

2012 서울시 희망연수 캐나다 단기해외연수

캐나다 밴쿠버에서 마주한 도시박물관의 미래 조선경캐나09탐방기 유럽 도시박물관을 다녀와서

도시 문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박물관 박상빈도시10한양도성연구소

한양도성의 가치를 바로 세우다 김선정한양11

책 소개 서울시정사진기록 Ⅲ. 시정사진으로 읽는 돌격건설!

<김현옥시장의 서울Ⅰ1966-1967> 최인호김13한성백제박물관 2012 기증유물특별전 ‘동북아 역사 속 우리 숨결’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아 수집한 중국 동북지역 유물 120여 점 임종문우리중국14한성백제박물관 백제생활문화특별전 Ⅱ. 백제의 맛 - 음식이야기

백제의 상차림, 백제의 맛을 상상하다 이효준제15올해의 MVP 전차와 지각생

전차 381호 앞, 1960년대 등굣길의 추억을 되살리다 서정훈전차9616행사 재능나눔콘서트

노블리스 오블리제, 아름다운 선율로 퍼져 나가는 재능 나눔 안지연노블아름17

조사연구 백사마을

어제의 시간을 간직한 백사마을의 오늘 최보영어제06

표지사진 故 한영수 작가의 작품(서울 한강, 1956~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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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정동 1900

1900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웠던 그곳, 정동에 서서

전시

이찬·허영환 기증유물특별전 ‘지도의 나라, 조선’

조선 사람이 그린 우리 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정동은 1960년대부터 쭉 가까이 했던

곳이에요. 이화여중, 이화여고를 다녔

거든요. 그 추억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동이라는 동네가 참 좋습니다.

요즘에는 서울 어디든 옛 모습이 남아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정동에 오면

언제나 정감이 느껴져요. 길을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옛 모습을 떠올릴 수 있잖아요.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 공간들도 사진과

유물로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900 파리 만국박람회’

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전이면 얼마나 어려운

시기였습니까. 그런 때에 세계에 우리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파리 만국박람회에

참가했다는 거잖아요. 당시 출품했던

전시물 대부분을 프랑스 정부에 기증해서

지금은 각각 관련 분야의 전문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는데 100년이 지난 오늘

이 자리에서 볼 수 있게 되다니요. 정말

놀랍고 인상 깊습니다. 전시를 보면서

느끼는 것인데 저에게 어머님께서 쓰시던

1970년대의 자개장이 있거든요. 기회가

되면 그 당시 보통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로 자개장을

기증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 자개장도 훗날에는 서울 사람들의

옛 모습으로 기억될 테니까요.”

우리 조상들은 무릇 땅이라는 것은 위도나

경도와 같은 좌표체계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강산의 기氣로 이루어진다는

풍수적인 관념을 갖고 있었다. 까닭에 옛

지도 가운데 산과 강의 형세를 중심으로

입체적, 회화적으로 묘사한 회화식 지도가

상당수이다. 지리정보나 지도제작 기술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땅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던 것. 지난 12월 14일에

시작한 기증유물특별전 ‘지도의 나라,

조선’은 한국적 아름다움이 깃든 회화식

지도를 포함하여 600년의 시간을

품은 조선의 고지도부터 근대 서울의

발전과정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지도 50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지난 600년 역사를 고스란히

반영한 다양한 서울지도로 시작한다.

조선시대 지도는 길을 찾는 용도보다는

각 지방에 대한 정보를 모아 효과적인

통치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했다.

한양도성 지도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것도

궁궐과 종묘 등이 위치한, 왕조의 수도를

아름답게 표현하여 최고통치자의 권위를

정수인

전시과 학예연구사

오지영

유물관리과 학예연구사

서울역사박물관 개관10주년 기념 특별전

‘정동 1900’을 찾은 오혜환 씨는 패널이며

사진이며 전시를 관람하는데 꼬박

2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오혜환 씨와

같이 이번 전시는 유독 발걸음을 천천히

움직이는, 지나온 곳을 되돌아가 다시

살펴보는 관람객들이 많았다. 미처 알지

못했던 100여 년 전의 정동이 자신의 기억

속 그리고 오늘의 정동과 한데 포개져

정동이라는 공간도, 개인의 삶도 더욱

입체적으로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계룡대 군악대의 연주로 1902년

대한제국 정부에 초빙된 에케르트가

작곡한 애국가가 나직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전시 1부는 ‘낯선 공존, 정동’을

주제로 1900년 전후의 정동을 소개한다.

아관파천 이후 고종이 경운궁으로 이어

하면서 대한제국의 중심공간이자

선교사와 외교관 등 서구 열강 외국인들의

주요 활동 무대로 외교의 각축장이

되었던 정동. 외국공관, 신식학교 등의

건축모형과 설계도, 사진, 관련 유물 등의

외국인 자료들도 인상적이지만

“나는 웨스트민스터 성당보다도 한국

땅에 묻히기 원하노라”라고 말한 헐버트

박사처럼 한국 땅에 잠든 외국인들의

묘비 탁본이 사뭇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한편,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정동 일대를

그린 대형 일러스트 위에 태블릿 PC를

가져다 대면 당시의 생활 모습을

영상으로 접할 수 있어 전시는 더욱

생동감이 넘친다.

전시 2부 ‘대한제국,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 참가하다’는 주제 그대로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한국관을 재현하고 당시

출품한 유물과 관련 자료를 전시한다. 전시

1부와 2부 사이에 외국공사 접견례 이후

고종이 베푼 연회모습을 재현한 영상과

테이블세팅이 눈길을 끈다. 서양식 매너를

갖추고 식기와 음식 등 다방면에서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면서도 전통적인 접견례와

연회방식이 조화를 이루며 우리 문화에

대한 자존심과 손님에 대한 배려를 모두

느낄 수 있다. 이밖에도 사전류와 한국

문학작품 번역본 등 서구 문화를 배우고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었던 각종 출판물과

한국학의 기반이 된 모리스 쿠랑의 ‘한국

서지’ 등의 자료를 고루 살펴볼 수 있다.

근대사의 중심이자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면서 새로운 문화의 산실이었던

정동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오는 1월 20일까지 계속된다.

드러내고자 했기 때문. 이후 대한제국기와

일제강점기 경성지도에는 외국 공관이

등장하고 성곽이 철거되는 등의 과정이

드러난다. 광복 이후 서울지도에서는

일본식 지명과 도로명이 개정되고

행정구역이 편입되는 등 거대도시로

탈바꿈해 가는 서울의 발전과정을 확인

할 수 있다.

국토 전체를 표현한 조선전도는 강역

인식의 변화와 지도제작의 발전을 살펴볼

수 있다. 통치와 국방의 목적으로 국가에서

제작한 조선전도는 우리 국토에 대한

지리정보는 비교적 풍부하였다. 그러나

조선전기의 지도의 상당수가 북방 강역을

평평하게 표현한 것을 미루어 외세의

잦은 침입과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정확한

재현이 힘들었음과 동시에 강역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음을 알 수 있다. 조선후기로

갈수록 국토인식이 강화되고 축척 등의

과학적인 방법을 도입해 보다 정확하게

한반도 윤곽을 표현하고 있다.

한편 조선의 세계지도에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상상력이 담겨있다. 특히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1402)는 유럽인들이

미지의 세계였던 아프리카 지도를 그렸던

것보다 80여 년 앞서 아라비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표현한 지도로 왕조의

개창을 널리 알리려는 우리 민족의

자부심과 열린 사고를 엿볼 수 있다.

16세기 들어 주자성리학의 영향으로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일대로 지리적

세계관이 축소되나 17세기 이후 서양의

지리지식이 유입되면서 세계인식이

다시 확대된 것 역시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인간의 경험세계를

넘어 미지의 세계까지 표현한 ‘천하도’는

우리나라에서만 제작된 상상의 세계지도로

당시 조선인들의 독특한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다.

기증유물특별전에서 선보이는 지도는

모두 미술사학자 허영환 선생과 지리학자

고 이찬 선생이 기증한 것들이다.

일찍이 고지도의 중요성을 깨닫고 다양한

고지도를 수집하고 연구한 두 학자가

우리 박물관에 기증한 지도는 조상들의

지리인식과 지도제작 기술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이다.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조선의 지도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2013년 2월 28일까지

이어진다.

01

‘지도의 나라, 조선’

전시 전경

02

감여도, 18세기,

이찬 기증

01

고종의 연회 연출

02

재현된 1900년 파리박람

회 한국관

01

01

02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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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영

조사연구과 학예연구사

요즘 우리에게 이사는 적어도 얼마간

새 보금자리에 대한 설렘이 떠오르는

거대도시에서도 마을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이 마을이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전체 주택재개발구역 가운데 일부를

보존구역으로 설정하는 보전적 재개발이

이루어지지만 일단 재개발이 진행되면

백사(104)마을 특유의 마을경관과 공동체

문화는 상당부분 제 모습을 잃게 된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시간, 공간, 사람이라는

01

저 멀리 고층아파트보다

더 높은 곳에 사는 불암산

자락 백사(104)마을 사람들

02

넉넉지 않은 살림이지만

집 앞을 가꾸는 마음만은

넉넉하다.

03

백사(104)마을 사람들은

작은 공터 하나 놀리지

않고 오밀조밀 텃밭을

만들었다.

04

이젠 문을 닫은 집이 더

많은 시장길. 재개발을 앞

둔 마을의 오늘이 선명하

게 느껴진다.

05

연탄봉사, 목욕봉사 등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

에게 도움의 손길이

닿고 있다.

큰 틀 아래 백사(104)마을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되었는지, 이 마을의

공간적 특징은 도시 사회학적으로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이곳 주민들은 어떻게 삶을

꾸려왔는지 생활문화 전반을 현장조사를

통해 기록하고 있다.

하얀 분필로 선을 그은 8평 남짓의 땅.

자재는 받았지만 집을 짓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시멘트에 모래를 섞어 만든 벽돌로 집을

일이다. 그런데 1967년 백사(104)

마을에 도착한 사람들은 조금 달랐다.

도심지 재개발과 시역확장 등 서울시의

주요 정책에 의해 청계천과 한강변을

따라 타향살이를 하던 서민들 상당수가

강제 철거를 당한 뒤 수색, 금호 등지로

판잣집을 전전하다 불암산 자락까지

밀리고 밀려온 것. 달동네, 빈민주거지역

등 다소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앞에

달고 살아온 백사(104)마을. 서울이라는

지었다. 모래의 비율이 훨씬 많았기에

부서지거나 흘러내리기가 부지기수.

후에 자재를 구하거나 생업활동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시멘트를 덧바르고 다시

벽돌을 덧대는 등 조금이라도 튼튼하고

안전한 보금자리를 만들어간 과정이 일부

떨어져나간 벽체를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

그 너머로 씨앗을 뿌릴 수 있는 공간에는

어김없이 화분을 가꾸고 텃밭을 일구는

모습은 그들 스스로 만들어간 이 마을에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살아왔는지를

느끼게 한다.

처해진 상황과 환경에 불평하기보다

힘든 가운데서도 지혜롭게 공동체를

형성한 백사(104)마을 사람들. 이는

백사(104)마을을 넘어 오늘의 서울을

일으킨 보통의 서울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01

02

03

04

05

백사마을

어제의 시간을 간직한 백사마을의 오늘

조사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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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서울시 희망연수

캐나다 단기해외연수

캐나다 밴쿠버에서 마주한 도시박물관의 미래

2012년 서울시의 희망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10월 23일~29일, 5박 7일 동안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최되는 국제도시

박물관위원회(이하, CAMOC) 연례총회

참가, 근현대유산 보존 및 도시박물관

정책 사례조사를 위한 단기해외연수의

기회를 얻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밴쿠버는 기대이상으로 아름다운 자연,

깨끗한 거리, 시민들을 배려한 넓은 보도,

자율적이면서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생활에 밴 공중도덕 등의 생활환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원주민·이민자들에 대한

차별과 갈등보다는 합리적인 생활방식

속에 서로 어울려 살아가려는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밴쿠버

일대 어딜 가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원주민(First Nation)들의 토속신앙을

상징하는 토템폴과 민속예술품들이 도시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지역 박물관의 전시 역시 원주민의 역사

문화와 밴쿠버의 도시발전사를 균형

있게 다루었고, 이는 관광산업·문화

자긍심으로 연결되어 유기적인 도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캐나다의

토속신앙과 민속예술품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갖추고 있는 UBC인류학박물관

(Museum of Anthropology)의 중앙홀에서

몸짓과 손짓으로 대화하는 아이들이

박물관을 찾았다. 청소년박물관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역사박물관은 올해

처음으로 국립서울농학교와 서울애화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청각장애

청소년들을 초대하여 역사수업을 진행

하였다. 11월 30일에 시작해 12월 15일

까지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걸쳐 다섯

차례 진행한 청소년박물관교실에서는

한양도성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와

도시구조를 살펴보았다.

장애 청소년들과 함께한 청소년박물관

교실은 프리젠테이션을 활용하여 한양

도성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이론학습에

이어 조선시대 한양도성을 나타낸 지도인

수선전도를 밑그림 그린 에코백에 5대

궁궐과 종묘·사직 등 이론학습에서

익힌 서울의 주요 상징물을 직접 그려보는

체험학습으로 진행하였다. 교육을 진행

하는 동안 그간 역사 교과에서 배우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이라고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장애

조선경

청계천문화관 학예연구사

강성희

교육대외협력과 학예연구사

CAMOC 리셉션을 개최하였는데, 전면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자연,

토템폴과 원주민의 민속공연이 어우러져

감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실적인

전시 연출기법으로 유명한 로열BC박물관

(Royal BC Museum)은 원주민의 역사를

자세하게 다룰 뿐 아니라 100년 전 캐나다

개척시대의 마을을 정교하게 재현하여

전시실 자체가 체험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한편 폐쇄된 리치몬드의 연어통조림공장

(The Gulf of Georgia Cannery)을

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한 사례, 폐채석장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민 부처드가든

(The Butchart Gardens) 등 캐나다의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수명을 다한 근현대도시의 흔적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이를 미래유산으로

만든 노력들이 현재 서울시가 추구하는

도시박물관, 마을박물관 정책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밴쿠버박물관에서

개최된 CAMOC 연례총회는 ‘도시박물관

(City Museum)’이라는 새로운 정의에 대해

토론하고, 도시박물관으로 나아가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과 사례를 소개했다. 현대의

도시박물관은 도시의 과거·현재·미래를

동시에 이야기함으로써 도시를 입체적으로

설명하고, 시민이 지닌 도시전문성을

박물관으로 흡수하기 위해 토론과 포럼의

장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현재는 과거를 미래로 연결하는 중요한

역사적 시점이다. 현재의 역사를 제대로

만들어 가기 위한 가이드라인 제시와

소통 공간으로의 변화는 도시박물관의

새로운 역할과 과제라 할 수 있다.

회의 토론 중 아시아에서는 서울이

도시역사박물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발 빠른 노력을 시작한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박물관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급속한 경제 성장

속에 흐트러진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재정립하고, 미래유산으로서의 현재를

효율적으로 수집·보존하는 임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01

CAMOC 연례총회가

개최된 밴쿠버박물관

02

희망연수

‘도시박물관 서울팀’

(런던박물관장, 로열BC

박물관장과 함께)

03

원주민의 아름다운

민속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UBC인류학박물관

의 CAMOC 리셉션 행사

04

캐나다의 개척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로열BC박물관의

역사갤러리

교육

청소년박물관교실 / 서울역사박물관 대학원

박물관에서는 공부가 반갑다

01

설명하 ,시민이지닌 시전문성을

박물관으로 흡수하기 위해 토론과 포럼의

장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였다01

CAMOC 연례총회가

04

03

02

청소년 교육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더욱 많은 청소년들이 서울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시작한 박물관의 교육

활동이니만큼 앞으로 더욱 세심한 배려와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박물관대학은 야간에 심화과정인

박물관대학원을 개설하여 교육의 저변을

넓혔다. 박물관대학은 상·하반기 두 차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

진행되는데 학생과 직장인 등 다수의

시민들이 수강하는데 제약이 있어 그간

야간과정 개설에 대한 요청이 있었다.

우리 박물관은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소장유물을

주제로 한 교육과정을 기획하여 10월

11일부터 11월 29일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8주에 걸쳐 제1기

박물관대학원 교육을 진행하였다.

이번 박물관대학원은 소장 유물 중에서도

‘고문서와 전적’ 분야를 주제로 잡았다.

고문서와 전적은 박물관의 대표적 소장

유물로 박물관의 전문성을 시민들에게

폭넓게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이다.

예를 들어 칠곡 광주이씨 집안에서

기증해주신 “승정원사초”의 경우, 승정원

주서들이 기록한 승정원일기의 초본으로

후에 실록 편찬 시 가장 기본이 되는

사료이다. 이 승정원사초를 활용한 강의

에서는 승정원사초가 무엇이고, 어떤 가치

가 있는지 또 이를 통해 실록이 어떤 과정

을 거쳐 편찬을 하게 되었는지 등을

다양하게 학습할 수 있었다.

처음 선보이는 교육과정이지만 1기

교육생들은 박물관대학원의 커리큘럼과

교육방식이 다른 어디에서도 접할

수 없었던 서울역사박물관만의

차별화된 교육이라는 평가를 해주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앞으로도 역사적

사건이나 유물을 단편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소장 유물을 통해 유물

자체의 가치는 물론 다양한 역사적

사건, 시대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을 구성할 계획이다.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야말로 진정 의미 있는 역사

교육이 아닐까.

01

수선전도 에코백에

솜씨를 부리는 아이들

02

10월 11일 박물관대학원

첫 강의. 박병호 서울대

명예교수의 “고문서란

무엇인가?”

한국 고문서학 개론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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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기

유럽 도시박물관을 다녀와서

도시 문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박물관

서울의 도시역사박물관을 지향하는

우리 박물관은 전시공간을 넘어 서울을

대표하는 종합문화공간으로서 다양한

모색을 하는 가운데 선진 박물관 사례를

조사하고 해외 주요 박물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지난 10월 24일부터 11월

3일까지 9박 11일의 일정으로 런던과

프랑스, 프라하의 주요 박물관과

도시전시관 12곳을 탐방하였다.

대개 박물관이라고 하면 아주 먼 옛날의

역사를 다룬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최근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까지

전시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빅토리아

알버트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런던박물관(Museum of

London), 케브랑리박물관(Quai branly

Museum) 등 주요 박물관에서 각각

헐리우드 배우들의 복식(The Art of

Hollywood Costume), 19세기 초 영국의

의사와 해부(Doctors, Dissection and

Resurrection Men), 머리스타일(Cheveux

chéris)을 주제로 한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었다. 물론 유물 그 자체를 감상하는

미술사적 전시도 있지만 구체적인 자료를

박상빈

한성백제박물관 유물과학과 과장

01

아이와 엄마가 함께 보는

전시, 런던 도클랜드

박물관

02

현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던 런던박물관

통해 당시의 사회·경제·문화 전반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한편 한정된 전시공간에 상대적으로

많은 콘텐츠를 전시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전시를 관람하는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전시의 주된 콘텐츠는 큐레이터를

중심으로 마련하지만 전시연출은

공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건축적 지식을 갖춘 공간디자이너,

조명디자이너, 연출자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전시를 기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메박물관(Guimet Museum)

을 비롯한 다수의 박물관에서 유물을

쇼케이스에 넣지 않고 노출된 상태로

전시를 하는데 다양한 유물이 손 뻗으면

닿는 곳에 집적되어 있어 메모를 하거나

스케치를 하는 사람들은 물론 학교 수업도

박물관에서 이루어지는 모습이 매우

일상적이다. 패널을 비롯한 전시 설명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호감이 가도록

제작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전시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런던 도클랜드박물관(Museum of London

Docklands)의 전시실 한쪽 벽에는 접이식

의자가 걸려 있어 잠시라도 편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한 배려가 돋보였다.

런던박물관의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영상콘텐츠와 파리 케브랑리박물관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와 음성콘텐츠

등은 사회적 약자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복도 등 이동 동선 중에나 사각지대에는

어김없이 작은 전시나 식음료코너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어 박물관을 찾는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하고 있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여행하는 도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박물관에 간다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도시박물관은 그 도시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변화했고 지금은 어떤 모습인지

체계적으로 살피며 표피적인 모습을

넘어 도시의 문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 우리 박물관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번 유럽 도시박물관 탐방은

우리 박물관이 도시 문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박물관으로 나아가는데 여러

시사점을 전하고 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는 수도를 한양으로

옮기기 위해 궁궐과 종묘·사직을 지은

후, 1395년(태조 4) 수도 한양을 방위할

목적으로 성곽을 쌓게 했다. 이후 1422년

(세종 4), 1710년(숙종 36) 대규모 개축이

있었고, 영조·정조·순조·고종 연간에

걸쳐 여러 차례 보수를 하는 등 지난

600여 년간 지속적으로 보존·관리해온

한양도성은 세계적으로 가장 오랜 기간

도성 본래의 역할을 수행한 문화유산이자

서울의 살아있는 역사이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 한양도성은 지난

11월 23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가 확정되었다.

서울시가 중심이 되어 한양도성의

체계적인 관리와 운영 그리고 세계문화

유산 등재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는 가운데 서울역사박물관은 지난

9월 한양도성연구소를 개소하였다.

한양도성연구소는 도성 관련 기록물을

수집·연구하여 한양도성의 가치를

학술적으로 뒷받침하고 그 내용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전시관을

한양도성연구소

한양도성의 가치를 바로 세우다

김선정

한양도성연구소 학예연구사

서울 한양도성

낙산구간의 설경

01

02

마련하여 한양도성이 진정한 세계문화

유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시·행사·

교육 등 전반에 걸쳐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개소 3개월을 맞은 한양도성연구소에서

가장 주요하게 준비하는 것은

한양도성전시관이다. 한양도성은 백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 등 내사산을 따라

총 길이 18.627km에 걸쳐 이어진다.

이토록 넓은 규모의 도성을 전시실에서

제대로 가늠할 수 있을까. 연구소는

한양도성의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가상전시를 결합한 전시관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가상전시는 컴퓨터나

모바일 등을 통해 시공을 초월한 콘텐츠

서비스가 가능하기에 한양도성과 서울의

도시브랜드를 더욱 널리,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전시관 개관에 앞서 해외 박물관과의

특별 교류전을 통하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힘을 싣고자

한다. 그 첫 걸음으로 2013년 9월 체코

프라하박물관에 서울 한양도성 특별전이

열릴 예정이다. 프라하는 1992년 구시가를

중심으로 도시 자체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역사도시. 프라하박물관에서

개최할 한양도성 특별전은 역사도시간의

문화교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이와 함께 한양도성과 관련한 국내외

문헌과 사진, 신문, 지도 등 산재한 자료를

수집하여 체계화하고 도성 내외부의

마을을 조사하여 기록화하는 일, 한양도성

탐방 및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까지

한양도성연구소에서 전담하게 된다.

초축할 당시 한양도성은 수도 한양과

일체된 모습이었으나 시대에 따라

변화상을 드러내며 지금에 이르렀다.

조선왕조에 국한되는 유적, 본래 모습

그대로 보존해야 할 문화재의 차원을

넘어서 한양도성은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도시의 일부이자

과거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울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다.

한양도성연구소는 서울을 품에 안은

한양도성이 우리의 삶이 내일의 역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그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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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뚝방 아래, 논밭과 작은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던 동네에 식당 하나가

문을 열었다. 대중옥. 막 전쟁이 끝난

무렵이었는데 강산이 다섯 번을 변하도록

대중옥은 그 자리에서 매일같이 뜨끈한

해장국과 설농탕을 끓여냈다. 왕십리

뉴타운 재개발로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이 지역 터줏대감이었던 대중옥도

철거되었지만,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대중옥과 해방 이후, 왕십리 지역의 골목을

청계천문화관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20세기 급격한

도시화를 겪으며 발전해온 근현대 서울의

다양한 문화와 공간, 그 속에서 살아온

서민들의 이야기를 조사·기록하는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1월 23일부터 2013년 2월 24일까지

진행되는 청계천문화관 특별전

‘가도 가도 왕십리’는 2009년에 진행한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 가운데 왕십리의

변화를 주제로 한다. 왕십리 해장국집의

대명사 대중옥에서 기증받은 건축부재들을

전시리뷰

가도 가도 왕십리

목마장에서 배추밭 다시 가내공장지대로, 왕십리의 추억

이용해 초기 대중옥 건물형태를 재현하고

실제 사용된 뚝배기와 메뉴판 그리고

주문을 받던 전화기 등을 연출해 서민들의

일상과 식당 분위기를 살렸다. 왕십리

골목골목 금형공장·자개시장·봉제공장

및 곱창거리 등 왕십리가 번성했을 당시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사진과 영상 및

관련유물 100여 점 또한 선을 보이고 있다.

조선 전기 드넓은 들판, 살곶이벌을

아우르는 마장이 있던 마을 왕십리는

병자호란 이후 말을 사육할 수 없게

되자 배추와 미나리를 심고, 소를 잡아

고기를 판매하는 현방이 설치되어 도성

안으로 다양한 물자를 공급해 주었다.

일제강점기에 들어 전차와 기동차

노선이 부설되고 도심의 공장들이

교외로 확장되면서 동대문 밖 성저십리

왕십리는 공장지대로 변모하게 되었다.

해방 이후, 서울로 상경한 지방민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며 금형·자개·봉제

등 가내공업형태의 공장들이 골목골목을

형성하게 되는데 간판도 없는 작은

공장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들이 배후에

있었기에 1970년대 왕십리는 눈부신

제조업의 성장을 보였다.

01

1963년 성동교와 기동차

모습, 기동차 옆으로

리어카 행렬이 눈에 띤다

02

60년된 해장국집

대중옥의 모습

03

1940년대 동대문과

뚝섬을 오가던 기동차,

왕십리역 근처에서

정윤서

청계천문화관 학예연구사

시끄러운 기계소리에 누가 불러도 대꾸

없이 바쁘게 일손을 놀리는 공장아저씨,

저렴한 가격에 넉넉한 인심이 넘쳐났던

해장국집에서 매일같이 만나는 동네

어르신, 저녁이면 인근 마장동에서

넘어온 곱창을 안주삼아 고단한 하루를

털어냈던 인부들까지. 이번 전시는

왕십리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다.

도시 서울의 발전상이 지층처럼 층층이

새겨진 왕십리는 뉴타운 재개발로

그 흔적이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그 흔적이 모두 사라지기

전 왕십리가 변화된 과정과 그 속에서

살아간 서울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기록하고자 한 조사연구의 성과이다.

청계천문화관은 전시기간 동안 전시해설과

함께 왕십리를 배경으로 한 시·소설·

영화·노래 등의 시청각 자료를 활용한

교육, 왕십리의 대표 산업군이었던

자개를 이용해 쟁반을 만들어보는

전시연계 교육프로그램 ‘반짝반짝 왕십리’

를 운영한다. 이번 전시는 옛 왕십리를

추억하고 우리 근현대의 잔상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01

02

03

2006년 1월, 서울시 언론담당관실에서

서울역사박물관으로 1957년에서 1995년

까지의 시정사진기록 원본 필름 58만여

컷이 이관되었다. 서울특별시장단의

시정활동과 그 기간 서울의 풍경, 서울의

교통, 서울의 주택 등 서울의 모습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자료이다. 우리

박물관은 이 필름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정리함과 동시에 각 분야별,

주제별로 분류·정리하는 아카이브화를

꾸준히 진행하여 서울시정사진기록총서를

발간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제7대 고재봉 시장 재임

시기인 1957년 10월부터 제12대 윤태일

시장이 재임한 1963년 12월까지의 기록을

담은 <서울, 폐허를 딛고 재건으로 : 1957-

1963>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13대

윤치영 시장 재임기의 시정사진을 담은

<서울, 폐허를 딛고 재건으로 Ⅱ : 1963-

최인호

유물관리과 사진 담당 주무관

실행한 1968-1970년의 후반부로 구분

된다. <김현옥시장의 서울Ⅰ1966-1967>

는 김현옥 시장 재임기의 전반부로

서울 도시개발을 이끌어낸 주요 시정과

시민생활로 주제를 구분하여

관련 내용을 모았다. 연도순으로 정리

하여 시간에 따른 서울의 변화상을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게 구성한 기존

사진집과 달리 도시비전에 대한 내용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400여 컷의

사진을 주제별로 분류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사진의 촬영 장소와 촬영일시만

기재되었을 뿐 구체적인 기록이 없는

이들 사진은 옛 신문의 기사와 대조하는

등 조사·연구를 통해 사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해제를 달았다.

서울시정사진기록은 우리 박물관의

전시와 조사연구에도 적극 활용하는가

하면 변화무쌍한 서울의 모습을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되짚어 볼 수 있도록

특별전시를 통해 지속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1966. 8. 10 인현동

판잣집 철거. 이 무렵

서울 도심지 재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66>를 발간하였고, 이번에 세 번째로

14대 김현옥 시장 재임기의 시정사진과

서울의 모습을 담은 총서 <김현옥시장의

서울Ⅰ1966-1967>을 발간한다.

김현옥 시장이 취임한 1966년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중 제1차 경제개발계획이

끝나는 시점으로 서울은 고도성장을 이루게

된다. 한편 경제성장과 함께 전쟁의 아픔을

털어내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하는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1960년 초반 2백 44만이던 인구가

1996년 무렵에는 무려 3백 79만 명에

달하게 된다. 서울은 주택문제, 교통문제 등

다양한 도시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김현옥 시장은 도심지 재개발과 한강종합

계발계획 등의 사업을 단행하여

오늘날 서울 도시구조의 기반이 되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

김현옥 시장 재임기는 한강개발을 기준으로

도심지 개발에 힘을 쏟은 1966-1967년의

전반부와 한강종합개발계획을 본격적으로

책 소개

서울시정사진기록 Ⅲ.

시정사진으로 읽는 돌격건설! <김현옥시장의 서울Ⅰ1966-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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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백제박물관

2012 기증유물특별전 ‘동북아 역사 속 우리 숨결’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아 수집한 중국 동북지역 유물 120여 점

한성백제박물관

백제생활문화특별전 Ⅱ. 백제의 맛 - 음식이야기

백제의 상차림, 백제의 맛을 상상하다

갈 ‘지之’자의 문양이 선명한 통형항아리가

여럿이다. 바로 찍은 것, 옆으로 눕혀 찍은

것 등 방향과 크기와 시문한 위치는 차이가

있지만 지자문은 또렷이 남아 있다. 지자문

토기는 신석기시대 전기 지역적으로는

중국의 동북지방을 중심으로 분포한

흥륭와문화(기원전 6200~기원전 5400)의

대표적 유물이다. 지난 10월 9일부터

12월 2일까지 선보인 2012 기증유물특별전

‘동북아 역사 속 우리 숨결’에서는 지자문

통형항아리를 비롯하여 흥륭와문화·

홍산문화·하가점하층문화로 상징되는

중국의 선사시대 토기와 위진남북조

시대 청자 등 도자 유물 120여 점을

소개했다. 일찍이 중국의 선사·고대

문화가 상당부분 우리의 역사와 관련이

되고 있음을 주목하고 스스로 유물을

수집함으로써 우리 선조가 남긴 발자취를

확인해보고자 한 이상윤 선생이 박물관에

기증한 유물 3만여 점 가운데 한성백제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쌀로 지은

밥도 조리하는 사람에 따라 질고 된 정도가

다르고 사람의 입맛에 따라 맛의 차이도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2천여 년 전

옛 사람들이 어떤 재료로, 무슨 음식을

어떻게 만들어 먹었는지, 그 맛은 어땠는지

어찌 알 수 있을까? 개관과 함께 백제의

생활문화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관기념특별전 ‘백제의 맵시 -

옷과 꾸미개’를 선보인 한성백제박물관은

두 번째 백제생활문화특별전으로 ‘백제의

맛 - 음식이야기’를 준비하였다.

의식주를 중심으로 과거의 생활문화는

실체가 없는 매우 추상적인 영역이지만

한성백제박물관은 다양한 고고학 자료를

바탕으로 백제의 생활문화를 구체화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백제의 음식문화 역시

그간의 발굴조사를 통해, 조리공간과

조리에 사용한 도구, 탄화상태의 곡물,

배설물에 남아있던 기생충 등 음식문화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그 특징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임종문

한성백제박물관 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

이효준

한성백제박물관 전시기획과 학예연구사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받았던 시기의

대표 유물을 선보인 것이다.

우리나라 신석기시대의 대표적인 토기는

빗살무늬토기이긴 하지만, 지‘之’자문

토기편 또한 한반도 여러 곳에서 출토 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요서지방에서부터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공통된 문화가

존재하였음을 또는 문화는 달랐지만

교류를 통해 문화적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들 유물은 그 영향

문화권의 범위와 전파 경로 등을

파악하는데 주요한 자료가 된다.

위진남북조시대의 청자는 중국 자기

역사에서도 매우 중요하지만 한성백제

시기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백제는 강력한

중앙집권체제의 구축을 위해 지방세력을

규합하고자 하였다. 이때 지방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하사품을 내린 것이다.

하사품은 금동관모, 금동식리 등과 함께

중국에서 만든 청자 닭머리모양 주전자,

청자 접시모양 입 항아리 등이었다.

당시 외국과의 무역은 개인이 사사로이

할 수 없었고 국가 간 무역으로 이루어

졌기에 중앙지배층은 이러한 특권을

이용하여 지방세력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중앙 귀족화하여 집권체제를 유지

했던 것이다. 실제 위진남북조의 청자가

한성백제기 지방유력세력의 무덤인

천안 용원리고분과 공주 수촌리고분

등의 부장품으로 출토되었는데 이상윤

기증유물을 통해 더욱 내밀한 비교연구가

가능해졌다.

이번 기증유물전은 일정한 형태를 갖추게

된 북방의 신석기시대 토기를 시작으로

청동기시대와 함께 발달한 다양한 도자

유물을 통해 동북아 지역의 문화와 당시

한성백제의 정치적 입지와 문화적 역량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앞으로도

한성백제박물관은 선사·고대사 전문

박물관으로 한성백제기는 물론 동아시아

선사시대와 고대국가의 다양한 유물을

수집하고 전시함으로써 우리 역사를 더욱

폭넓게 이해하는데 기틀을 다지고자 한다.

01

백제시대 주거공간과

부뚜막

02

풍납토성 출토 시루

01

2012 기증유물특별전

‘동북아 역사 속

우리 숨결’ 전시실 전경

02

홍산문화 채색동이

풍납토성에서 발굴된 대표적인 유물

가운데 시루가 있다. 부뚜막에 불을 지핀

다음 계란모양토기에 물을 붓고 그 위에

곡물을 담은 시루를 걸치는데 시루 바닥에

구멍이 뚫려있어 수증기가 올라오면서

곡물이 익게 된다. 떡을 찌는 것과 같은

원리. 풍납토성 유적에서 집집마다

발견되는 시루를 통해 시루가 가장 중요한

조리 도구였으며 곡물을 삶거나 죽처럼

끓이기보다 쪄서 먹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성백제기의

일반적인 주거형태인 육각형 주거 안에

부뚜막을 축소 모형으로 재현하고 시루를

비롯하여 계란모양토기, 심발형토기,

경질무문토기 등 관련 유물을 함께

전시한다.

서민밥상, 귀족밥상, 제사상, 찻상

등 상차림도 다양하다. 서민밥상에는

특별히 아욱죽을 올렸는데 실제 아욱죽을

즐겨먹었다는 문헌기록은 없지만 아욱은

당시 우리 땅에서 자란 재래종으로,

생활이 넉넉지 않은 서민들은 밥을 쪄서도

먹었지만 죽을 끓여먹으며 주변에서

쉽게 거둘 수 있었던 아욱으로 맛을 내지

않았을까 하고 자연환경을 토대로 당시

상차림을 유추해 본 것이다. 반찬 가운데

생선에다 곡물을 채우고 저장·발효

해서 먹은 식해는 오곡을 중심으로 한

농경문화의 특색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전시 마지막에는 백제 때의 화장실을 재현,

배설물과 그 속에서 추출한 기생충 등을

통해 음식문화를 역으로 추적해보았다.

백제시대 자연환경을 살펴볼 수 있는

영상물을 시작으로 백제 사람들이

어떻게 식재료를 구하고, 저장하고,

조리과정을 거쳐 밥상을 차렸는지

백제시대의 생활상과 음식문화의 전

과정을 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한

이번 특별전은 12월 22일부터 2013년

2월 24일까지 계속된다.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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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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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로비

재능나눔콘서트 현장

서울역사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서울의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

이상으로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서울을 찾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우리 박물관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는 문화공간이 되기를

꿈꾼다. 그 바람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예술가들과 만나 박물관

로비에 재능나눔콘서트의 막이 올랐다.

서울과 베를린, 체코를 기반으로 클래식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매니지먼트하는

글로벌 클래식 기업 메노뮤직은 ‘서울시향

오박사의 재미있는 클래식’ 등 박물관의

재능나눔 기반의 문화공연 소식을 접하고

메노뮤직 소속으로 공연차 내한하는

연주자들 또한 재능기부와 함께 서울

시민들과 더욱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박물관의 문을 두드렸다.

“재능기부는 개개인의 이익을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연주자들이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의사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다행히 연주자들이 서울 시민들을

행사

재능나눔콘서트

노블리스 오블리제, 아름다운 선율로 퍼져 나가는 재능 나눔안지연

총무과 문화행사 담당 주무관

1960년대 초반까지 서울 시민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이었던 전차는 자동차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점차

도로교통에 방해가 되었다. 1968년 11월

29일을 마지막으로 운행을 중단한

서울 전차는 모두 역사의 뒤로 사라지고

현재 두 대가 남아있는데 그 중 한 대가

국립서울과학관에 있는 363호, 다른

한 대가 381호이다. 1930년대 일본차량

제조주식회사에서 제작한 전차 381호는

서정훈

보존과학과 학예연구사

운행을 중단하기까지 약 38년간 서울

사람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20세기 중반 서울의 교통방식과 문화를

알 수 있는 유물로 2010년 8월 24일

등록문화재 제467호로 지정되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어린이대공원에

보관되어 있던 381호를 박물관으로 옮겨와

제작도면 등을 바탕으로 1960년대 형태로

복원하여 2009년 9월부터 야외전시장에서

전시하고 있는데, 전차가 운행하던 당시

시대상을 친근하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그때 그 시절 서울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연출한 조각상 ‘전차와

지각생’을 제작하여 전차 381호 안팎에

함께 전시를 하고 있다.

늦잠을 잔 것인지 헐레벌떡 전차에 오른

교복 입은 중학생이 아차 싶은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본다. 전차 밖에는 어린 아이를

좀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을 해 정말 열심히 연주를

해주었습니다.”

메노뮤직코리아 송미선 대표는

재능나눔콘서트의 전반적인 기획을 이끈

숨은 공로자이다. 연주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일은 물론 연주자들에게 정통

클래식 프로그램안과 함께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대중적인 곡이 포함된 안을

받아 공연의 내용을 조율하였다.

또 클래식을 부담없이 접할 수 있도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황순학 교수에게

요청하여 해설이 있는 콘서트를 구성

하였다. 그렇게 지난 2월 4일 우크라이나

에서 온 신예 예브게니 코스트리츠키와

카타리나 쿨리코바의 듀오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12월 2일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플루티스트 다비드 포르미자노의

공연까지 올 한 해 여섯 번의 재능나눔

콘서트가 펼쳐졌다.

“연주자들에게 박물관 로비라는 무대는

굉장히 낯설어요. 오픈된 공간이라 연주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회를 거듭할수록 연주자도 청중도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즐기며 분위기가

더욱 좋아졌습니다. 박물관에서도 공간

연출에 세심한 배려를 해주셨고요.

클래식을 포함해 공연을 너무 어려워

마시고 편하게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호응도 많이 해주시고요. 물론 공연 중

에는 연주자가 몰입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면 좋죠. 연주자들도 다

느끼거든요. 이 사람들이 내 음악을

좋아하는구나, 나에게 집중을 하고

있구나 그런 느낌을 받으면 더 열정적인

연주를 들려준답니다.”

재능나눔콘서트는 내년 더욱 알찬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연주자들의

재능기부는 물론 국내 뮤지션들의 나눔

공연도 선보일 예정. 메노뮤직에서는 내실

있는 공연을 위해 재능나눔콘서트를 위한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다. 정통 클래식만이

아니라 국악, 어쿠스틱, 아카펠라 등 여러

장르의 연주자들이 지원을 하고 있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고. 역시나 좋은

마음은 나눌수록 풍성해진다.

전차 381호와 조각상

‘전차와 지각생’

들쳐 업은 채 아들이 두고 간 도시락을

든 어머니와 오빠의 교복 모자를 들고

뒤따라온 누이동생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오빠를 부르고 있다. 어찌나 큰 소리로

부르는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운전사가

밖을 내다보고 있다. 4개의 조각상을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한 ‘전차와 지각생’은

1960년대 아주 평범한 어느 아침 등굣길의

모습을 잘 표현해냈다.

서울역사박물관 야외전시장에는 서울의

상징 동물인 해치 석상, 복원 공사로 해체된

콘크리트 광화문 주요 부재, 종로 시전행랑

유구 등 서울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데 버스

또는 서대문 방향에서 도보로 박물관을

방문하는 경우, 박물관 건물로 들어서기 전

박물관 야외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전시물이 바로 381호 전차와 ‘전차와

지각생’ 조각상이다. 방문객들이 우리

박물관에 와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전시물이자 대표적인 기념사진 촬영 장소로

박물관의 마스코트와도 같다.

최근 전차와 지각생 조각상은 새 옷을

입었다. 기존 FRP 조각상을 생동감 있는

브론즈 조각상으로 교체하고 목도리를

둘러 추운 계절에도 어색하지 않도록

전시환경을 개선한 것이다. ‘전차와 지각생’

조각상처럼 관련 유물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히고 서울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도

더욱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우리

박물관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올해의 MVP

전차와 지각생

전차 381호 앞, 1960년대 등굣길의 추억을 되살리다

Page 10: 2012 No. 36 겨울...건축모형과 설계도, 사진, 관련 유물 등의 외국인 자료들도 인상적이지만 “나는 웨스트민스터 성당보다도 한국 땅에 묻히기

서울역사박물관 소식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시 에너지 절감 추진대책에 동참하여 지난 7월 24일부터 야간 관람시간을 단축하였다.

당초 평일 밤 9시까지 문을 열었던 우리 박물관은 관람시간을 밤 8시까지, 청계천문화관과 동대문역사관

그리고 동대문운동장기념관은 7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전과 같이 저녁 7시에 폐관한다.

단, 한성백제박물관은 밤 9시까지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News 전시

옛 시청사 시장실 복원 전시

서울도서관 3층 옛 시장실

서울시 옛 청사 3층에 위치한

서울도서관에 옛 시장실과 기획

상황실을 복원, 전시하고 있다.

이곳은 1926년 11월 준공된

경성부청사의 경성부윤 공간으로

사용되다가 1946년부터 2008년

5월까지 서울시장의 집무공간으로

사용한 공간이다. 시장집무실과

접견실은 옛 가구들을 그대로

배치하여 과거 시장실의 모습과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연출하고

서울시가 세계 각국의 자매도시와

주고받은 MOU체결각서와 선물들을

함께 보여준다. 서울시 주요정책을

토의하고 입안하던 기획상황실은

회의테이블 위에 옛 사진과 문서를

전시하여 해방 이후 60여 년간

서울시의 주요 시정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게 하였다. 서울도서관

입구에서 시장실로 오르는 계단에는

서울광장에서 있었던 행사와 사건을

담아낸 다양한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다. 서울시홈페이지(seoul.go.kr)

‘신청사 통통 투어’를 이용하면

전시를 더욱 알차게 관람할 수 있다.

조선시대 무기 제조기관

‘군기시’ 전시실 개관

서울시청 내 군기시유적전시실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번지. 서울

시청 신청사와 광화문 프레스센터

사이에 표석이 하나 있다. ‘군기시 터’.

조선시대 병기제조를 담당한 관청

군기시는 오랜 세월이 지나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고 작은 표석

만이 남아 있다. 2009년 서울시청

신청사 공사 부지에서 군기시와

관련된 조선시대 및 근대 유구와

불랑기자포를 비롯한 약 590여점의

유물이 발굴 되었다. 신청사 건립으로

기록으로만 존재하던 군기시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2013년 1월 개관을 앞둔 군기시

유적전시실은 군기시 건물지 11기와

조선시대 호안석축, 보물 제861-2

호로 지정된 불랑기자포를 비롯

하여 승자총통, 영자총통, 화살촉 등

군기시를 상징하는 무기류와

‘도화서(圖畵署)명 청화백자전접시’,

‘軍명 분청사기’ 등 생활유물을 함께

전시할 예정이다. 새로운 시청사

부지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함과

동시에 조선시대 화약무기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시공간으로

서울시청을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소중한 역사체험의 장이 될 것이다.

겨울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어린이

동반 가족을 대상으로 <겨울방학

가족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박물관으로 떠나는 북촌 나들이’를

주제로 조선시대 한양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시청각 교육과 전시실 학습을

통해 이해하고, 새해소망을 담은

전통 족자를 가족이 함께 꾸며 보는

체험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

박물관 교육 전문 강사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1월 15일부터 25일

까지 매주 화요일~금요일,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1일 2회 운영한다.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문의 724-0197, 0291

교사직무연수

“서울 역사 문화의 이해”

서울역사박물관 2층 교육실

1월 7일-1월 11일

월-금 9:30~ 17:10

초·중·고등학교 교사 40명을

대상으로 2012년 하반기 교사직무

연수를 실시한다. 이번 연수는 한성

백제기에서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수도 서울을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연구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서울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나아가

학교 교육과 박물관 교육의 연계

News 교육

‘겨울방학 가족프로그램’온 가족이 서울역사박물관으로 북촌 나들이를 떠나보아요!

2013년 1월 15일-25일

화-금 오전·오후

01

02

아빠와 함께하는 전시체험“엄마! 아빠! 우리 서울역사박물관에 놀러가요”

1월-12월 매주 화요일 상시운영

자녀와 함께 박물관 관람을 희망

하지만 직장과 가정일로 망설였던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교육은

강의와 전시 관람, 현장 답사 등의

프로그램으로 1월 7일부터 11일까지

오전 9시 30분부터 5시 10분까지

총 30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2009년 박물관에서 실시한 지표

조사를 통해 북한산 일대의 가마터

21곳이 확인되었다. 강북구 우이동

청자가마터는 그 중 하나로 2012년 10

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발굴조사를

진행하였다. 조사지역에서 1기의

가마터와 가마터에서 나온 폐기물을

처리하던 구덩이 1기가 확인되었다.

가마의 잔존 길이는 21.1m이고 폭은

1.4~2.0m 가량인데 가마의 모습이 잘

남아 있는 것은 6m 남짓이다. 가마의

벽과 천장 그리고 아궁이는 돌과

점토로 쌓아 올렸다. 이곳에서 제작한

청자들은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쓰던

접시·대접(발)과 같은 것들로 화문

(꽃무늬), 연당초문(덩쿨무늬), 원문

(삼원문, 오원문, 칠원문), 여의두문,

연주문, 귀갑문 등 매우 다양한 문양이

시문되었다.

News 조사

잊었던 문화유산의 재발견

서울 강북구 우이동

청자가마터 발굴조사

01

구시청사 기획상황실 전시

02

유구 전시

03故 한영수 작가의 작품 골목아이들(서울, 1957-1958)

04故 한영수 작가의 작품(서울, 1956-1958)

특별전 ‘가도 가도 왕십리’ 연계 교육프로그램 “반짝 반짝 왕십리”

청계천문화관 교육실

1월 3일-2월 21일

매주 화·목 10:00-13:00

특별전 ‘가도 가도 왕십리’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한

왕십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시와 연계한 교육 ‘반짝 반짝

왕십리’는 1970~80년대 왕십리를

대표하는 산업이었던 ‘자개’를 주제로

전시관람 및 해설, 시청각교육, 자개

접시 만들기 체험을 통해 왕십리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프로그램이다. 1월 3일부터 2월 21

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

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된다.

News 유물기증

한영수 作 서울사진 기증

News 행사

큐레이터 워크숍

News 공지

기증자 명패 이전 설치

한영수문화재단은 2012년 10월

故 한영수 작가의 작품 1,000여 점을

2013년 1월 16일, 런던박물관과

뉴욕시박물관 유물관리전문가들이

우리 박물관을 방문한다. Dr. Cathy

Ross, James W. Tittos는 각각

영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도시박물관인

런던박물관과 뉴욕시박물관의

유물관리시스템을 책임지고 있는

전문가로 이들과 함께 진행하게 될

큐레이터 워크숍은 근현대유산에서

미래유산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도시박물관의 차별화된 기능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를 이끌어 낼 것이다.

1997년부터 2011년까지 익명의

기증자를 포함한 210명의 기증자

명패를 연도별로 배치하여 기증

유물전시실의 근현대전시실에서

중앙홀로 이전·설치하였다.

03

04

엄마와 아빠들을 대상으로 평일

야간 가족프로그램 ‘아빠와 함께하는

전시체험’을 운영한다. 온 가족이

박물관 전시실을 맘껏 누비며 서울의

숨은 이야기를 전문 전시해설사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유익한 기회가 될 것이다.

매주 화요일 19시부터 20시까지 상시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족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오는 겨울방학 기간 중에는

목요일도 추가 운영할 예정이다.

문의 724-0197, 0236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하였다.

이번에 기증받은 사진은 한국전쟁

직후부터 1960년대까지 서울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서울의

역사를 전시, 연구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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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u 서울역사박물관 문화정보지 2012년 겨울호 제36호 (계간/비매품) www.museum.seoul.kr발행인 강홍빈 서울역사박물관장 발행일 2012년 12월 31일 발행처 서울역사박물관 |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 55 기획·총괄 조영하 교육대외협력과장 진행 강해은 사진 최인호

디자인·편집 디자인나눔 | 장동석, 경유석, 이선정, 서진영 인쇄 리드릭